물류 관점에서 본 테슬라 사이버 트럭

22일 오후 1시(미국 현지시각 21일 오후 8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에 있는 테슬라디자인센터에서 테슬라의 새로운 전기트럭 모델이 공개됐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OST와 함께 등장한 이 트럭의 이름은 ‘사이버 트럭(Cyber Truck)’. 냉간성형강(Cold Rolled Steel)으로 뒤덮인 디자인은 세기말에 등장할 법한 모습이다.

행사장에서 공개된 사이버 트럭과 일론 머스크의 모습. 괜히 매드맥스 음악이 깔리진 않았을 것이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에 따르면 사이버 트럭은 루이스 길버트 감독의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1977>에 등장하는 스포츠카 ‘로터스 에스프리(Lotus Esprit)’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았다. 물론 테슬라 사이버 트럭에 잠수 기능은 없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등장한 잠수하는 로터스 에스프리 차량. 물론 이 차량도 현실 세계에서 잠수하지는 않는다.(사진: 네이버영화)

강철로 뒤덮인 사이버 트럭은 9mm 권총 사격에도 깨지지 않는 강화 유리(TESLA Armor Glass)를 자랑한다. 실제 행사장에서는 사이버 트럭의 차체와 강화 유리의 강도를 보여줄 수 있는 몇 가지 실험이 시연됐다. 권총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망치로 때려도 찌그러지지 않는 차체 성능을 보여줬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린 금속 공에도 강화 유리는 깨지지 않았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 강도 테스트 시연 장면. 사이버 트럭 공개 행사장에 참석한 청중들은 차에 총을 쏴보라고 외쳤지만, 총을 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후 테슬라의 디자인 담당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Franz von Holzhausen)이 던진 금속 공에 창문이 깨졌다. 이를 본 일론 머스크는 “오, 빌어먹을 신이시여(Oh, my fucking god)”라고 말했다.

창문은 깨졌지만, 일론 머스크는 의연하게 남은 행사를 진행했다. 일론 머스크의 발언은 아래 영상을 통해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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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물차와 비교하면

테슬라 사이버 트럭은 장착된 모터의 숫자에 따라 세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가장 저렴한 하나의 모터가 장착된 모델은 39900달러(약 4700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두 개의 모터가 장착된 모델은 49900달러(약 5900만원)에, 세 개 모터가 장착된 모델은 69900달러(약 8200만원)에 팔린다. 가격과 상관없이 모든 트럭에는 3500lbs(1.588톤)까지의 화물을 적재(Payload) 가능하다.

사이버트럭 짐칸의 모습. 사진처럼 전기 오토바이를 적재함에 싣고, 차량 내에서 충전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적재량은 1.6톤까지 가능하다지만, 부피가 큰 화물을 많이 싣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비슷한 용량을 실을 수 있는 한국산 트럭을 가지고 왔다. 기아자동차의 1.2톤 트럭 봉고3가 한국에서 약 2000만원에 팔린다. 만약 사이버 트럭을 물류 용도로 쓴다면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건 테슬라다. 전기차라서 친환경적이고, 왠지 모를 혁신적인 느낌도 있다. 봉고차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긴 어렵지만, 사이버 트럭이라면 자랑할 수 있다.

한국의 스테디셀러 화물차 봉고다. 물류 용도로 사용한다면 아무래도 이 아이의 가성비가 사이버 트럭보다 높아 보인다. 특히 부피 측면에서는 사이버 트럭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교대상이 조금 잘못된 것 같아서 최근 우정사업본부가 물류업무에 투입하고 있는 전기 화물차를 들고 왔다. 귀엽게 생긴 이 아이는 대창모터스의 다니고3 모델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연말까지 1000대의 전기차를 집배업무에 투입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투입되는 3개 모델 중 하나다. 다니고3의 가격은 1880만원인데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금 받을 것을 다 받는다면, 최저 868만원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 차량의 적재함 면적은 1.59제곱미터다.

다니고3와 적재함의 모습. 별도의 짐칸이 부착된 모델이다.(사진: 대창모터스)

물류 업무에서 전기차를 활용할시 중요한 것은 완충시 얼마나 끌고 다닐 수 있느냐는 것이다. 건당 일하는 만큼 돈을 버는 지입 화물기사가 대부분인 국내 환경을 고려했을 때 업무 중간에 충전소에 박혀서 몇 시간을 소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류 업무 효율을 위해서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대창모터스의 다니고3는 완충시 100km를, 최고 시속 80km로 주행 가능하다.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은 가장 저렴한 모델 기준으로 완충시 250마일(약 402km) 이상 주행 가능하고, 110mi/h(시속 177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가장 비싼 모델을 기준으로 보면 완충시 500마일(약 804km) 이상 주행 가능하고, 130mi/h(시속 209km)까지 달릴 수 있다. 단순 스펙만 보고 비교해봤을 때 가격 효율은 다니고3가, 물류 효율은 테슬라 사이버 트럭이 더 높아 보인다. 디자인은 취향의 문제니 취사선택하자.

대창모터스의 다니고3와 테슬라 사이버 트럭의 스펙 비교. 테슬라 사이버 트럭은 1만4000파운드의 무게를 견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행사장에서 테슬라 사이버 트럭이 다른 트럭을 끌고 달리는 영상을 틀기도 했다.

사이버펑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테슬라 사이버 트럭은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오늘부터 예약 가능하다. 세 가지 모델 모두 예약 가능하며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하고 싶으면 7000달러의 돈을 더 내면 된다.

모델 생산은 2021년 후반부터 들어갈 예정이다. 모터 세 개가 달린 모델의 경우 2022년 후반부터 생산한다. 이건 테슬라가 밝힌 예정일이다. 예약을 하더라도 2021년에 차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맘 편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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