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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19의 넷마블 부스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총 4개 타이틀을 쏟아냈기 때문인데, 넷마블은 늘 게임이 나왔어요 짠!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 게임을 직접 하게 해주는 형태로 부스를 마련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중 출시가 가장 근접한 A3: STILL ALIVE를 체험했다.

과거의 A3 온라인은 이런 느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눈이 침침해 잘 보이지 않는다. 억울한 일이다. A3: STILL ALIVE의 모태가 된 A3 온라인은 원래부터 아재의 게임이었단 말이다. 최초의 성인용 MMOPRG였던 A3 온라인은 히로인 레디안의 노출 의상을 필두로, 피가 팍 튀거나 몬스터의 사지가 절단돼 땅으로 나뒹구는 등 18금 게임에서는 할 수 없는 연출을 선보였다. 이후 A3 온라인은 부분 유료화 게임인 A3 리턴즈로 재출시돼 한동안 두 게임이 동시 운영되기도 했다.

A3 온라인의 래디안. 그나마 노출이 덜한 사진을 가져왔다

포즈가 그대로인 현재의 레디안. 가만 보면 이름의 철자가 바뀌어 있다. 시대에 맞게 옷도 더 챙겨입었다

A3: STILL ALIVE는 해당 IP를 MMORPG로 만든 게임이다. “나 아직 살아있다 이놈들아”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그러나 게임은 아재 친화적이지 않았다.

A3: STILL ALIVE는 모바일 화면에서 30명끼리 배틀로얄을 하는 게임이다. RPG 기반인 만큼 파밍을 몬스터 잡기로 한다. 몬스터를 잡으면 몬스터가 상자를 떨어뜨리고, 가끔 보급품도 떨어진다. 이중 아이템을 줍거나 스킬을 올려주는 것들을 먹어야 한다. 스킬은 올릴 때가 되면 우측 상단에서 빨리 올리라며 재촉하는 화면이 뜬다(이 화면이 뜨는 걸 아재들이 모르고 허우적대자 친절한 넷마블 직원들이 알려주러 다녔다).

스킬을 찍어야 되는데 한참 서성이다 뒤늦게 찍는 아재 via GIPHY

이때 캐릭터마다 기본적으로 주어진 스킬을 찍게 되는데, 원래 찍은 스킬을 더 높게 찍거나 새로운 스킬을 찍으면 된다. 배틀로얄 말고도 ‘암흑출몰’ 같은 화끈한 모드도 있다. 100 vs. 100으로 싸우는 게임이다.

문제는 화면이다. 한 화면에 캐릭터, 효과, 몬스터, 지도가 모두 나타나는 화면이라 배틀로얄이라기보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일부분을 폰으로 캡처한 느낌이 난다. 따라서 캐릭터가 매우 작고 버튼은 더 작다. 스킬 활성화 버튼은 작지 않지만 그 안에 쿨타임을 나타내는 숫자가 작다. 그래서 다급하면 쿨타임중인 버튼을 다다닥 연타하고 돌아오는 건 ‘쿨타임이 끝나지 않았단다 단다 단다’라는 허무한 메아리밖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래 오른손이 갈 곳을 잃었다 via GIPHY

아재는 게임에 진입한다. 몬스터가 어딨는지 몰라 어버버댄다. 그 와중에 상대 팀이 따라온다. 도망간다. 가까스로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얻는다. 그런데 아이템 중 뭐가 더 좋은 건지 나타내주는 슬라이더 팝업이 뜬다. 그 안에 있는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다급한 마음에 화면을 눈 가까이 대자 더 보이지 않는다. 아무거나 누르고 도망을 간다. 점점 축소되는 지도를 피해 1섹터를 지나 2섹터로 들어가야 하지만 미니맵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미니맵을 버리고 안내 화살표를 통해 겨우 내부로 들어간다. 경험치가 차오르자 스킬을 여러 개 보여주며 뭘 키울 것이냐고 묻는다. 그 글자를 읽고 생각할 시간이 아재에겐 부족하다. 아무거나 누르고 상대에게 기술을 쏜다. 상대가 피한다. 상대가 다시 기술을 쓴다. 구르기 버튼으로 피할 수 있지만 어디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구르기 버튼으로 도망을 쳤지만 방향을 잘못 굴러 적의 앞으로 굴렀다. 사망한다. 가장 슬픈 것은 게임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침침한 눈이다.

도망다니다 두들겨맞고 피하다가 또 다시 얻어맞는 장면이다 via GIPHY

넷마블이 시연장에서 준비한 폰은 갤럭시S9이었다. 즉, 작은 폰이 아니다. 그러나 게임 특성상 여러 캐릭터와 몬스터가 한꺼번에 등장하고, K-STYLE의 화려한 효과가 점철된다. 번개 지팡이를 들고 광역기를 쓰면 그 광역이 안의 모든 적이 스턴에 빠지는 효과가 있다. 이 기술을 써보고 싶어 몇번 다시 다른 참관객들과 경기를 했는데 이 기술을 어렵사리 배우고 나서 깨달았다. 화면의 1/4 정도를 채우는 이 엄청난 광역기를 쓰면 아재는 자신의 캐릭터가 어디 있는지를 잊게 된다.

스킬을 채우지도 못하고 어버버하다 죽는 장면이다. 분주한 손과 달리 캐릭터는 별달리 움직이지 않는다 via GIPHY

한 화면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브롤스타즈 등과 달리 이 화면은 보기 어렵다.

문제는, 이 게임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화면이 확확 돌아가는 다른 배틀로얄&서바이벌 게임보다 어지럽지 않고 캐릭터 속도가 빠르지 않아 욕먹는 일도 드물다. 과거에 오버워치를 할 때는 “아 아저씨 트레이서하지 마세요”라든가, 배틀그라운드에서 “님 아재죠?” 같은 말을 듣고 부엌에서 남몰래 울었던 일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왜 부엌이냐면 즉석밥 데울 때 할 게 필요해서. 따라서 A3: STILL ALIVE는 화면 자체는 아재 친화적이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자체는 전 연령에 잘 맞는 편인 셈이다. 신기하게도 젊은 유저들은 처음 보는 게임인데도 스킬을 학습해 아재를 학살하고 다닌다.

이 번개 광역기,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via GIPHY

게임은 좋다. 번개 광역기 그게 뭐라고 신규 게임이 100개도 넘게 있는 넷마블 부스에서 한시간을 보내게 됐다. 넷마블 부스 고인물이 된 셈이다. 결국 번개를 쓰고 도망을 치며 본선에 올라가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러나 취재 일정으로 본선에 참가하지 못하자 쫓겨나기도 했다.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본선에 올라갔냐면, 수능 공부할 때처럼 버튼 위치를 그냥 다 외웠다. 스킬 이름도 게임 내에서 파악한 게 아니라 죽고 대기시간일 때 타 플레이어들이 게임하는 걸 관전하며 그냥 외워버렸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방법은 있는 셈이다.

A3: STILL ALIVE는 곧 CBT를 시작하며, 현재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 더 젊은 고수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아재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를 굴린 뒤 CBT부터 모든 스킬을 외워 상황마다 운용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 출시되지도 않은 게임의 고인물이 되기로 결정한 것이다.

A3: STILL ALIVE의 스페셜 사전등록은 28일까지 진행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