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무성하던 에어팟 프로(Airpods Pro)가 북미에서 10월 30일 출시된다. 현재 예약 구매만 할 수 있다. 한국 출시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어팟의 외관을 그대로 따르던 에어팟이 커널형으로 돌아선 이유는 간단하다. 노이즈 캔슬링 때문이다. 기존의 에어팟은 사용하기엔 편하지만 차폐가 완벽하지는 않다. 노이즈 캔슬링은 완벽한 차폐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귀를 막는 이어폰)에 기술적인 무언가를 더 추가해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된다. 소니 등의 업체가 만드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대부분 인이어 방식인 것도 같은 이유다.

사진에선 보이지 않지만 안쪽에도 노이즈 캔슬링 마이크가 숨어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내향 마이크가 보인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의 원리는 여느 노이즈 캔슬링 제품과 같다. 상단에 있는 마이크가 사용자가 듣기 전에 미리 소리를 듣는다. 이중 잡음으로 판단되는 주파수를 찾아내 반대 주파수를 이어폰으로 내보낸다. 소리는 파동이기 때문에 잡음 주파수와 그 반대 주파수가 만나면 소리가 상쇄된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잡음을 제거한 상태의 소리를 듣게 된다. 이 과정은 소비자가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실행된다. 잡음이 제거된 상태의 소리는 조용한 방에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고요하다. 노이즈 캔슬링 마이크는 바깥쪽의 큰 것과 안쪽의 작은 것으로 구성돼 바깥쪽의 큰 마이크가 대부분의 소리를 잡아내고, 안쪽의 마이크는 남은 소리를 잡아낸다.

적응형 EQ(이퀄라이저)는 귀의 형태에 맞게 잡음 제거를 변경한다는 의미다. 중저음역대를 조정해 잡음을 제거한다. 소니의 적응형 사운드 제어와는 다른 개념이다. 소니의 적응형 사운드 제어는 사용자의 모션을 파악해 소리를 들려주는 기능이다.

이렇게 전철이 들어올 때 주변 소리 듣기를 실행하면 귀가 파괴되는 느낌이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해보면 큰 불쾌감이 들 때가 있는데, 주변 소리를 함께 들을 때다. 귀는 인이어 이어폰으로 막혀 있는 상황이므로, 주변 소리는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이어폰의 마이크를 통해 스피커로 송출된다. 이때 주변 소리는 직접 듣는 것보다 훨씬 크고 강하다. 고요한 상태에서 갑자기 이 큰 소리를 들으면 불쾌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특히 에어컨 실외기나 바람 소리, 전철이 들어오는 등의 진동이 큰 소리에 대한 불쾌감이 심하다.

소니는 이 부분을 앱 내의 섬세한 설정으로 해결했다. 예를 들어 주변 소리를 듣는다고 하더라도 전철 소리 주파수는 차단한 상태에서 들을 수 있도록 앱에서 설정할 수 있다. 이 설정을 주변 소리 제어로 부른다. 그러나 이 설정은 단계가 많아 복잡한 편이다. 만일 애플이 이것을 ‘it just works’로 부르는 맥의 이념처럼 자동화했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하면 에어팟 프로는 세계 최고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될 것이다. 자동으로 작동하는데 완벽하게 불쾌한 소리가 차단된다면 말이다. It just works는 별다른 설정 없이 바로 작동한다는 의미로, 스티브 잡스가 즐겨 쓰던 말이다.

폰에서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끌 수 있다

노이즈 캔슬레이션과 주변 소리 듣기는 끄거나 켤 수 있는데, 아이폰 제어 센터에서 바로 실행할 수도 있고, 이어폰을 눌러서 실행할 수도 있다. 에어팟 프로에는 터치 센서가 아닌 포스 센서로 부르는 부품이 들어갔다. 여러 번 터치하거나 길게 누르는 등의 행동이 가능하다. 사실상 롱터치를 감지하는 터치 센서와 같은 제품인지, 진동 피드백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터치해서 모드를 바꾸는 건 소니 등의 이어폰에도 적용된 기능이지만, 폰에서 앱 실행 없이 바로 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건 애플 제품만의 강점이다. 터치 센서는 전작들까지는 광학 센서와 모션 센서를 사용했다. 즉, 정전기적으로 손가락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움직임으로 버튼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제품에는 별도로 포스 센서가 있다. 포스 터치와는 다른 기술이다. 중요한 건 포스 센서가 추가됐으니 터치 정밀도가 전작들보다 높아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제품 사양의 하단에서 광학 센서와 포스 센서가 모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설계 변경이 전반적으로 이뤄졌는데, 통화할 때 쓰는 마이크의 위치가 변경됐다. 콩나물의 최하단에 위치하던 마이크 설계가 최하단 바깥쪽으로 변경됐다. 그냥 보기에는 안쪽과 바깥쪽 모두에 마이크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어폰 유닛 하나당 외부 마이크가 하나씩 더 늘어났다면 빔포밍에 더욱 유리하다. 빔포밍 기술은 소리 신호의 위상차로 소리를 판별해 들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빔포밍 마이크가 하나 더 추가됐다면 좋았겠지만 빔포밍 마이크 수는 전작(한쪽당 2개)과 동일했다. 투명 처리한 설계를 보면 한쪽에만 마이크가 적용됐고, 다른 쪽은 그냥 외관을 맞추기 위한 부분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하드웨어적인 통화 품질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빔포밍 마이크는 외향 마이크(큰 구멍)와 하단 마이크가 공조해 적용된다.

차라리 흰색 말고 투명으로 내라

콩나물 뿌리쪽에 양쪽 마이크가 있을 것 같지만 한쪽은 그냥 깔맞춤인 걸 알 수 있다

소리의 처리는 별도의 칩셋인 H1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에어팟 2세대와 동일한 칩셋이다. 이 칩이 노이즈 캔슬링을 실행하면 더욱 많은 역할을 하게 되므로 노이즈 캔슬링을 사용하면 배터리 시간이 약간 줄어든다. 에어팟 프로의 경우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실행했을 때 총 4.5시간, 충전하면 24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노이즈 캔슬링을 끄면 5시간으로, 에어팟 2와 동일한 시간만큼 사용할 수 있다.

인이어 팁의 경우 3종 제공으로 다른 업체들에 비해 턱없이 적다. 그러나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기능이 있다. ‘이어팁 핏 테스트’로, 처음 샀을 때의 에어팟 프로를 귀에 끼우고 테스트를 진행하면, 마이크가 귀속 소리 레벨을 측정해 최적의 소리를 내는 이어팁을 찾아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소리를 위한 장치이지 귀에 얼마나 잘 맞느냐를 측정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별도의 이어팁을 구매해야 할 수도 있겠다. 에어팟 프로 이어팁에는 통기성 기능이 적용돼 있으므로 외부의 이어팁을 사용하면 통기 기능은 일부 포기해야 한다.

충전 케이스와 에어팟의 형태가 상자속에서 나오는 원앙 같은 모양이로 바뀌었다

이외에도 전작에 탑재된 모션 가속도계와 음성 가속도계가 탑재돼 있다. 음성 가속도계는 빔포밍 마이크에 쓰인다. 이유는 달릴 때, 걸을 때, 가만히 있을 때의 소리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빠르게 달리면 소리의 위치는 가만있을 때보다 흩어지거나 뒤쪽으로 밀린다.

모션 가속도 센서는 광학 센서와 함께 에어팟을 꼈을 때 소리가 재생되고, 뺐을 때 소리가 멈추는 역할을 한다. 소니의 경우 이 센서를 활용해 걸을 때와 뛸 때, 가만히 있을 때의 소리를 다르게 책정한다. 예를 들어 가만히 있을 때와 걸을 때는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뛸 때는 위험하니 끄는 식이다. 앱에서 미리 설정할 수 있다. 소니는 이것을 스마트 리스닝으로 부른다. 에어팟 프로에도 충분히 탑재할 수 있는 기능인데, 이 기능을 적용했는지 여부는 발표하지 않았다.

주변음 듣기 모드에서 특정 주파수를 삭제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예를 들어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을 켜놓고 전철역 밖에 있다가 전철역으로 들어가면 전철이 움직이는 소리가 귀를 파괴한다. 이때 특정 주파수를 삭제하는 모드가 있다면 전철, 에어컨 실외기, 차량이나 오토바이의 진동 등 규칙적인 소리는 제거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주변음 듣기 모드를 켰을 때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드를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완벽한 이어폰이 될 것이다.

가격은 적절하게 50달러 올랐다. 간단한 무선충전 같은 장난이 아니라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 개선을 이뤘으므로 오를만하다. 해외에서는 세금 없이 249달러(약 29만원)이므로 세금을 포함한 국내 가격(32만9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갖추고 있어도 비싸긴 하다. 전작 대비 추가된 기능을 생각하면 별로 안 오른 느낌인데, 실제론 비싼 미묘한 가격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