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는 연결이 만든다. 종합물류기업이라고 불리는 CJ대한통운이나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같은 업체도 혼자의 힘으로 완결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 그들과 연결된 수많은 국내외 운송업체, 포워딩 업체, 창고업체, 해운선사, 터미널 운영사, 통관업체 파트너들이 모여서 완결된 서비스를 만든다.

물류의 영원한 숙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연결이 만드는 물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잘 연결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만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정보의 단절이 있다. 물류업계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정보는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누군가는 사업의 핵심 정보가 누설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누군가는 유출된 정보로 인해 어렵게 확보한 네트워크를 빼앗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정보 공유 자체가 귀찮을 수도 있다.

그래서 물류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어렵다. 한 부서가, 한 기업이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전체의 연결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디지털화되지 않은 분절된 영역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해운물류 디지털 전환 위한 컨소시엄 발족

해운물류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민간업체, 기관, 학계가 연합하여 만든 컨소시엄이 9월 26일 발족했다. GSDC(Global Shipping & Logistics Digitalization Consortium)라는 이름이다. GSDC에는 36개의 해운, 물류, 제조유통, IT기업 등 물류와 이종산업을 포괄한 업체, 기관이 회원사로 참여했다. 해운물류 플랫폼 업체 밸류링크유가 GSDC 설립을 주도했다.

GSDC에는 대중소 규모와 이종산업군을 막론한 총 36개의 다양한 업체, 기관이 참여했다. 해운선사로는 대륙상운, 두우해운, 범주해운, SM상선, 위동항운, 팬오션이 참여했다. 물류업체로는 두손컴퍼니, 삼영물류, CK팬아시아, 유수로지스틱스, 월딩, J&Walong, 판토스, 하나파인물류가 참여했다. 제조유통 화주사로는 세정글로벌, 신중애프앤디가 참여했다. IT기업으로는 로얄시스템즈, 로지스랩, 모비젠, 에스위너스, 코리아오브컴이 참여했다. 공공기관으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참여했다. 유진초저온, 나우픽, 큐브, 한진GLS와 같은 업체가 정식회원사 등록을 앞두고 있다. 해양수산부 스마트해상물류추진단 또한 GSDC와 공동 연구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GSDC가 탄생한 이유는 디지털 전환의 연료인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해운물류업계의 디지털 전환 역량을 회원사들이 공동 확보하기 위함이다. 남영수 밸류링크유 대표는 “물류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지만, 정작 뭘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는 모르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라며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는 업체들이 함께 관련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오픈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회원사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GSDC 설립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GSDC는 별다른 가입 조건이 없다. 회원사의 규모를 따지지 않고, 가입비나 운영비용을 받지도 않는다. 굳이 조건을 꼽아보자면 해운물류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있고, 여러 회사들과 함께 공동 연구하길 원하는 회사나 공공기관, 연구기관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실제 현재 GSDC에 참가하고 있는 회원사를 보면 팬오션이나 판토스 같이 수조원의 연매출을 만드는 대형 해운물류업체도 있고, 수백억~수천억원의 연매출을 만드는 남성해운, 두우해운, 삼영물류와 같은 중소중견업체도 있다.

남 대표는 “GSDC 회원사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 실제 검증하는 POC(Proof of Concept)에 참여하면 된다”며 “가입조건을 따로 안 붙인 이유는 더 많은 회사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회원사와 플랫폼이 얻는 것

GSDC 참가 회원사들은 회원사들이 공유한 통합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다. 밸류링크유가 그간 플랫폼을 운영하며 쌓아온 기본 데이터에 추가로 회원사를 통해 유입된 데이터를 함께 통합, 가공하여 회원사에게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시스템 역량이 부족한 회사라면, 밸류링크유의 시스템을 내부 시스템처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시스템 역량을 공유한다. 밸류링크유 사이트에 들어와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고, 내부 시스템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링크를 따로 제공받을 수도 있다. 오픈 API를 제공받아 시스템 연동을 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이렇게 밸류링크유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기술 리소스는 ‘무료’다.

밸류링크유가 무료로 기술을 제공한다면 GSDC를 통해 무엇을 얻을까. 밸류링크유는 GSDC 회원사들과 동일한 이익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여러 기업들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통합한다. 데이터가 연결되는 완연한 물류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복안이다.

그렇다고 밸류링크유의 기술로 GSDC를 전부 채우겠다는 것은 아니다. GSDC에 IT기업들이 합류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갖고 있는 전문 기술 역량이 회원사가 필요로 하는 영역에 도입된다.

남 대표는 “GSDC는 하나의 기술 세트를 구상하려고 하지만, 이것은 컨소시엄의 기술이지 밸류링크유의 기술이 아니다”라며 “빠르게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까지 컨소시엄에 합류하도록 하여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미 뒷단의 기술은 존재하고 있지만, 앞단의 기술이 준비가 안돼서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원사들과 함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스터디하고, 향후 결과물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라 전했다.

폐쇄성을 넘는 방법

다양한 참가 업체와 기관의 이해관계가 엮이는 컨소시엄이다. 여전히 자사의 정보를 외부에 공유하기 꺼려하는 업체들의 관성과, 컨소시엄 안에서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경쟁과 견제는 넘어야 할 장애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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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DC는 아직 데이터 공유의 부담감을 느끼는 기업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먼저 참가기업들의 데이터 공유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GSDC가 회원사에 데이터 공유를 권장하긴 하지만,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컨소시엄 회원사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데이터 공유에 참여하고 공동연구에 힘을 보태냐에 따라 가져가는 데이터의 수준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

혹여 데이터를 공유한다고 해도 기업이 원치 않는 기밀 정보 유출은 철저하게 방지한다는 설명이다. 그 방안은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사무국’의 설립이다. GSDC는 회원사들의 공동 투표를 통해 사무국 의장과 부의장을 선정한다. GSDC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회원사들에게는 기업의 규모나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양과 상관없이 모두 ‘한 표’의 투표권한이 주어진다. 특정 기업이 헤게모니를 쥐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방향성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차기 총회가 열릴 때까지 의장과 부의장은 공석으로 남아있는데, 그 동안은 회원사 투표와 자문위원단을 통해 공동 의사결정을 진행한다. GSDC 자문위원회에는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 손영호 SM상선 전무, 최영석 남성해운홀딩스 실장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자문교수로는 민정웅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가 초빙됐다.

네트워크간 연결로

GSDC는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한 컨소시엄이다. 우선 국내업체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완성하고, 글로벌까지 연결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업체까지 GSDC에 합류시키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에서 특화된 물류 네트워크를 만든 사업자들과 GSDC의 국내 네트워크를 연결하여 전체 공급망의 완결성을 답보한다는 설명이다. 네트워크와 네트워크의 연결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GSDC는 ‘데이터 업무 트랙’과 ‘블록체인 업무 트랙’ 두 가지로 나눠 업무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데이터 업무 트랙은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방안으로 물류 플랫폼이나 기업 운영 데이터의 인터페이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렇게 모아놓은 방대한 데이터 위에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나 인공지능 기술을 입혀서 분석까지 가능하도록 한다. 나아가서는 자율주행, 무인화 기술까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블록체인 업무 트랙이다. GSDC는 현존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글로벌까지 연결시키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은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를 통해서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업체마다 각각 다르게 쓰는 마스터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선행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그 위에 블록체인 기술을 얹히고, 한국에서 확보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블록체인 물류 네트워크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민정웅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머스크와 같은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 화물과 정보와 재무의 흐름을 그들이 가진 컨테이너 안에 꼭꼭 싸매고 전 세계 물류를 장악하려고 한다”며 “현실적으로 아직 한국에는 머스크와 같은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물류기업들은 뭉쳐야 한다. 비록 지금은 작고 외소하고 힘이 약할지라도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뭉쳐서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거대기업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