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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누가 간호해주나요?”

1년 차 간호사가 겪은 일상은 생각보다 고됐다. 몸이 힘든 것은 감수하더라도, 바쁜 업무 탓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도 어려웠다.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환자의 건강과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데, 매일이 살얼음판이었다. 그 일상과 감정을 만화로 그려 SNS에 올렸더니 생각보다 호응이 컸다. 댓글이나 다이렉트 메시지로 상황을 공감하는 간호사들의 사연 제보와 응원이 잇따랐다. “아, 간호사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스물일곱 살의 오성훈 간호사가 병원을 그만두고 동료와 함께 창업에 나선 이유다.

포털 검색창에 ‘태움’이란 단어를 집어넣으면 제일 처음 뜨는 기사가 ‘태움 탓 목숨 끊은 간호사’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서열에 따라 행해지는, 일명 군기 잡기를 말한다. 누군가는 이 괴롭힘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오성훈 대표가 보기에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원인 중 하나로 보였다. 간호사 한 명당 보아야 할 환자 수가 많고, 제대로 교육을 받기 어려운 현실에서 태움과 같은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당장 인력 충원이 어렵다면, 간호사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교육을 받고 업무에 적응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널스노트는 이 취지에서 시작됐다.

널스노트는 한 마디로 ‘간호사를 위한 폐쇄용 커뮤니티’다. 병원 부서별 구성원끼리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앱인데, 네이버 밴드를 생각하면 쉽다. 부서별 밴드 커뮤니티에 업무 지침과 교육 자료 등을 올려놓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신규 간호사의 업무 교육과 적응을 돕고, 교대 근무 확인 등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게 해 효율을 높인다는 이야기다. 최근 널스노트는 ‘간호사 인식개선’ 캠페인을 와디즈 펀딩을 통해 진행하기도 했다. 널스노트가 어떤 비전이 있는지, 오성훈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전라도 광주 출신의 그는, 창업 역시 고향에서 했다.

오성훈 널스노트 대표

간호사 출신이다. 어떤 문제 의식을 느껴 창업하게 되었나?

인스타그램에 간호사와 관련한 만화를 올렸다. 저도 사실 신규 간호사 생활이 힘들었는데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간호사가 많이 힘들어한다는 걸 SNS로 느꼈다. 사연을 받거나, 아니면 제가 느꼈던 걸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거기에 정말 많이 공감해주고 사연도 보내주더라. 위로를 받았다는 사람도 많았다. 간호사 이야기만 다루는데도 현재 팔로우가 거의 3만5000명까지 늘었다. 일주일에 60만명에서 120만명까지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노출이 되고 있다. 그런 걸 봤을 때 사람들이 간호사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부분이 확실해졌다.

어떤 부분을 가장 심각하게 보았나?

세 가지다. 첫째로는 일 자체가 힘이 든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삼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생체 리듬이 무너진다. 이건 누구나 아는 힘든 부분이다. 두 번째는 개편하기 어려운데,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한국 간호사가 서너 배 많은 환자를 담당한다. 간호사 한 명당 열 명에서 스무 명까지 담당을 하고 있다. 일도 힘든 데 앞에 환자도 많으니 간호사가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환자에게 잘해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난다. 그래서 선후배 사이에 ‘태움’이라는 게 발생한다.

 

오성훈 대표가 ‘리딩 널스’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 연재중인 만화.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그린 만화로 공감을 얻었다.

태움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혼내는 문화다. 군대의 위계질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때 태움이라고 한다.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태움과 배움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일을 알려주기 위해서, 큰 실수를 했을 때 확실히 훈계와 가르침은 필요하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다. 그걸 넘어서 태움이라는 것은 인격적으로 모독을 한다든지, 일 이외의 개인에 대해 인신공격을 한다든지 하는 거다. 일과 관련 없이 미워한다거나 혹은 텃세를 부린다거나 하는 것들이 태움이다.

앞서 언급한 심각한 문제 중 세 번째 얘기를 아직 못했다

여러 간호사와 인터뷰하고 느낀 거다. (병원마다) 적절한 교육 시스템이 갖춰지긴 했지만, 교육 기간이 짧다. 간호사 인력 특성상 신규 간호사가 처음 병원에 들어가면 전체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후 부서로 파견해 사수가 부사수를 전담 마크하는 교육 기간이 있다. 이때 부사수는 사수와 같은 군무에 들어가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배운다. 현실적으로, 이 기간이 8개월에서 12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제가 개인적으로 조사한 거나 통계치 모두 이 기간이 한 달 반에서 석 달 정도가 가장 많았다. 나도 (현직에 있을 때) 두 달 교육 받았다. 두세달만에 완벽하게 (간호 업무를) 숙지할 수 없다. 약물이나 처치도 경우에 따라 수십 가지가 될 텐데 두 달 만에 신규 간호사가 혼자 업무에 투입되는 것이다.

왜 그런 일이 발생하나?

간호사 한 명당 맡아야 할 환자 수가 많아서 그렇다.

그렇게 되면 혹시라도 의료사고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

그렇다. 이건 국민 건강의 위협까지 갈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창업하게 됐다. 앱을 개발했고, 베타 테스트 기간이다.

어떤 서비스인가?

‘널스 노트’라는 거다. 저희가 개발하는 핵심 기술은 간호사의 교육 기간이 부족하다는 세 번째 이유에서 나왔다. 병원 부서별로 업무 내용이나 교육 자료, 실무 지침서 같은 것이 있다. 그런 것들이 엄청 오래되어서 업데이트가 안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이로 두껍게, 몇백 페이지씩 되어 있어서 업무 실효성도 없다. 신규 간호사는 모르는 게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자기 교육자(사수)에게 물어보면 혼이 난다. “알려줬는데 왜 모르느냐”는 거다. 혼이 나면 압박감이 심해진다. 그게 변질이 되면 태움이 된다. 그걸 예방하기 위해서 ‘전자 지침서’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앱을 개발했다. 쉽게 말하면, ‘밴드’처럼 부서 사람들이 업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재 베타테스트 중인 널스노트 앱

병원 부서 사람들끼리만 쓰는 SNS인가?

예를 들어서 17명의 간호사가 한 부서라면 밴드처럼 방을 만들어서 그 부서 사람들만 내용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그 부서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업무나 교육 자료, 지침이 그 안에 들어가게 된다. 위키백과처럼 공유된 노트를 서로 수정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일하다가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앱에 들어가서 약 처방이나 프로토콜 같은 걸 검색해서 볼 수 있게 했다. 그렇게 되면 업무에 드는 수고를 현저히 줄일 수 있게 된다.

베타 테스트 기간이라고 했는데, 누굴 대상으로 시험 중인가?

내부적으로 기능 테스트 중이다. 기능이 잘 되고 있는지 웹사이트와 호환 작업을 한다. (적용을 위해서는) 현재 대학 병원 두 곳과 긴밀하게 이야기 중이다.

기존에 종이로 있던 업무지침을 디지털로 옮긴다고 하는데, 이건 어떻게 작업이 되는 건가?

전국에 있는 모든 병원의 프로토콜이 전부 다 다르다. 그걸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도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쓰는 기본적인 지침은 있다. 그런 것은 사전에 앱에 넣는다. 병원과 계약을 한다면, 정리된 프로토콜을 우리 쪽에서 작업해 넣는다. 부서별로 다른 문화, 업무 방침은 사용자들이 넣고 수정할 수 있다. 작업 기록이 남기 때문에 함부로 수정할 수 없게 했다. 대형병원은 교육이나 지침 정리하는 간호사가 일 년에 세 명 정도씩 배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어차피 정리할 거를 저희 플랫폼에 차곡차곡 쌓아놓기만 하면 업무가 줄어들게 된다.

관련 데이터가 많이 모이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이 데이터로 간호사가 어떤 걸 어려워하고, 어떤 걸 힘들어하는지 전국적인 데이터를 뽑을 수 있다. 그래서 간호협회나 보건복지부 등에서 중점적으로 잡아야 할 정책에 조언을 하거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병원에 간호사들이 어떤 걸 힘들어하는지 데이터를 분석해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왜 이직을 하고 사직을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간호사의 이직률이나 퇴직률을 낮출 수 있다. 대학병원에서 한 명을 뽑으려면 인사조직 운영부터 채용 교육까지 6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은 든다고 실무자한테 들었다. 이직률이 줄어들면 병원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SNS로 묶을 경우 간호사가 오히려 업무와 일상을 구분하기 어려워 힘들어지진 않을까?

그렇지 않다. 업무와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한다는 게 맞는 것 같다. 업무적인 측면에서는, 지금과는 다르게 데이터를 토대로 한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는, 공지사항이나 근무표 같은 것이 삼교대다 보니까 매일 인수인계가 되어야 하는데, 이걸 기존에는 단톡방을 통해 공지할 때가 많았다. (공지를) 맡아서 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중구난방이고 또 누락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걸 모른 채로 출근하거나 혹은 위험 약품 취급에 대한 지침이 바뀌었을 때 모르고 업무를 할 경우엔 어려움이 생긴다. 또, 업무가 바뀔 때마다 단톡방이나 개인 연락이 오다 보니 온전하게 일상에서 쉬지 못한다. 업무 앱 하나에서 중요한 공지나 근무표가 연동되면 쉴 때는 확실하게 쉬고, 병원 출근 전에 숙지해야 할 내용도 챙길 수 있다.

지난해 10월, 세명이서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다섯명이 됐다. 맨 왼쪽은 황재성 CTO.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되나?

앱 개발을 마치고, 병원이 저희 걸 본격적으로 쓰겠다고 하면 그 병원에 맞게 앱을 커스터마이징 할 예정이다. 시스템을 설비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광고는 단기적 수익 모델이지만, 추후 (의료 문제와 관련한) 정책적으로나 빅데이터 적으로 가치와 파급효과가 있을 것 같다. 또, 간호사를 위한 쇼핑몰이나 커뮤니티 운영 등으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람이 많이 모이고 쓴다면, 새로운 BM을 만들 수 있다. 결국에 저희는, 교육 쪽 문제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컨설팅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떠한가?

지난해 10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으로 선정됐다. 광주 테크노파크에서 청년예비창업가발굴육성사업에 선정되기도 했고다.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스마트콘텐츠사업지원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지난 8개월간 다 합쳐 약 1억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와디즈 펀딩을 통해서 ‘간호사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어떤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나?

“고작 캠페인 하나로 얼마나 바뀌겠어?”라는 의구심이 있는데,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왜곡된 간호사의 인식이 간호사를 살인적인 업무보다 더 지치게 만든다. 다행히 호응도 크다. 캠페인 오픈 10분 만에 목표액의 100%를 달성했고, 2주 만에 1000%를 모았다. 아직 펀딩 중에 있다. 이런 취지에 동참하는 의미로 저희 사업에 포널스 출판사, 간호교육연수원, 너스키니, 드림널스, 간호사 작가협회, 조선간호대학교 등 간호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 및 회사들의 후원 및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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