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류란 무엇인가. 지난달 2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에 따르면 생활물류서비스는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소형․경량의 화물을 집화, 포장, 보관, 분류 등의 과정을 거쳐 배송하거나 정보통신망 등을 활용하여 이를 중개하는 행위’라 정의된다. 방점은 소비자와 소형경량, 그리고 정보통신망에 맞춰져 있다.

법안에 따르면 생활물류는 택배서비스사업과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을 포함한다. 여기서 법안이 정의한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은 이륜차 물류는 물론 드론 등 택배서비스사업에 활용되는 화물자동차가 아닌 새로운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생활물류를 포괄한다. 이에 따라 근로여건이 우수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운수사업 종사자의 권익 증진 및 안전강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규율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쉽게 말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은 그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포함돼 함께 관리되던 ‘택배업’을 별도로 생활물류로 분류하고, 아예 법이 없이 무법지대에 방치됐던 ‘이륜차 물류’를 법제화하고자 한다. 여기에 조금 멋있는 드론도 같이 껴 넣은 것이다.

세상에 없던 거창한 것이 새로 생기는 건 아니다. IT와 결합한 물류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신생기업 중에서 ‘이륜차 물류’를 기반으로 한 업체는 많다. 우아한형제들, 메쉬코리아, 바로고와 같은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들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외국계 유니콘 스타트업으로는 고고밴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버가 한국에서 하고 있고, 다음달 철수 예정인 우버이츠도 생활물류의 영역이다.

마찬가지로 ‘택배’ 비슷한 것을 하고 있는 업체도 많다. 쿠팡처럼 아예 택배사업자로 인증 받은 자회사를 두고 있는 업체를 필두로 마켓컬리, 헬로네이처와 같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커머스업체들이 대표적이다. 팀프레시와 같이 사륜차로 B2C 콜드체인 물류 아웃소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하다못해 꽃배달이든, 세탁물 배달이든, 이사든, 반려동물 용품 배달이든, 편의대행이든 무엇이든 한 때 유행했던 O2O라 불리는 영역 중에 물건의 이동이 딸려오는 대부분의 것들은 생활물류 영역에 들어간다. 심지어 최근에는 택시로 택배를 하겠다는 업체도 나타났는데, 이 또한 어찌 보면 화물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생활물류다. 아직 드론 가지고 물류를 하겠다는 업체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정사업본부나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같은 큰 기업들이 간간히 열심히 드론배송을 한다고 한다. 생활물류다.

요즘 쿠팡(쿠팡이츠)도, 배달의민족(배민커넥트)도, 메쉬코리아(부릉프렌즈)도 하고 있는 크라우드소싱 배달도 생활물류처럼 보인다. 오토바이만 이륜차는 아니고, 자전거나 e모빌리티를 활용한 물류도 생활물류처럼 보인다.

생활물류를 둘러싼 논쟁

업계 한 편에서는 당장 눈앞에 다가온 생활물류의 법제화를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한국통합물류협회와 택배노조 사이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생활물류법으로 시장 혼란이 우려되고, 이에 따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반발하는 부분은 크게 3가지로 1) 택배노동자 파업이 일어날 경우 소비자 피해를 입을 보호방안이 없다, 2) 택배 노동자의 업무로 이야기 되는 ‘분류’에 대한 불명확한 규정이 업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3) 택배 노동자는 독립된 사업자임에 불구하고, 택배 노동자에 대한 택배업체의 지도·감독의무와 보호 의무를 부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18일부터 연이어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한국통합물류협회를 비판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택배업체들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법을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요구하는 사항들은 지금껏 택배노조가 요구했던 사항들과 정면으로 배치하는 내용이다. 순서대로 택배노조는 지난해 일어난 CJ대한통운 파업을 주도했었다. 택배기사의 분류 업무에 대한 부가수익을 줘야된다는 것도 택배노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사안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택배노조는 택배기사의 보호와 고용 안정성 또한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요컨대 한국통합물류협회와 택배노조측은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최대한 서로에게 유리한 부분을 법안에 반영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있는 내용은 특수고용직노동자이자 플랫폼 노동자인 택배기사의 근로자성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이냐다. 택배업체는 최대한 근로자성을 빼고 싶은 입장이고, 택배노조는 최대한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싶다.

혼란의 생활물류, 방향성은?

이런 생활물류의 현재와 향후 방향성을 알아볼 수 있는 세미나가 열린다고 한다. 진짜유통연구소는 오는 10월 5일 토요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생활물류 세미나 ‘흐름과 빨래와 맛과 퀵’을 개최한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의 키노트 스피치를 시작으로, 서용진 런드리고 SCM실장,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 박순호 플리즈 대표의 발표가 이어진다. 송재철 나우픽 대표가 참여하여 진행되는 토크콘서트가 이어진다.

런드리고는 세탁 O2O 업체고 역물류와 정방향 물류를 포함한 수거 및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체인로지스는 택배의 허브앤스포크를 서울 도심에 제공하여, 단가 경쟁력을 만든 이륜차 퀵서비스 업체다. 플리즈는 마이크로 물류서비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나우픽은 도심 거점 기반 편의점 상품 시간지정 즉시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모두 이륜차 혹은 사륜차로 생활물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렇게 잔뜩 써놨지만, 기자는 생활물류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어차피 물류는 어디에든 있고, 그렇다면 모든 물류는 생활물류다. 고객과 붙어있는 B2C 물류가 생활물류인지, 이륜차나 1.5톤 미만의 소형 화물차를 이용해야 생활물류인지, 드론을 날려야만 생활물류인지, 그런 논의를 이 세미나에서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과거 일반적인 물류는 B2B 물류였고, 전문가나 담당자에게만 의미 있는 단어였다면, 지금의 생활물류는 내 삶을 더 편하게 내 여가시간을 더 보장해주는 내 손에 잡히는 물류라 생각한다”고 생활물류를 정의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