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가 25일부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물류 서비스 ‘샛별배송’에 사용되는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바꾼다. 종전 마켓컬리의 냉장식품 포장은 종이로, 냉동식품 포장은 EPS박스(스티로폼 박스)를 혼용했던 구조에서의 변신이다. 나아가 마켓컬리는 2021년까지 샛별배송을 하지 않는 지역의 ‘택배 배송’까지 종이 포장을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포장지뿐만 아니다. 완충재, 파우치와 지퍼백, 냉매와 같은 부자재 또한 친환경 소재로 변경한다. 기존 비닐 완충 포장재는 종이 완충 포장재로, 비닐 파우치와 지퍼백은 종이 파우치로, 박스테이프는 종이테이프로 바꾼다. 아이스팩은 100% 워터팩으로 변경 도입한다. 가까운 시일내에 워터팩 또한 종이 포장재로 변경한다.

마켓컬리는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사가 사용하는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바꾸는 ‘올페이퍼첼린지’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약 8개월 전부터 논의됐고, 이제 첫발을 뗬다.

마켓컬리의 하루 물동량은 주문건수 기준 3~4만개, 상품출고개수 기준 40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 물동량 기준 샛별배송의 비중은 약 80%에 달하는데, 이 만큼의 숫자를 배송하는 포장재가 전량 종이박스로 대체되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이렇게 고객에게 배송한 종이박스를 다시 수거하여, 폐지 재활용 업체에 재판매한다. 종이박스를 재판매한 수익금은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에 전달돼 초등학교에 교실 숲을 조성하는데 사용된다.

마켓컬리가 명명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올페이퍼첼린지’다. 지구와 환경, 사람을 위한 도전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마켓컬리는 기존 사용량 기준, 연간 750톤의 비닐과 2130톤의 스티로폼 감축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왜 친환경인가

하지만 마켓컬리는 트리플래닛과 같은 사회적기업이 아니다. 이익을 통해 성장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에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마켓컬리는 매년 영업손실이 증가하고 있는 적자기업이다. 브랜딩이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측면의 친환경 가치를 전면에 내 걸기엔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실제 마켓컬리가 공식적으로 내거는 절대 가치는 친환경도 종이 포장도 아닌, ‘품질’이다.

마켓컬리가 제 1가치 품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들. 참고로 말하면 마켓컬리의 ‘새벽배송’과 ‘풀콜드체인’과 같은 물류 역량은 품질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새벽배송은 농장부터 고객의 식탁까지 전달(Farm to Table) 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도입한 것이고, 풀콜드체인은 특정 상품이 산지에서 생산된 상태 그대로 배송하기 위해서 구축한 것이라는 게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켓컬리가 ‘친환경’을 강조하는 이유는 있다. 마켓컬리에 상품을 공급하는 생산자, 마켓컬리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잠깐 지속적인 적자에 대한 김 대표의 설명을 첨언한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가 공헌이익을 내기 시작한지는 이미 2년이 넘었다. 고정비 투자를 제외한다면 한 건 배송할 때마다 이익을 남기고 있는 것”이라며 “때문에 기업의 성장에 따르는 물류자산, 고객획득, 직원채용,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와 같은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끝난다면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먼저 고객. 마켓컬리의 고객들은 오래 전부터 VOC(Voice of Customer)를 통해 재활용 되지 않아 처리가 곤란한 EPS박스와 냉매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컬리의 포장재가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는 비판도 왕왕 있었다. 이에 마켓컬리는 새벽배송기사를 통해 EPS박스와 냉매 등 신선포장 부자재를 회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수거를 한다 해도 플라스틱 부자재는 썩는데 여전히 수백년이 걸렸다.

마켓컬리의 공급 파트너인 생산자들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자연에서 부산물을 얻는 이들이고, 마켓컬리가 전해들은 그들의 걱정 중 하나는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이었다. 마켓컬리의 고민이 시작된 부분이다. 마켓컬리가 그들의 파트너인 공급자의 생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 생태계는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마켓컬리가 잘 되면 잘 될수록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되는 것은 아닐까.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마켓컬리가 환경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단순히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목적으로 하는 행보가 아니다. 고객들에게 꾸준하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존재하는 생태계에 옳은 일을 해야 한다”며 “그것을 언젠가 고객들이 알아주는 시점이 올 것이고, 그것이 곧 생산자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이유가 되고, 회사가 영속할 수 있는 길을 만들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왜 종이인가

마켓컬리가 친환경 소재로 ‘종이’를 도입한 이유도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많은 논의와 실험 결과 종이가 가장 친환경적이고 동시에 효율적이라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재사용 포장백(에코백)’도 마켓컬리가 도입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의 선택지에 있었으나, 여러 식품을 포장하고 세척을 반복하는 행위에 대해 위생 우려를 표한 고객들로 인해 논외로 뒀다.

마켓컬리는 친환경 측면의 효율도 에코백에 비해 종이 포장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마켓컬리가 인용한 영국 환경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코백은 비닐봉지보다 131번 이상 더 사용해야 환경 보호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종이는 우리나라 기준 재활용율이 90%에 육박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다. 동시에 보냉력 또한 확충할 수 있다. EPS박스 대비 저렴한 단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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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가 친환경 포장재로 도입을 고민하다가 논외로 둔 에코백. 마켓컬리는 위생과 환경 이슈 측면에서 에코백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종이 포장재’ 전면 확장을 결정한다.

물론 처음부터 마켓컬리의 종이박스가 모든 측면에서 효율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마켓컬리는 2017년 처음으로 친환경 종이 박스 에코박스 V1을 도입했다. 이 당시 박스 안에는 보냉성 유지를 위한 ‘은박 비닐 코팅’이 있었다. 고객이 종이박스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비닐 코팅을 종이 상자에서 따로 분리해서 배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더군다나 이 비닐 코팅은 친환경 소재가 아니었다. 이때만 해도 마켓컬리의 종이박스는 EPS박스 대비 단가가 비싸기도 했다.

분리배출 해야 하는 비닐 코팅이 붙어있는 에코박스 V1(사진: 마켓컬리)

비교적 최근인 2019년 1월 공개된 에코박스 V2에는 이 은박 비닐이 사라졌다. EPS박스 대비 불리했던 종이박스의 단가 경쟁력도 만들어졌다. 물론 이 당시까지만 해도 마켓컬리의 종이포장은 냉장식품에 한정해서 적용됐다. 냉동식품은 여전히 EPS박스를 이용해서 포장했다. 포장 기술의 한계는 존재했다.

이번에 마켓컬리가 공개한 에코박스 V3는 종전 V2와 외관상으로는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냉동식품 포장을 위한 보이지 않는 기능을 강화했다. 김 대표는 “냉장에서 냉동식품까지 종이 포장 품목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낮은 온도에서 상품을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드라이아이스가 포장 부자재에 포함됨에 따라 냉매가 포장 밖으로 새는 현상 또한 막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에코박스 V3에는 이중 골판지 구조와 패드 구조를 강화해서 사실상 V2와 똑같이 생겼지만 실제로는 다른 박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가 새롭게 도입하는 냉동 보냉박스는 자체적으로 103회의 테스트와 1550여회에 달하는 모니터링을 거쳐 탄생했다. 마켓컬리의 배송 포장재 관리 기준인 냉해와 해동률 0.015% 이하, 상품 파손율 0.4%, 워터팩 파손율 0.03% 이하 기준 조건을 모두 충족하여 도입을 확정했다. 이 박스는 모든 조건에서 12시간 이상 영하 18도를 유지해 상품의 품질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남은 숙제들

마켓컬리의 다음 숙제는 현재 EPS박스로 배송을 하고 있는 샛별배송 외의 택배 배송지역까지 ‘종이박스’를 확산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생산자와 협력을 통해서 상품 포장재 또한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는 설명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여태까지는 마켓컬리 혼자서 할 수 있었던 영역이었다면, 이 시점부터는 외부 파트너들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택배업체까지 종이포장을 통한 배송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택배업체가 마켓컬리의 상품을 신선식품 배송에 적합한 형태로 별도의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

김 대표는 “택배업체는 워낙 많은 고객의 다양한 물건을 실어 나르다보니, 마켓컬리만을 위한 서비스를 하기는 어렵고 그렇기에 계속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EPS박스 대비 종이박스에 존재하는 여전한 단점은 파손이 잘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마켓컬리는 종이박스의 완충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여전히 택배터미널의 고속 자동분류기(Sorter)를 통과하다보면 박스가 파손될 가능성이 높다. 종이박스의 파손율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인가 파트너와 함께 고민할 것”이라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ka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