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업계의 최대 화두는 넥슨이다. 오랜기간 한국 게임산업을 대표해온 이 회사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주 회장은 넥슨의 지주회사 NXC를 매각하려다 포기했다. 김 회장이 생각하는 넥슨의 가치와 시장에서 평가하는 가치가 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김 회장 생각보다 넥슨은 매력 없는 매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넥슨에 엄청난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이미 여러 신작 게임 개발이 중단됐고, 현재 개발중인 게임도 몇몇은 이용자를 만나보지 못하고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10년 가까이 준비해온 페리아연대기 개발이 중단됐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넥슨 게임 개발의 상징과 같았던 정상원 개발총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났고, 김정주 회장의 복심이라던 박지원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사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은 긴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부정하지만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넥슨 노조(화학섬유식품노조 넥슨지회)가 처음으로 길거리 집회를 연 이유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현재, 지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듯 보인다. 사실 그럴만하다. 넥슨은 지난 10년 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히트작이 거의 없고, 반짝 인기를 끌다가도 금방 시들었다. 1조원을 벌어다주는 던전앤파이터를 제외하면 돈 되는 게임은 손에 꼽힌다.

그러나 한가지 의문이 있다. 김 회장의 책임은 없을까?

김 회장은 꽤 오랫동안 넥슨 운영에 큰 개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바일이라는 거대한 폭풍이 불면서 넥슨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김 회장이 한 일은 유모차 회사를 사고, 레고블록 관련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었다. 김 회장이 유모차와 레고블록 회사를 사던 그 시기,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폭발했다. 비슷한 시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핀란드의 슈퍼셀 지분 51%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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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매력적이지 않은 매물이 된 가장 큰 책임은 1차적으로 김 회장 자신에게 있다. 넥슨이라는 큰 배가 폭풍우를 만나 고난을 겪고 있는 동안 김 회장은 다른 곳에 더 신경 쓰는 듯 보였다. 불행히도 개인적인 송사까지 겹쳐 넥슨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넥슨은 점차 시들어갔다. 페리아연대기는 10년 가까이 출시되지 않았다. 동시에 10년 가까이 실패하지 않았다. 출시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는다. 1~2년 연기하면, 1~2년은 안전하다. 그렇게 넥슨에는 출시되지 않는 신작들이 쌓여갔다. 실패하지 않고 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돈은 던전앤파이터가 벌어다주니까.

김 회장은 넥슨의 새로운 구세주로 던전앤파이터의 아버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생각하고 있는 듯 보인다. 허 대표는 최근 넥슨에 합류했다. 아직 구체적인 보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상원 전 부사장 대신 개발을 이끌게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 회장은 허 대표와 함께 하기 위해 넥슨코리아를 통해 3500억원이라는 거금을 원더홀딩스에 투자했다.

넥슨을 새롭게 다시 일으켜세우는 역할은 김 회장이 해야 한다. 허 대표가 어떤 일을 하게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던전앤파이터 성공신화에 희망을 걸기엔 너무 오래전 일이다.

김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다시 희망과 열정을 불어넣고, 그들에게서 스타트업과 같은 도전정신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가치대로 넥슨을 매각할 수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하듯 CIC(Company In Company) 같은 것을 만드는 게 방법이 될 수도 있고, 조직을 유지하면서 성과보상체계를 바꾸는 게 대안일 수도 있다.

방법이 무엇이든, 그에 앞서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설명을 해야한다. 회장이 회사를 팔려다가 실패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희망과 열정,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을 리 없다. 김 회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넥슨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직원들은 알 권리가 있다.

넥슨 노조가 판교 거리에 선 것은 ‘불안감’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없다’는 원론적 메시지만으로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불안감이 가득한 사람들이 만든 게임이 재미있을 리도 없다. 블라인드에서 상주하는 직원이 많아질수록 넥슨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직원들의 불안감을 없애고 그 자리를 열정으로 채울 사람은 김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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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