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기자의 소망: 페이스북 좋아요 사라지면 안 돼

테크크런치 등의 외신이 ‘페이스북이 좋아요를 숨기는 기능을 고려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기능은 인스타그램에 시험 적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전체에 적용된 것이 아니라 7개국에서 일부 사용자에게만 시험 적용됐다. 유식한 말로 A/B 테스트다. 페이스북은 A/B테스트를 밥 먹는 것보다 자주 한다.

사건은 리버스 엔지니어링 마스터인 제인 만췬 웡(Jane Manchun Wong)이 안드로이드 앱을 뜯어보다 발견했다. 안드로이드 페이스북 앱 안에서 좋아요가 숨겨져 있는 기능이 있음을 알아챈 것이다.

전체 좋아요는 물론 좋아요, 멋져요 등의 카운트도 사라진 것이 보인다.

기자는 처음으로 기자가 됐을 즈음, 2009~2010년쯤 페이스북을 개설했다. 그러나 기자의 페이스북은 조용했다. 기자는 인기인으로 살아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싸이월드에서도 투멤은 커녕 방문자 10 이상을 넘겨본 적이 흔치 않다. 매일 내 싸이월드에 오는 두명을 빼면 새로 오는 사람은 8명뿐이었던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라이크는 싸이월드 방문보다 더 쉬움에도 5를 넘기기 어려웠다. 어쩌다 20이 찍힐 때면 파티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당시 페이스북의 용도는 오프라인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거나, 유명인들을 팔로우해서 소식을 받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다 페이스북에서 조금 알려지는 계기가 있었는데, 한 호텔에서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다. 3일간 진행하는 거대 컨퍼런스로, 오전부터 저녁까지 수십개의 세션을 진행하는 거대 컨퍼런스였다. 호텔 역시 고급 호텔이었다. 어떤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내 마음속 최고의 호텔 중 하나였다.

해당 호텔은 컨퍼런스로 인해 급격히 식사하는 사람이 늘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모양이었다. 그 아르바이트생은 불안한 걸음으로 내 곁을 스쳐 지나다가 스텝이 꼬여 내 몸에 뜨거운 된장국을 퍼부었다. 아끼던 코트는 갑자기 된장바다가 됐고 함께 컨퍼런스에 간 기자들은 된장남이라 놀려댔다. 호텔에서는 세탁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코트와 바지를 맡기고 대신 아르바이트생들이 입는 바지를 입었는데, 그 바지가 하필 무서운 사람들이 입는 항아리 핏이었던 것이다.

동료들은 웃다가 눈물바다가 됐고 실의에 빠진 나는 그 현장을 시리즈로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걸 본 사람들은 또한 눈물바다가 됐고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당시 좋아요는 33 수준인데 지금으로 환산하면 300쯤은 될 것이다. 그때부터 내 페이스북은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다. 글을 잘 써서가 아니었다. 이후로 나는 페이스북에서 사랑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모임을 개설하고, 기사를 유통했다. 삶의 일부가, 삶 중에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것 기록돼 있다.

좋아요는 일종의 권력이다. 좋아요가 쌓이고 댓글이 늘어나면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난다. 개인 계정이지만 페이지처럼 쓰인다. 사람들은 그 개인의 계정에 와서 자기들끼리 멱살을 잡고 싸우고 사랑도 싹트고 아재개그를 하다 욕도 먹는다. 인간 이종철의 계정은 가끔 개인의 것이 아니라 페친 모두의 것이었다. 이전의 회사를 초기에 알린 것도 계정을 통해서였으며, 현재의 회사에 입사한 것도 페이스북에서 남혜현 기자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직 공고 역시 페이스북 영상으로 돌릴 정도였다. 엄지용 기자 역시 페이스북으로 알고 지내다 입사 권유를 했다. 말하자면 기자는 원래 인기 있는 사람이 아니라 1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서 겨우 빛 좀 보려는 사람인 것이다. 현재도 많은 라이크를 받는 건 아니지만 천천히 꾸준히 쌓아온 것들이라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 노력의 결정체가 사라진다니 허망한 기분이다. 그러나 해당 기능은 자신에게는 좋아요 수가 보인다. 과도한 경쟁을 하지 않도록 상대에게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아요 수가 전시의 성향을 벗고 자아실현의 의미가 된다면, 좋다. 받아들일 수 있다. 아무도 모르게 내면의 만족도만 채운다면 서운하지만 못 알릴 정도는 아니다. 부끄럽지만 좋아요 수를 캡처해 직접 알리는 방법도 있다. 원래 양심 없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법이다. 그러나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저 단순한 지표가 사라지면 앞으로는 AI로 정보를 크롤링하는 기업만이 인플루언서 활용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스크린샷을 보면 댓글의 수는 여전히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댓글을 통한 참여도가 인플루언서의 좋은 지표가 될 수도 있다.

여기까진 뇌피셜이었다. 페이스북 코리아 확인 결과 테스트는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전 세계 각국 일부 사용자에게 A/B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하면, 그 안에 한국이 들어갈 가능성은 높다 정도로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아직 테스트는 진행되지 않았고 확인된 것도 없다는 것이다. 내 노력을 앗아가지 마라 이놈들아.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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