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택시’로 물류를 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났다. 2018년 11월 창업한 딜리버리T다. 딜리버리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샌드박스 임시허가를 지난 4월 접수해 둔 상태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전문위원, 이해당사자가 모인 1차 사전 검토를 마쳤고, 조만간 사업 추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회사측은 판단하고 있다.

사실 택시 물류는 예전부터 있었다. 양재동 화훼시장의 꽃배달을 택시가 일부 맡아 하고 있었고, 일부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근처에 있는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할 때도 택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부대에서도 급한 서류 전달에 ‘택시’를 이용한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참고 콘텐츠 : 화물 나르는 택시를 만나다]

최근에는 ‘타다’와 같은 여객 플랫폼이 물류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다 드라이버 관계자는 “타다 드라이버를 하던 중에 언젠가 승객 한 명이 타다를 호출하고 박스 7개를 차에 실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만난 음식점에 식자재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택시차량

택시 물류의 세 가지 효용



택시 물류는 기존 시장의 대체재인 퀵서비스에 비해 세 가지 효용이 있다. 하나는 택시 유휴시간의 보충을 통해 택시기사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최대 택시중개 플랫폼 ‘카카오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에 따르면 택시는 피크타임인 저녁시간 이후에는 ‘공급’이 부족하고, 주간에는 공급보다 수요가 부족하다. 택시 승객이 부족한 유휴시간에 ‘화물’을 넣는다면, 택시기사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택시기사는 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화물 운송을 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택시에 택시운송 외에 새로운 수요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펫택시가 됐든, 또 다른 무엇이 됐든 주간에 발생하는 택시 수요 부족 구간에 플랫폼 택시기사의 수익을 더 챙겨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퀵서비스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물론 택시로 소화물을 배송한다고 하면 퀵서비스 가격과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타다로 이사를 한 사례처럼 오토바이로 운송하기 어려운 중량화물을 배송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 다마스나 용달차를 불러서 운송하던 수만원부터 시작하는 단가체계를 수천원부터 시작하는 단가체계로 파괴한다. 굳이 ‘타다’를 불러서, 혹은 타다 이전에 ‘택시’를 불러서 이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왜 있었을지 생각해보자. [참고 콘텐츠 : 카카오택시가 화물을 나른다면]

실제 기자가 만난 한 택시기사는 “언젠가 택시를 불러서 이사를 하는 중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며 “택시 안에 캐리어 3개를 넣길래 왜 용달차를 안 부르고 택시로 이러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한국말을 모르는 척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참고 콘텐츠 : 택시요금 인상 전야, 대림에서 인천가는 택시를 타봤다]

택시는 ‘즉시배송’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기존 퀵서비스는 ‘즉시배송’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즉시배송이 아닐 수도 있다는 답을 하겠다. 퀵서비스 업체가 간접 고용 형태로 운영하는 플랫폼 노동자인 퀵서비스 라이더의 업무 행태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퀵서비스 라이더들은 같은 방향에 있는 여러 주문을 잡고 3~4개 이상의 화물을 묶어서 이동하고자 하는 특성이 있다. 같은 시간, 비용을 투자하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배달대행도 마찬가지인데, 퀵서비스 또한 오랫동안 이런 업태가 일반화 됐다. 그래서 퀵서비스는 ‘즉시배송’이 아닐 수 있다. 퀵서비스에 더 빠른 배송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참고 콘텐츠 : 빠른 배송을 해준다는 퀵서비스에 ´더 빠른 배송´이 생긴 이유]

남승미 딜리버리T 대표가 택시 물류 플랫폼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시배송’ 수단으로 택시 물류가 갖는 효용이다. 남 대표는 “어머니가 오리고기를 판매하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택시를 이용해서 식자재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퀵서비스를 요청하면 배송까지 한 시간은 걸리는데, 택시는 즉시배송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택시기사의 수익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서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라 말했다.

화물과 여객법의 경계 사이에서

현행 한국법은 화물운송과 여객운송을 명확하게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여객자동차든, 화물자동차든 ‘유상운송’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된다. ‘노란색 번호판’으로 대표되는 번호판과 화물운송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고, 택시는 그게 없다. 그리고 현행법은 허가 받지 않은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유상운송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 56조(유상운송의 금지)에 따르면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사용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유상(그 자동차의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으로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된다.

물론 택시는 화물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지는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쿠팡플렉스가 일반인의 자가용을 화물운송 용도로 활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자동차관리법 제3조(자동차의 종류)에 따르면 화물자동차란 ‘화물을 운송하기에 적합한 화물적재공간을 갖추고, 화물적재공간의 총적재화물의 무게가 운전자를 제외한 승객이 승차공간에 모두 탑승했을 때의 승객의 무게보다 많은 자동차’다. 쿠팡은 이 조건에 맞는 자가용만 쿠팡플렉스 차량으로 유입시키고 있으며 자가용 화물자동차, 그러니까 하얀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화물자동차의 유입은 막고 있다.

택시로 흔히 사용되는 소나타, K5 차종 또한 화물자동차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법의 회색지대라는 업계의 의견이 제기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의 물류시장 진입은 유상운송에 따른 위법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최소한 퀵서비스 업계의 반발은 분명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딜리버리T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 사업을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남 대표는 “현재 택시가 화물을 배송해도 된다거나 하면 안 된다거나 규정한 법이 없다”며 “법무법인 태평양에 회사 자문 변호사가 있는데 접근 방법을 제안해줘서 규제샌드박스 임시허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규제 샌드박스 접수할 때 ‘택시회사’도 같이 들어와야 된다고 해서 10년 이상 무사고인 택배기사 2만6000명이 모인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의 택시기사들과 함께 지원했다”며 “그들이 택시 물류 플랫폼에서 공급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딜리버리T는 용달 시장을 타깃하지 않는다. 20kg, 4만제곱센치미터 이하의 소화물 운송시장을 타깃한다. 남 대표에 따르면 택시 트렁크를 열면 20kg의 사과박스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나오는데, 그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딜리버리T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으로 유한회사 컴퍼니에이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