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에 ‘제약 이론(TOC)’ 입혀본 썰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엘리 골드렛(Eliyahu Goldratt) 박사가 1974년 제창한 ‘제약 이론(Theory of Constraints)’이라는 게 있다. 생산관리 분야에서는 비교적 고전이지만, 아직까지 회자되고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수많은 기업 시스템 개선 사례의 레퍼런스로 등장하는 이론이다.
제약 이론을 몇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1. 기업의 목표는 ‘이익’이다.
-.2.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지표는 3가지가 있다. ‘현금창출률’, ‘재고’, ‘운영비용’. 이 세 가지 지표로 모든 기업의 시스템을 설명할 수 있다.
-.3. 부분 최적화는 전체 최적화를 담보하지 못한다. 때때로 부분의 비효율은 전체의 효율을 만들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분의 효율은 전체 최적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 있다.
-.4. 전체 최적화를 만드는 방법은 ‘병목 자원(제약 요인, Constraints)’을 찾아내서 개선하는 것이다. 기업 가치사슬에서 가장 약한 부분인 ‘제약 요인’이 전체 가치사슬의 효율을 결정한다.
-.5. 병목 자원은 여러 개가 나타나기도, 이동하기도 한다. 시스템 개선에 따라 나타나는 병목의 변화를 추적해서 개선한다.
골드렛 박사는 제약 이론이 비단 공장의 생산관리 분야뿐만 아니라 물류, 금융, IT, 심지어 우리네 삶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제약 이론 적용 사례를 소설화한 저서 <더 골, 1984>의 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의 저변에 깔린 제약 이론은 보다 나은 인간의 삶을 추구하기 위한 접근 방법으로 쓰였다”고. “굳이 제조업이 아니라 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경제활동의 근간이 되는 생산자 모두가 고려해 보아야할 문제를 제기했다”고.
그래서 적용해본다. 골드렛 박사의 제약 이론을 언론사에 말이다. 기자가 가장 잘 알 수 있는 언론사는 지금 일하고 있는 바이라인네트워크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 있는 수많은 ‘시스템’ 중에서도 기자가 개설하여 담당하고 있는 비즈니스 커뮤니티 멤버십 ‘바비네(바이라인비즈니스네트워크)’를 택해서 제약 이론을 입혀본다.
‘바비네’에 제약 이론 입히기
골드렛 박사는 저서 <더 골>을 통해 기업의 목표(The Goal)를 ‘이익’이라 정의한다. 그렇다면 언론사의 목표 또한 이익일까? 논란이 있는 이야기지만, 일단 언론사의 목표도 이익이라 가정한다. 그러니까 언론사인 바이라인네트워크 안에 있는 시스템 중 하나인 바비네의 목표도 ‘이익’이다.
골드렛 박사는 기업의 이익을 만드는 지표가 크게 3가지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하나는 ‘현금창출률’, 두 번째는 ‘재고’, 세 번째는 ‘운영비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골드렛 박사는 재고와 운영비용을 줄이면서 동시에 현금창출률을 높이는 것을 ‘기업의 목표’라고 이야기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창출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재고’, 세 번째로 바라봐야 할 것이 ‘운영비용’이다. 이 세 가지 지표의 정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더 골>에서 골드렛 박사가 정의한 내용은 이렇다.
-.1. 현금창출률이란 ‘시스템’이 판매를 통해서 돈을 창출하는 비율이다.
-.2. 재고란 조직에서 팔고자 하는 물품을 구매하는데 투자한 총액이다.
-.3. 운영비용이란 조직이 재고를 현금창출로 전환시키기 위해 발생되는 총비용이다.
다시 바비네로 돌아온다. 바비네는 이익을 만들고 있는가. 그러니까 돈을 벌고 있는가. 이 물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바비네는 직접적으로 돈을 벌고 있다. 현재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100명 이상의 구독자로부터 월 1만원의 돈을 받는다. 그러니까 바비네는 현금창출률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바비네의 ‘재고’란 무엇인가
바비네의 시스템 안에서 ‘재고’는 무엇이고, ‘운영비용’은 무엇일까. 먼저 재고란 팔리지 않고 잔류된 ‘멤버십 서비스’다. 바비네가 멤버십 회원 서비스를 받는 시스템은 이렇다.
첫째, ‘오프라인 커뮤니티(아마존 BM 스터디, 물류 까대는 북클럽, IT시네마 토크쇼 등)’ 참가를 희망하는 사전신청자를 받는다.
둘째,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참가한 사람에게는 해당 기간만큼의 바비네 멤버십 무료 이용 기간을 제공한다. 사전신청을 했지만 여석 부족으로 실제 오프라인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약 1개월의 멤버십 무료 이용 기간을 제공한다.
셋째, 무료 이용 기간이 종료된 사람들에게는 별도 안내를 통해서 희망하는 사람에 한해서 유료 멤버십 회원으로 전환한다.
[참고 콘텐츠 : 아마존 BM을 뒤집는 모임을 만듭니다 part2, 이 오프라인 커뮤니티 참가 모집 공고로부터 바비네 멤버십 가입 프로세스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가장 최근에 열렸던 아마존 BM 스터디 2기의 경우 53명의 참가자 중 32명이 바비네 유료 멤버십에 가입했다. 53명 중 8명은 기존 유료 멤버십 회원인지라, 이 사람들을 통계에서 제외하면 45명 중에 24명이 신규 멤버십에 가입했고 결제전환율은 53.3%다. 이 중에서 현금창출로 이어지지 않은 21명을 ‘재고’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재고는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실물이 존재하는 ‘재고-Inventory’의 개념과는 다르다.)
다행스러운 것은 공장에서 팔리지 않은 원자재 재고는 어마어마한 운영비용을 만들어내는 괴물이 되지만, 바비네는 무형의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재고가 별달리 운영비용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다만, 판매기회를 상실함으로써 다가오는 기회비용은 존재한다. 줄이면 줄일수록 좋고, 바꿔 말하면 결제전환율은 높이면 높일수록 좋다.
바비네의 ‘운영비용’은 무엇인가
바비네는 유료 구독자에게 크게 5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는 ‘콘텐츠 큐레이션’이다. 바이라인네트워크 전문기자들이 매일매일 콘텐츠(뉴스, 리포트, 취재노트 등)를 개인의 해석과 함께 큐레이션 한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 매칭’이다. 바비네는 멤버십 회원을 위한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누군가를 어떤 이유로 만나고 싶다면 상대측의 동의를 받고 주선해주는 개념이다. 현재까지 88개 기업의 연결을 만들었다. 세 번째는 ‘비즈니스 상담’이다. 전문기자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답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컨설팅이다. 현재까지 16개 기업 담당자의 요청을 받아 ‘협업 및 투자 대상 업체 레퍼런스 체크’, ‘산업 스터디’, ‘컨설팅 요청’ 등의 답변을 했다.
마지막 4번째, 5번째 서비스는 오프라인 커뮤니티와 연결된 것이다. 멤버십 회원에게는 바이라인네트워크가 개설하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모임의 15% 이상 할인과 함께 외부 공개 되기 전 우선 신청권을 제공한다.
여기서 오프라인 커뮤니티 할인 및 우선신청권을 제외한 서비스들은 직접적으로 ‘현금창출률’을 만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멤버십 회원들에게 가입의 동인을 부여하는, 그러니까 재고를 현금창출률로 전환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이런 서비스들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있는데 그것이 ‘운영비용’이다.
‘콘텐츠 큐레이션’이든, ‘비즈니스 네트워크 매칭’이든, ‘비즈니스 상담’이든, ‘오프라인 커뮤니티 기획 및 운영 개설’은 모두 바이라인네트워크 전문기자들이 맡아 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투하되는 인건비가 있고, 이건 ‘운영비용’이다. 조금 더 확장하자면 오프라인 커뮤니티 행사 개설을 위한 ‘연사 초청 비용’, ‘장소 대관비’, ‘케이터링 비용’, ‘마케팅 비용’ 또한 운영비용이다.
골드렛 교수에 따르면 운영비용은 줄이면 좋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다. 현금창출률을 만들어내는 지점을 공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기에 바비네에 있어서는 ‘멤버십 가입’을 만드는 부분이 장소 대관비나 케이터링 비용 등을 줄이는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
바비네에서 ‘병목’ 찾기
골드렛 박사는 병목의 최적화가 곧 전체 최적화로 연결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병목이란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일치하지 않는 지점이다. 바비네 시스템에서 병목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면 이렇다. 앞서 언급했듯 바비네 멤버십은 사전신청을 받고 개설되는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참가한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바비네 아마존 BM 스터디 1기와 2기에는 310명이 넘는 사전신청자가 몰렸다. 안타깝게도 두 행사의 여석은 합쳐서 90석이 안됐다. 이 말을 바꿔 보면 바비네는 220명이 넘는 구매 의향이 있는 사람들의 현금창출 기회를 놓쳤다. 커뮤니티 모임 참가비용이 30만원이었으니, 금액으로 환산하면 6600만원이 넘는다.
만약 같은 커뮤니티를 여러 개 만들었다면 사전신청자 전원을 수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자원’이 없었다. 매일매일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고,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마케팅을 하면서 여러 개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공급이 수요와 밸런스를 맞추지 못해 재고가 쌓이는 지점. 바비네 시스템에서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개설 부분이 ‘병목’이 된다.
물론 바비네가 여는 모든 커뮤니티가 병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는 일요일 시작하는 <물류 까대는 북클럽>은 아직 여석이 남아있다. 이 경우 판매되지 못한 여석이 병목이 되고, 병목 지점은 커뮤니티 개설이 아닌 ‘마케팅’으로 이동한다. 기자의 마케팅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데,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북클럽 참여를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참가 신청이 가능하니 연락(drake@byline.network) 부탁드리고 싶다.
말하고 싶은 것은 바비네라는 하나의 시스템에서도 병목 자원은 여러 개가 등장할 수도 있고, 기존 병목을 개선함에 따라 병목 지점이 이동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에 따른 운영전략의 변화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바비네의 병목 개선하기
본격적인 병목 개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부분 최적화는 전체 최적화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기억해야 한다. 병목 자원이 아닌 자원의 효율화는 전체 최적화와 하등 상관이 없을 수 있고, 오히려 부분 효율화는 전체 시스템의 운영비용과 재고를 넘치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바비네가 마케팅 비용을 10만원정도 투하해서 30만원짜리 커뮤니티 모임 사전신청자 2000명을 모았다고 하자. 마케팅 담당자는 좋아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적은 돈을 써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왔다면서 말이다. 마케팅 단에서는 분명히 이것은 ‘효율성’을 만든 방법이다. 10만원을 가지고 6억원 가치의 잠재 고객을 모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운영 담당자에게는 대참사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바비네 운영팀은 한 달에 한 개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밖에 없고, 커뮤니티의 여석은 50명이라고 해보자. 마케팅이 몰고 온 2000명의 사전신청자 중에서 남은 1950명은 어떻게 될까? 골드렛 박사에 따르면 전부 ‘재고’가 돼서 남는다. 그리고 재고는 회계상에서는 자산이지만, 현실은 비용이다. 분노해서 이탈하는 기회비용을 초래할 수 있고,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회사에서는 부랴부랴 커뮤니티 2개 정도를 운영팀 직원들을 갈아 넣어서 추가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 품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보면 알겠지만 마케팅의 효율화는 전체 시스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현금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때는 병목이 발생하고 있는 운영팀의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병목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여러 방법이 있다. 당장 바비네가 개설한 커뮤니티에 사전신청자가 많이 몰리고 있다면, 커뮤니티 개설을 늘리는 것이 ‘병목’을 제거하는 방법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돈이 없다. 시스템에 더 많은 운영비용을 투하하지 못한다면, 이 방법은 쓸 수 없는 방식이 된다.
그래서 선택한 대안이 커뮤니티 모임에 참가하지 못한, 혹은 참가하지 않은 사전신청자 전원까지 ‘1개월 바비네 멤버십 무료 이용권’을 주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재고를 줄이고, 현금창출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그 결과, 통상 커뮤니티에 참가한 사람들에 비해서 결제전환율은 낮지만 그래도 이렇게 들어오신 사람 중에서도 꽤 많은 이들이 유료 멤버십 회원으로 전환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자가 생각하는 물류의 정의는 “기업의 부분 가치사슬의 결점을 발견하고 개선하여 전체 최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다룬 기자의 인생 물류책이 <더 골>이다. 언론사 안에도 물류는 있다는 이야기고, 지금까지 쓴 내용들은 물류 이야기라고 우기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