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필두로 화웨이, 구글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3.5파이 이어폰 잭을 제거하려고 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에는 3.5파이 헤드폰 단자를 포함시켰지만 갤럭시노트10에는 단자를 빼버린다는 소문이 있다.

삼성전자가 오디오 단자를 빼는 것은 다른 폰 제조사에서 검증된 수치를 반영한 것이다. 애플을 비롯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3.5파이 단자를 빼고도 판매량에 변화가 없는 것에서 빼도 된다는 확신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조사는 멀쩡히 잘 쓰고 있는 3.5파이 단자를 왜 빼는 걸까?

 

3.5파이 단자의 규격

3.5파이 오디오 단자는 50년이나 된 표준이다. 과거 전화를 중앙 집중식으로 처리할 때 전화 교환기에 쓰던 부품이다. 가볍고 전력 보충을 따로 해줄 필요가 없어 50년 동안 당연히 있어야 할 것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부품이 아날로그라는 것이다. 모든 소리는 아날로그지만 3.5파이 단자는 단자 자체가 아날로그다. 그래서 DAC 부품이 내장돼야 한다.

 

DAC은 무엇이길래

LG전자가 신제품 발표 때마다 목이 터져라 부르짖는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은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변환해주는 장치다. LG전자는 음질보장을 위해 이걸 한 칩에다 네개나 쓴다. 일명 하이파이 쿼드 댁으로 부른다.

DAC은 디지털 파일인 음원을 아날로그인 소리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만약 아날로그인 소리를 아날로그로 들으려면 가수나 밴드를 데리고 다니는 수밖에 없다. 즉, 재벌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데이터 변환 시 음질의 왜곡이 발생한다. 따라서 DAC을 여러 개 탑재하면 그 소리 오류의 평균값을 매겨 소리를 만들 수 있다. LG는 꼼수 부리지 않고 DAC 수를 늘려 음질을 보장하는 훌륭한 회사다. 사람들이 몰라서 문제지.

좋은 DAC은 휴대하지 못할 정도로 크다. 그러나 칩셋 형태로 스마트폰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소형화할 수도 있다. 그런데 3.5파이 단자를 빼버리면 이 단자에 필요한 DAC 신호는 빼버려도 된다. 즉 설계에 유리하다. 사실 스피커가 있기 때문에 DAC은 어차피 있어야 한다. 그러나 더 좋은 음질을 강조하기 위해 DAC을 USB-C에 넣으면 어떨까? 이제 감이 올 것이다. 이어폰을 비싸게 팔 수 있다. 누가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는 이런 악랄한 설계를 할까? 그런 회사가 이미 있다. 애플이다. 애플의 라이트닝 이어팟에는 DAC이 삽입돼 있다.

저 은색 부품이 DAC이다(출처=Tinhte)

USB-C처럼 표준화된 규격이라 하더라도 전용 이어폰을 만들 수도 있다. 전용이 발생하는 이유는 USB-C 오디오 입출력 장치(이어폰)의 표준이 그렇게 널리 퍼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3.5파이 헤드폰 단자는 ITU에 의해 표준화돼 있고 50년동안 표준화된 이어폰이 판매됐다. 따라서 애플 이어팟을 삼성 갤럭시에 꼽아도 음악이 잘 재생됐다.

그러나 USB-C용 오디오 단자는 USB 사용자 포럼에 의해 겨우 2016년에서야 발표됐다. 그럼 삼성전자처럼 전 세계로 폰을 팔아치우는 점유율 최고의 회사는 이 표준을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된다(애플을 보라). 그래야 비싸게 이어폰을 팔거나 블루투스 이어폰을 팔 수 있으니까. 삼성과 애플은 훌륭한 오디오 액세서리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만과 비츠다. 보면 볼수록 LG전자가 더 대단해 보인다.

음질은 어느 부품이 더 좋을까

이론상 USB-C가 더 좋다. 그러나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데이터 전송량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DAC이 잘 갖춰진다면 USB-C의 음질이 유리하다. 자, 그럼 삼성과 애플은 뭘 팔 수 있을까? DAC을 탑재한 3.5파이-USB-C 젠더다. 이걸 파는 악랄한 제조사가 있을까? 있다. 애플.

다행히 그나마 애플 제품 치고 비싸지는 않다, 12000원

그 외의 다양한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아날로그 장치인 3.5파이 단자는 음악의 순서를 변경하거나 소리를 키우는 등의 간단한 조작밖에 할 수 없으나 USB-C로는 이퀄라이징을 포함한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다. 아까 언급한 USB-C 오디오 표준에 이 같은 기능이 다 포함돼 있다.

USB-C나 라이트닝은 디지털 단자이므로 스마트폰의 각종 센서를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반면 3.5파이는 소리만 주고받을 수 있다. 따라서 USB-C 오디오를 기본으로 하는 것은 스마트폰 사용성에 영향을 미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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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10에도 동글이 포함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LG전자 힘내라

LG전자만큼은 당분간은 3.5파이를 제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쿼드 DAC이 특기인 회사니 이 이미지를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젠더를 덕지덕지 붙이지 않고 좋은 이어폰을 쓰려면 앞으로 쓸 수 있는 폰이 LG 스마트폰밖에 남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