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장관님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기사 하나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편지를 띄웁니다. 며칠 전에 제주에서 열린 ‘2019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다녀오셨지요? 그 자리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서 중소기업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심지어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씀하셨네요.

많은 IT업계 종사자들이 이 뉴스를 보고 화들짝 놀랐을 것입니다. ‘정부가 또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마존과 구글의 데이터센터를 언급하셨으니, 박 장관님이 말씀하신 데이터센터는 아마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일 것입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자는 취지겠지요.

그런데 IT업계에서는 왜 중소기업용 데이터센터 제공이 세금 낭비가 될 거라고 생각할까요? 정부가 아마존과 구글에 비견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 LG, SK 등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대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다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걸 아시나요? 이 대기업집단 소속의 IT서비스 기업들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IBM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의 유통업체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처음부터 유통업체 노릇이나 하려고 했던 건 아니죠. 처음에는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어서 글로벌 서비스와 맞서고 싶었지만, 사실상 경쟁에서 패배하고 포기한 것입니다.

SK주식회사 C&C의 한 임원은 2016년 한 기자간담회에서 “클라우드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완성도가 떨어져서 비구름 속에 걱정만 늘어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SK주식회사 C&C는 지금 IBM의 클라우드에 에이브릴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입혀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SK 같은 대기업도 글로벌 수준의 클라우드를 만들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만들 수 있을까요?

중소기업이 꼭 글로벌 수준의 클라우드를 써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클라우드는 단순히 컴퓨팅 자원이나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IT서비스가 아니고 혁신의 인에이블러(Enabler)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업은 AI 기술이 없어도 알파고가 사용한 AI 기술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AWS를 사용하면 아마존이 내부적으로 이용하는 기술을 중소기업도 사용하는 것이고,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의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네이버 서비스에 도입된 기술을 일반 중소기업이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걸 정부가 개발해서 제공할 수 있나요? 불가능합니다. 더 문제는 클라우드는 한 번 들어가면 이용하는 서비스를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런 걸 락인(Lock In)효과라고 부릅니다. 중기부의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놓는 순간 락인 효과가 발생합니다. 중기부가 AWS나 구글, 애저, NBP, NHN 토스트와 같은 혁신적 서비스를 계속 제공한다면 상관없겠지만 가능할까요? .


AWS는 1년에 1000개 이상의 신제품과 새로운 기능, 업데이트를 선보입니다. 정부가 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나요? 불가능합니다. 정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락인되는 중소기업은 혁신에서 멀어지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정부가 저렴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제공하겠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이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통합니다. AWS는 매년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데,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 덕분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규모의 경제를 일으킬 수 없습니다. 결국 혈세가 많이 투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부처의 수장으로서 중소기업을 돕고자 하는 좋은 의도로 말씀하신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취지와 의도가 좋다고 올바른 일은 아닙니다. 좋은 취지와 의도로 진행한 일도 나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매우 많고, 나쁜 결과로 이어질 것이 예상되는데 강행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일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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