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시스코는 왜 CX 조직을 만들었나…‘우수한 고객경험=고객성공’

“우리는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네트워크, 서버, 스토리지 제품을 공급해온 IT기업들은 오랜 기간 흔히 ‘하드웨어’ 또는 ‘장비’ 업체라고 불렸다. 애플 아이폰 열풍을 지나 클라우드 시대가 활짝 열리던 시기, 언젠가부터 이들은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아 지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0년간 ‘네트워크 장비’ 시장 최강자로 불려온 시스코도 마찬가지다. 시스코는 여전히 하드웨어 제품 투자와 관련사업을 비중있게 진행하고 있지만, 몇 년 전부터 소프트웨어 제품과 서브스크립션(구독) 모델을 강화하면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2017년을 기점으로 구독 모델을 포함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프트웨어(Software recurring)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8년 회계연도 실적을 보면, 소프트웨어 관련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32%였다. 소프트웨어 매출 가운데 구독 매출은 54%를 차지했다. 이달 마감하는 2019년 회계연도는 그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2~3년 내 소프트웨어 관련 매출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CX 사업부 출범 1년…기술지원 서비스 통합하고 CS 신설

시스코는 소프트웨어 기능이 결합돼 있는 하드웨어 제품을 팔던 기존 방식에서 단순히 소프트웨어 기능을 제품으로 분리해 라이선스와 서브스크립션 판매 모델로 전환, 강화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중심 사업을 펼치는 기업으로 변화하는데 있어 관건은 차별화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시스코에 ‘CX’ 조직이 만들어진 이유다.

지난해 5월 시스코 CX 사업부가 공식 출범했다. 프로페셔널 테크니컬 서비스(PS), 어드밴스드 서비스(AS), 기술지원센터(TAC) 등 기술지원·서비스 조직을 모두 CX 사업부로 통합했다. 여기에 ‘고객 성공(Customer Success, CS)’ 조직을 새롭게 만들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APJC)은 물론, 한국에서도 작년 하반기에 공식적으로 CX 조직이 구성됐다.

태생부터 소프트웨어 기업이었던 IT기업들은 CX 관리 조직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CS란 이름의 조직도 많이들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네트워크와 서버 등 인프라 솔루션 기업들 가운데 이같은 이름을 가진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업체는 파트너 비즈니스 비중이 매우 높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시스코 역시 10년 전에는 그 비중이 80% 이상, 이제는 100%에 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파트너 비즈니스가 ‘간접 영업’이라고 표현돼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 직접적인 고객 접점의 절대다수 비중은 ‘파트너’에 있다. 기술지원 역시 파트너가 일선에서 지원하고 IT 벤더의 기술지원센터(TAC)가 뒷선에서 지원하는 체계로 운영돼 왔다.

고객 라이프사이클 전체 긴밀한 지원…“투자 대비 ROI 효과 극대화 목표”

1년여 전 시스코는 왜 CX 조직을 만들었을까. 시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APJC) CX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권세욱(Sae Kwon) 사장을 만나 CX 조직과 그로 인한 변화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권세욱 사장은 아태지역에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구매, 구축, 지원까지 아우르는 전체 고객경험 사이클 관리를 총괄한다. 고객이 기술을 활용해 우수한 경험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96년에 시스코에 입사해 23년의 근무경력을 갖고 있는 권 사장은 한국, 호주와 뉴질랜드, 인도, 일본 등 다양한 APJC 내 국가와 지역에서 시스코 서비스 사업과 기술 서비스 지원조직을 이끌었다. 오래 전 한국의 기술지원센터(TAC) 설립도 권 사장이 이끌었다.

시스코 CX 사업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권 사장은 “시스코 제품과 기술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우수한 경험을 얻도록 해 투자 대비 효과(ROI)를 최대화,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조직”이라고 밝혔다.

CX 조직 출범을 기점으로 시스코는 파트너들과 함께 ‘고객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보다 긴밀하게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객 수요에 따라 제품을 제시하면 이를 고객이 평가하고 선택해 구매를 결정한다. 이후 고객사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설계해 구축, 적용한 뒤에 최적화 등을 위해 기술지원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이후 리뉴얼(renewal)까지 연계되기 위해서는 ROI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모든 과정을 고객이 흔쾌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권 사장은 전체 고객 라이프사이클 가운데 특히 제품 구축 이후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대개 제품을 구매한 이후 설치를 마치고 사용하는 단계부터는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많지 않다. 하지만 튜닝이나 연동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에 대해 조언하거나 지원하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과 같다고 하며 지속적으로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CX 사업부 내에 구성된 CS 조직은 사용자들이 최적화된 방식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CX 사업부 존재의 의미는 시스코가 ‘고객 중심 접근방식’을 이전보다 더 강하게 지향한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척 로빈스(Chuck Robbins) CEO는 최근 “시스코에서 모든 것은 고객과 함께 시작된다. 우리 CX 조직은 우리 기술로 고객이 최상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CX 향상 위해 전문인력, 프로세스, 툴에 적극 투자

실제로 CX 조직 출범을 기점으로 시스코 전체 조직 문화와 프로세스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권 사장은 “CX 조직을 만든 후 1년간 경험하면서 배운 것은 세 가지”라고 하면서 “먼저 스킬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CX 조직과 세일즈 조직이 함께 맞춰 일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플랫폼과 툴(tool)’도 달라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권 사장은 “시스코는 사람뿐 아니라 프로세스와 툴에도 많은 투자를 벌이고 있다”고 부각하면서 그 이유로 “우수한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좋은 경험을 한 번이라도 겪게 되면 바로 그 경험을 기억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스코코리아에서 CX 사업부를 총괄하는 성일용 부사장 역시 “우수한 고객 경험을 창출하려는 노력은 단순히 CX 조직만의 이니셔티브가 아니다”라면서 “세일즈에서부터 제품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단계와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결국은 고객 성공을 만들어 낸다는 공통의 지향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변화는 파트너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권 사장은 “시스코는 지난 1년간 전체 고객 라이프사이클을 지원하기 위해 신설된 CS 조직을 포함해 CX 조직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라며 “특히 고객 채택 이후 단계 지원을 강화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함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파트너 역시 CS 조직과 유사한 팀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고객 관계를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고 결국은 파트너들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IT 운영 간소화, 자동화로 ROI와 민첩성 확보 지원

시스코에 CX 사업부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시스코의 사업 모델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점점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 강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변혁으로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외부요인도 있다.

요즘 IT 운영자들의 어려움이 크다. IT 환경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데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 민첩성이 매우 중요해졌다.

시스코, IDC, KPMG, 가트너 등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은 복잡성 때문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93%의 IT 리더들은 스킬 격차(skill gap)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애플리케이션 수요는 제공되는 IT 용량(capacity) 대비 5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수많은 IT 리더들이 그에 따른 압박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권 사장은 “IT 환경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그런데 모든 비즈니스는 IT 기반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확산되면서 점점 IT가 기업의 경쟁력과 차별성을 확보하는데 관건이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자동화된 운영 환경이 완전히 구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드웨어 제품 기반으로 운영하던 환경에서는 몇 년이 지나면 새롭게 교체하면 됐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못하다”라면서 “많은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구매했지만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리뉴얼(갱신)도 안하는 경우가 있다. CX 조직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ROI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넷 토털 케어, 비즈니스 크리티컬 서비스 제공 강화

시스코는 고객의 우수한 CX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서비스는 스마트넷 토털 케어(SNTC)다. 시스코 TAC 전문가들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제공하는 기술지원 서비스에 인공지능(AI)과 애널리틱스(분석) 기술을 더해 자동화된 프로세스로 각종 장애나 위험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지원한다.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운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공한다.

SNTC는 전용 포털을 기반으로 제공되는데, 이 안에는 방대한 지식 라이브러리,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지원 툴이 포함돼 있다. 대화형 워크플로우는 물론 셀프 헬프 툴도 있다.

하드웨어 교체의 경우, 2시간, 4시간, 넥스트 비즈니스 데이(NBD) 옵션을 제공한다. ▲기술지원 서비스와 사고 관리 외에도 ▲보안 권고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단종과 서비스 지원 종료 정보 등 다양한 알림 ▲갱신·투자 계획을 미리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커버리지 관리 ▲자산관리 등 제품 라이프사이클 관리 서비스를 포함한다.

권 사장은 “시스코는 네트워크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주요 도시에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주요 도시의 경우 4시간 안에 하드웨어 제품을 제공할 수 있고, 필드 엔지니어 교체까지 가능하다”며 “만일 한국 내에 제품이 없을 경우 아태지역 인근 국가 물류창고에서 바로 가져올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는 문제 발생시 매우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게 해 장애로 인한 비용 부담과 손해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CX 사업부에서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로 권 사장은 IT 운영을 자동화하고 예측적인 장애 및 운영관리를 수행하는데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크리티컬 서비스’를 꼽기도 했다.

이 서비스는 IT 환경을 최적화하고 복잡성을 간소화하며, IT 예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운영비용(OpEx)을 줄이고 민첩성을 향상시켜 기업의 비즈니스 혁신을 지원한다. 크게 분석, 자동화, 컴플라이언스, 보안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실시간 분석을 기반으로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고, IT 환경에 새로운 자동화 기능을 빠르게 테스트해 도입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포함된다. 준수해야 하는 수많은 컴플라이언스에 맞게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위배사항을 모니터링하며, 침해 사고나 보안위협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권 사장은 “앞으로 시스코 SNTC나 비즈니스 크리티컬 서비스 등을 적극 알려 한국 고객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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