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왜 공개SW협회에 가입했을까?

삼성전자는 지난 해 9월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이하공개SW협회)에 가입했다. 이 협회는 국내 오픈소스소프트웨어(OSS) 기업들이 주요 회원사이며, 이들은 대부분 중소 규모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다. 얼핏 삼성전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 같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왜 공개SW협회에 가입했을까?

공개SW협회는 23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안전한 오픈소스 활용 및 도입전략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박수홍 오픈소스 그룹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전했다.

박 그룹장이 내놓은 답은 “현재의 삼성전자 브랜드로는 오픈소스 개발자를 뽑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년간 실력있는 오픈소스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실력있는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삼성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이지만, 오픈소스 개발자들은 삼성전자를 오픈소스와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서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해외에서도 실력이 검증된 오픈소스 개발자를 뽑으려는 노력을 펼쳤다. 하지만 “삼성전자라는 브랜드로는 오픈소스 개발자 뽑는 게 어렵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심지어 애플까지도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가깝게 여기는데 삼성전자는 아니었다.

박 그룹장은 “삼성전자라는 회사가 오픈소스에 친화적인 회사라는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공개SW협회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왜 오픈소스 개발자를 뽑으려고 할까? 오픈소스가 거의 모든 산업의 인프라가 됐기 때문이다. 전자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OS에서 돌아가고, 삼성전자 스마트TV는 타이젠 OS에서 구동된다. 모두 오픈소스 운영체제다.

특히 사물인터넷 시대, 홈IoT를 구현하려면 오픈소스는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의 가전제품들은 사물인터넷과 연동돼야 하는데, 사물인터넷 표준은 대부분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가정 내 모든 전자제품을 삼성전자 브랜드로만 채운 집이 존재할까? 아마 삼성전자 직원도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정에 있는 다양한 브랜드의 전자제품들은 하나의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이를 연결하는 것은 오픈소스 기반의 표준이다.

박 그룹장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처음 다양한 제조사와 1대 1로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사물인터넷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제조사와 다 제휴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오픈소스 기반으로 홈IoT를 구현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오픈소스 활성화를 위한 외부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그룹장에 따르면, IoT 오픈소스 기술 프로젝트 ‘IoTivity’를 주도하고 있으며, 5G 네트워킹 분야 ‘ONAP’ 프로젝트에서는 이달 기준 네 번째로 많은 코드 기여를 하고 있다. 엣지 컴퓨팅 분야 ‘LF엣지’ 프로젝트에도 참여중이다.

박 그룹장은 “오픈소스를 하면 특허가 해제된다는 이유로 내부 반대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IoT나 생태계에는 특허보다 오픈소스가 중요하다는 내부적인 결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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