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사례로 보는 화장품 브랜드 만들고 어떻게든 파는 법

우리는 모두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그저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서 만들어야 될지 모를 뿐이다. 어디에서 팔지 결정하더라도 팔려야 한다. 팔리더라도 고객의 반복구매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가 아니라면 잘 모를 수 있지만, 화장품은 신생 브랜드이든, 오래된 브랜드이든 ‘같은 공장’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같은 공장에서 나온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이더라도 어떤 브랜드는 비싸고, 어떤 브랜드는 저렴하다. 잘 되는 브랜드가 있고, 망하는 브랜드가 있다. 중요한 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에겐 그 과정이 막막할 뿐이지, 화장품 브랜드만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우연찮은 기회로 올해 1월 창업을 한 뷰티 브랜드 업체 리수스(RISUS)의 문태훈 대표를 만났다. 이 업체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R&D를 마친 화장품 브랜드를 지난달 15일부터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업체가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는 2개다. 하나는 마스크팩 브랜드 ‘루멘코스(Lumencos)’이고, 또 하나는 ‘퓰랙(Pullack)’이라는 이름의 스킨케어 브랜드다. 두 브랜드의 SKU(Stock Keeping Units)는 각각 2개, 5개로 아직 물류에서 어려움이 터져나올만한 숫자는 아니다. 점차 SKU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첨언하자면, 문 대표가 백지 상태에서 창업한 사람은 아니다. 문 대표는 리수스를 창업하기 전에 14년 동안 현대백화점에서 MD(Merchandiser)로 일했다. 그 중 8년을 뷰티 MD로 일했다.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이 면세점을 출범했는데, 출범 과정에서 면세점TF에 합류하여 면세점 업무까지 경험했다. 그의 창업 전 최종 경력은 CMD(Chief Merchandiser)라고도 불리는 ‘치프 바이어(Chief Buyer)’다.

본격적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의 브랜드 론칭 과정이 화장품 브랜드 창업을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시작은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것부터다. 색조, 스킨케어, 베이스, 클렌징, 아이, 립, 바디, 네일, 향수 등 수많은 뷰티 제품 카테고리 중에 무엇을 팔 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물론 다 파는 것도 선택지이지만, 우리는 아모레퍼시픽이 아니다. 돈이 별로 없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당연히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리수스의 마스크팩 브랜드 ‘루멘코스’는 처음부터 ‘중화권(중국+대만+홍콩)’ 판매를 목적으로 설계된 제품이다. 왜 ‘중국’에, ‘마스크팩’이냐면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전자상거래 수출 건수 98만 건 중 중국으로 이동한 건이 85만 건이다. 전체 건수 대비 87%의 압도적인 점유율이다. 중국이 한국 화장품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마스크팩이 가장 잘 팔린다. 관세청은 지난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되는 한국 화장품으로 ‘마스크팩’을 꼽았다.

2018년 기준 B2C 전자상거래 수출 판매품목 통계. 전체 전자상거래 수출 통계를 보더라도, 화장품은 패션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품목이다. (자료: 관세청)

시장 조사에 있어 문 대표가 강조하는 사항이 있으니 ‘속도’다. 예를 들어 당장 중국에서 한국산 마스크팩이 품절 대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하자. 이 소식을 듣고 R&D에 들어간다면, 무엇보다 ‘빠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문 대표는 “트렌드를 파악하더라도 R&D에 1년 이상이 걸린다면, 제품 출시 시점에는 그것이 트렌드가 아닐 수 있다”며 “시장은 매우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R&D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말했다.

루멘코스의 ‘루시아 홀로그램 마스크팩’은 금색과 은색으로 판매되고 있다. ‘금색’을 내세운 이유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색깔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시장조사가 끝났다면 ‘차별성’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에 이미 나와있는 수많은 마스크팩 중 고객이 굳이 이 제품을 사야 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리수스가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기술’이다.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더마코스메틱(Dermocosmetic)이라고도 불리는 트렌드라고 한다. 굳이 ‘기술’을 전면으로 내세운 이유는 설명의 문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존 화장품 브랜드는 마케팅을 할 때 대부분 ‘사용감’과 ‘심미성’을 중시했다는 게 문 대표의 설명이다. 화장품을 발랐을 때 촉촉하다던가, 느낌이 좋다던가 하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리수스는 기술로 소비자가 화장품을 이용해야 하는 근거를 입힌다. 예를 들어 ‘루시아 홀로그램 마스크팩’은 시트 위에 기존에 없던 신소재 홀로그램 시트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에센스의 자연 기화 속도를 줄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동일한 양의 에센스를 사용하더라도 훨씬 더 촉촉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판매되는 루멘코스 홀로그램 마스크팩의 상품설명. 얼마나 과학적인지 느껴보자.

문 대표는 “지난 4월까지 특허청에서 근무했던 변리사 출신 리수스 CFO가 제품 개발 이전에 산학협력단에 있는 각 공장의 특허들을 리스트업 해온다”며 “그렇게 리스트업한 특허들을 가지고 바이오메디컬 공학 전문가인 CTO가 재차 검증해서 특허를 사올지, 기술 이전을 할지, 전략적 제휴를 할지 결정하는 식으로 상품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어디에서 만들 것인가

어떤 제품을 만들지 결정했다면 이제 실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화장품 공장을 직접 운영한다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돈이 없다. 실제 뷰티 브랜드들은 대부분 화장품 제조공장에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을 맡겨 제품을 생산한다. 이 때 마주치는 고민이 있으니 ‘좋은 공장’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냐는 것이다.

문 대표에 따르면 신생 브랜드 업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제조공장마다 ‘특화’하는 상품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기획하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공장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신생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어느 공장이, 어떤 제품을 잘 만드는지 알 수가 없다.

어찌어찌 공장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있으니 ‘원가’ 결정이다. 문 대표에 따르면 브랜드 업체가 공장 미팅을 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하는 것은 MOQ(Minimum Order Quantity, 최소주문수량)에 따른 ‘원가’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생업체는 공장이 제시한 ‘원가’가 적절한 가격인지, 바가지를 씌운 것인지, 진짜 싸게 준 것인지 파악하지 못한다.

결국 여기서 역량을 만드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을 극복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된다는 설명이다. 문 대표는 “브랜드 업체가 공장을 찾아가면 모든 것이 다 네고(협상) 사항”이라며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선 원가를 얼마에 받았는지 물어볼 수 있는 브랜드 업체 네트워크가 필수이고, 그 네트워크가 없다면 좋은 공장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라 말했다.

얼마에 팔 것인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 계획을 세웠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팔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가격’을 설정해야 한다. 제품 생산비와 물류비, 유통채널 수수료 등 원가를 반영하고, 얼마나 남길지 이익률을 설정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격 마크업(Markup Pricing)’이다. 특히 신생 브랜드라면 ‘중간 이하’의 가격 설정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문 대표는 “신생 브랜드가 중간 이하의 가격을 설정하면 결국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애초에 생산량이 적은 신생 브랜드가 생산 규모를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대형 브랜드를 가격 정책으로 이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처음 설명했듯 루멘코스의 마스크팩은 ‘중국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가격 역시 중국인 대상 판매를 기준으로 설정됐다.

현대백화점면세점에 입점, 판매되고 있는 루멘코스. 루멘코스는 현대백화점면세점뿐만 아니라 신세계면세점, HDC신라면세점과 입점 협의를 끝냈다고 하는데, 신생 브랜드가 면세점 입점 및 판매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문 대표가 오랫동안 쌓아온 네트워크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어디에 팔 것인가

이제 본격적으로 팔아야 한다. 수많은 채널 중에 어디에 팔 것인가. 문 대표에 따르면 먼저 자사몰에서만 파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다. 백화점, 면세점, 오픈마켓 등 외부 유통채널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고객들에게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문 대표가 이야기하는 ‘화장품 유통채널의 등급’이 있다. 대체로 상위 판매채널일수록 수수료가 올라가며, 그만큼 입점도 어렵다. 또한 상위 채널에서 하위 채널까지 판매 채널을 확장하는 것은 쉽지만, 하위 채널에서 상위 채널로 판매 채널을 확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위에는 ‘백화점’이다. 그 아래에는 ‘면세점’이 있다. 바로 아래에 ‘홈쇼핑’이, 그 아래에 ‘시코르’, ‘태그온뷰티’와 같은 백화점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H&B스토어’가 있다. 그 밑에는 올리브영과 롭스, 랄라블라와 같은 ‘H&B스토어’가 있다. 여기까지가 오프라인 채널이고, 대체적으로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 ‘온라인 채널’은 오프라인에 비해서 등급이 낮은 채널이라는 게 문 대표의 설명이다.

문 대표는 “리수스는 현재 면세점과 프리미엄 H&B스토어 라인까지 입점 협의를 마쳤다”며 “판매채널이 곧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최대한 높은 단계에 입점하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판매채널 입점에 있어서 전하는 팁이 있으니 “절대 R&D 역량을 강조하지 말라”는 것이다. 입점을 결정하는 MD의 ‘니즈’를 적절히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서 MD의 니즈란 ‘시장성’이다. 문 대표는 “뷰티 브랜드 업체들이 MD와 미팅을 하면서 특정 화장품에 어떤 특허물질이 들어가 있다고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미팅은 백전백패”라며 “MD에게 상품에 어떤 물질이 들어가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MD에게 중요한 것은 MD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판매 브랜드가 100개라면, 이 중 100등을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를 빼고 신규 브랜드를 넣을 수 있는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입점 이후에 중요한 것은 화장품을 잘 팔고, 고객의 반복구매를 만들고,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리수스는 여기서도 입점채널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 대표는 “화장품의 경우 판매채널 자체가 브랜딩 수단이 된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위에 ‘백화점 입점 브랜드’라는 딱지가 붙어 광고되는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며 “최근 중국 등 해외 판매 채널의 입점 담당자들이 화장품 브랜드가 한국에서 어느 채널에 판매되는 지 레퍼런스를 체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해외에서도 케이뷰티 제품 중에 백화점과 같은 프리미엄 오프라인 채널에 입점한 브랜드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사실 잘 파는 것은 리수스가 워낙 신생 업체인지라 ‘검증’되지는 않았다. 앞으로 리수스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증명해 나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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