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와 배달의민족의 ‘디지털 전환’ 방법론

바이라인네트워크가 3일 유통과 물류산업의 DT(Digil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 사례를 공유하는 ‘리테일 로지스 테크 컨퍼런스 2019’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마트, 마켓컬리, 마이창고, 우아한형제들과 같은 유통, 물류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들의 IT기술 적용 및 고도화 사례가 소개됐다. 유통, 물류기업에게 IT 솔루션을 공급하는 오라클, 한국주니퍼네트웍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와이즈넛, 유아이패스코리아와 같은 업체들의 발표도 이어졌다.

왜 DT인가. DT는 오프라인 기반의 기업이라면 거의 모든 기업의 화두가 됐다. 유통과 물류산업에서도 DT 전담팀을 구성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연사로 참석한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은 “최근 들어 많은 업종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발생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유통산업에서도 광범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현상이 목격 된다”며 “사물인터넷, AI, 로보틱스, 3D프린팅, 블록체인과 같은 굉장히 많은 기술들이 유통시장에 접목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 DT를 만드는가. 산업간 영역 붕괴에 따른 이종산업간 경쟁이 DT를 이끄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 소장은 “과거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와의 경쟁만을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온라인 채널과의 경쟁을 생각해야 되고 IT, 제조업체의 경쟁도 첨예하다”며 “경쟁의 양상이 다층화 되면서 게임의 법칙과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산업을 넘어선 경쟁 양상으로 인해 이마트를 포함한 유통업체들이 수익성을 압박 받는 상황에서 어떤 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지 고민하고 있다”며 “그 솔루션 중 하나로 최근 들어서 부각되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라 전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DT할 것인가. 이 날 행사에 연사로 참여한 마켓컬리와 우아한형제들의 이야기를 유통과 물류의 DT 사례로 공유한다.

마켓컬리의 ‘데멍이’가 탄생하기까지

마켓컬리의 성장은 ‘데이터’가 만든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마켓컬리는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수집하고,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기업 전략에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물류, 고객단에서 원천 데이터 수집, 분석을 지원하는 시스템인 ‘데멍이(데이터 물어다주는 멍멍이)’를 개발하게 된 이유가 있다.

마켓컬리는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엑셀’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켓컬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크게 두 가지 문제점에 봉착했다고 한다. 하나는 ‘데이터 분석’에 너무 많은 시간, 그러니까 적게는 2~3시간에서 많게는 하루까지 시간이 소요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요 데이터가 팀별로 흩어져 개별적으로 관리돼 통합 분석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엑셀에 입력하는 것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람의 실수로 오기(Human Error)가 발생하면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마켓컬리는 데이터 분석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2017년부터 AWS(Amazon Web Services) 환경에서 시스템 설계를 시작한다. 이전보다 데이터 분석 속도는 빨라졌지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조직원들에게 ‘데이터 분석’ 업무가 추가가 됐는데 여기서 병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헌재의 ‘데멍이’다. 엑셀 시대부터 마켓컬리가 몸으로 뛰며 고생했던 경험이 데멍이 탄생의 기반이 됐다는 설명이다. 마켓컬리 직원들은 데멍이 대시보드를 통해 실시간 동시접속자와 매출현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재고현황 또한 한 눈에 모니터링 가능한데 MD팀, 재고팀, 물류팀이 해당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병목’을 예측하고, 효율성을 만드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노 팀장이 리테일 로지스 테크 컨퍼런스 2019에서 공개한 데이터 물어다주는 멍멍이 대시보드. 확장팩으로 피옹이(피드백 기다리는 야옹이), 예측하는 무당이 등이 있다.

노상래 마켓컬리 데이터농장팀장은 “현재 데멍이는 특정 상품의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남는다면, 프로모션 등으로 탄력을 줘서 수요를 어느 정도 증가시킬 수 있을지 사전 설정한 시나리오로 예측할 수 있다. 재고 정보를 하나씩 트래킹하면서 ‘지금은 이 상품을 프로모션 해야 한다’며 데멍이가 제안하는 방식”이라며 “앞으로는 품절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정 상품이 이 수요 패턴을 따라가면 앞으로 품절이 일어나니 미리 발주를 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기능인데, 앞으로 추가된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이 ‘로봇’으로 하고 싶은 것

우아한형제들은 라스트마일 물류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배달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5월 천안 푸드코트 서빙 테스트를 시작으로, 지난해 8월 목동 피자헛 서빙 테스트, 지난 4월 아파트 단지 배달까지 배달로봇 시범주행을 마쳤다. 우아한형제들은 모든 물류 프로세스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자되고 있다고 하는  ‘라스트마일 물류’를 기술로 효율을 만들 수 있는 적합한 영역이라 봤다.

우아한형제들이 미래 배달 수단으로 ‘로봇’을 고민하게 된 이유는 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서비스(배민라이더스)를 위해 약 1400여명의 배송기사를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는데 배달기사를 구인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다고 한다. 이것은 비단 우아한형제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배달대행업계에서 공통으로 호소하고 있는 어려움이다. 배달수요가 급격히 치고 나오는 상황에서, 배달기사의 공급 부족을 ‘로봇’으로 해결한다면 어떨까.

우아한형제들은 사용자 측면에서는 배달로봇을 통해 점점 배달이 어려워지는 환경을 개선하고 싶었다고 한다. 예컨대 배달기사의 진입을 막거나 신분증 검사를 하는 아파트 단지가 나타나고 있으며, 안전상 위험을 이유로 비대면 배달을 원하는 여성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배달기사 입장에서는 점점 더 배달 업무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문제를 ‘로봇’으로 해결한다면 어떨까.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보틱스셀장은 “우아한형제들이 만약 배달로봇으로 배달비를 0원으로 만들거나, 힘들더라도 배달비를 500원으로 낮출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세상에 일어날까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 시대가 온다면 배달과 관련하여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이 그리는 미래 배달 청사진에는 배달로봇이 있다.(사진: 우아한형제들 컨셉영상 캡처)

우아한형제들이 배달로봇으로 만드는 미래에는 ‘배달기사’와의 공존이 있다. 배달기사와 배달로봇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라스트마일 물류에서 효율을 내는 방안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대학 캠퍼스 단지 등 배달기사의 출입이 금지돼 있는 지역에서 배달로봇은 대체 운송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현재 새벽배송 시장에서 배달기사의 고충을 만들어내고 있는 ‘현관 비밀번호’ 문제를 로봇이라면 풀어낼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배달기사에게 비밀번호를 공유함으로 생기는 불안이 로봇이 배달한다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셀장은 “(아파트 단지 시범주행 결과) 아직 배달로봇은 사람 라이더보다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정확하게 배달앱에서 고지했던 시간에 도착한 것이 좋았다는 고객 피드백이 있었다”며 “향후 우리가 배달로봇을 서비스로 만들 때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가치 중 하나는 라이더보다 빠르진 못해도 정확하게 배달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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