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요? 요즘은 ‘존버’로 바뀌었죠. 저같이 혼자 하거나 소규모로 하는 인디 개발사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으면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도톰치게임즈’는 장석규 대표가 혼자 운영하는 10년 차 1인 개발사다. 게임 기획부터 시나리오, 개발, QA, 마케팅까지 모든 걸 장 대표 혼자 해결하며 키워왔다. 처음부터 1인 개발사를 차린 것은 아니었다. 원화 작가로 시작해 기획자로 10년을 직장 생활을 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이 소모품이 됐다고 느끼곤 곧 회사를 때려쳤다.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배워온 개발을 바탕으로 창업한 회사가 도톰치게임즈다.

대표작은 ‘미스테리 오브 포춘’ 시리즈다. 거의 일년에 하나씩, 열 개가 넘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 시리즈가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2014년 출시, 국내 앱스토어 유료 게임 1위와 구글플레이 유료앱 전체 2위까지 올랐었다. 도톰치게임즈가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장 대표는 지난달 세번째 미스테리 오브 포춘을 구글플레이에 공개했다. 도톰치게임즈가 만든 첫 3D 게임이기도 하다.

장석규 대표를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의실에서 만났다. 한동안 외출은 거의 하지 않고 평촌 집 근처 사무실에 박혀 게임 개발만 해왔다며 웃었다. 기죽지 않기 위해서 SNS도 거의 하지 않고 게임 개발에 매달렸다고도 했다. 장 대표를 만나 10년 넘게 1인 개발사로 생존해 온 노하우를 물었다. 그는 “‘존버(견디고 버틴다는 뜻의 비속어)’ 하다보면 언젠가는 인정받지 않겠냐”고 운을 뗐다.

 

장석규 도톰치게임즈 대표가 ‘미스테리 오브 포춘 3’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도톰치게임즈는 정부 지원 사업을 하지 않는다. 페이퍼 작업에 시간을 허비하느니 게임 개발에만 집중하겠다는 패기다.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이 만들고픈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도 받지 않는다. 먹고 살기 힘들면 다시 취업을 고려할만한데, 책상 사이 쳐진 파티션만 봐도 “심장이 확 막히는 기분”이 들어서 싫다고 한다. 그렇다고 대박 게임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니 장 대표님,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그를 버티게 만드는 것은 ‘게임 개발의 재미’라고 했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램을 짜고 버그를 잡아내는 그 순간이 “게임 하는 것 만큼 즐겁다”고 했다. 이 재미있는 일을 오래 하려면, 나름의 생존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가 무료 게임이 판치는 시장에서, 생존이 가능할까 싶은 유료 게임만 꾸준히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료로 게임을 내면 그냥 묻혀버려요. 출시되자마자 저 밑으로 빠지죠. 2018년에 무료 게임을 두 번 낸 적 있어요. 처참히 해저 속으로 빠져버렸는데, 어떻게 끌어올릴 방법이 없더라고요. 상대적으로 유료로 나오는 게임은 별로 없죠. 순위권에 올라가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경우가 있죠.”

대형 게임사들이 큰 돈을 쓰면서 마케팅을 하는 무료 게임 사이에선 인디 개발사의 신작이 숨 쉴 구멍이 없다는 이야기다. 경쟁이 적은 유료 게임에서 독특하거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콘텐츠가 나오면 오히려 승산이 있다. 대박은 못 치더라도, 꾸준히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동력은 될 수있다는 말이다.

유료 게임을 계속 만들다보니 순위를 올리게 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장 대표는 이걸 ‘꿀팁’이라 불렀다.

“무료 이벤트를 하는 것도 소규모 개발팀이 갖고 있는 마케팅 포인트예요. 이벤트를 하면 다운로드 수가 많이 늘어요. 타깃팅을 전세계로 하면 생각외로 외국에서도 많이 다운로드를 받아요. 인앱결제 요소를 넣게 되면 매출이 올라가죠. 굳이 경쟁이 심한 무료 시장에 뛰어들 게 아니라, 1000원이든 2000원이든 낮은 가격이라도 유료로 내고, 시간이 지난 후에 무료로 전환해서 마케팅 효과를 얻고 순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주효했어요.”

아주 큰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이런 방식으로 마케팅 한 도톰치게임즈의 게임 중 일부는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도톰치게임즈의 팬카페에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신작의 품질검수(QA)를 하며 버그를 알려주기도 한다. 대기업의 무료 게임 공세 아래서 유료 게임으로 돌파구를 찾았고, 그렇게 만난 이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게임을 업데이트해가는 것이 지금 도톰치게임즈 생존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롱런’이라는 기대 아래 탄생한 것이 ‘미스테리 오브 포춘3’다. 도톰치에서 유니티 엔진을 바탕으로 만든 첫 3D 게임이다. 기존에는 게임 속 새로운 스킬을 만들려면 관련한 애니메이션이 모두 필요했는데, 상용 엔진을 쓰니 유연성이 생겨 게임에서 할 수 있는 스킬 활용성이 넓어지고 자유도도 높아졌다고 했다.

미스테리 오브 포춘3는 기존과 달리 게임 판매 가격도 5000원 대로 올렸다. 그간 1000원 언저리 가격대로 게임을 내다보니 소모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이번 게임은 그래도 가치가 있는 게임이지 않을까 싶었다”며 “앞으로 꾸준히 업데이트 해나가면서 책정한 가격만큼 충분히 가치를  낼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MMORPG 장르 PC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여유가 생긴다면 다시 팀을 꾸려 보고 싶다고도 했다. 도톰치게임즈는 한때 엔씨소프트의 투자를 받아 3인 개발사가 됐었으나, 경영난으로 팀을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팀을 꾸려 포춘 시리즈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마인크래프트처럼 샌드박스 형식을 가진 PC 온라인 생존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꿈을 이루는 데 기한을 정해 놓진 않았다. 1인 개발사의 가장 큰 장점은, 생존만 가능하다면 은퇴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거다.  나이가 일흔이든 여든이든 상관없이 일하고 싶을 때까지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여든, 아흔이 될 때까지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서 “그때까지 MMORPG라는 장르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이루고픈 생의 작업으로 PC 온라인 게임을 남겨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30년 후에도 ‘도톰치’라는 이름만 보고 ‘아, 이런 게임 만드는 곳이지’라는 걸 알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한국의 카이로소프트가 되자, 이게 목표죠. 봉준호 감독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봉준호 장르’라는 걸 만들듯, 저도 앞으로 ‘도톰치 장르’를 만드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점프업G! 본 기사는 한국모바일게임협회와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가 한국 중소 모바일게임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으로 진행하는 ‘점프 업, 한국 모바일게임’ 캠페인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