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CDO인 조너선 아이브(조니 아이브)가 애플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조니 아이브의 위대한 제품들이다.

 

아이맥 G3

조니 아이브를 세상에 알린 제품이다. 대부분의 PC가 모노톤, 주로 아이보리나 회색을 채택할 때 등장한 본디 블루 컬러의 일체형 PC다. 반투명하게 속이 보이는 충격적인 디자인이다. IBM-윈도 PC에 밀려 점차 점유율이 떨어지던 매킨토시의 점유율을 반등을 가져온 제품. 이후 반투명 플라스틱이 산업디자인 전반에 유행처럼 퍼지기도 했다.

 

파워맥 G4 큐브

아직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PC의 이름을 놓친 적 없는 애플 PC의 전설적 제품이다. 허공에 띄운듯한 모니터와 본체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존하기 위해 얼음이나 수정으로 꽁꽁 싸놓은 느낌이 든다. 모니터, 본체, 스피커, 마우스, 키보드 모두에 투명 플라스틱이 적용돼 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화려한 외관과 달리 발열 처리가 똑바로 되지 않아 사용성은 별로였다고 한다.

 

아이맥 Late 2009

아이맥은 꾸준히 일체형으로 제작됐으며 현재의 외형은 플라스틱으로도 제작됐었다. 그러나 ‘아이맥’하면 떠오르는 전면 외형은 2009년 알루미늄 아이맥에서부터다. 알루미늄 아이맥은 2007년부터 등장했으나 검은 베젤 트릭을 쓰기 위한 유니바디는 2009년부터 등장했다.

화면만 띄운 듯한 검은 베젤(애플의 유명한 디자인 트릭 중 하나다), 단단하고 우아한 무광 알루미늄 컬러, 병적으로 숨긴 전선 등의 존재로 인해 회사 인테리어에서 뺄 수 없는 제품이 됐다. 현재는 더 얇고 커졌지만, 2009년 아이맥은 여전히 카페나 병원 등의 인테리어 용도로 쓰이고 있다.

 

아이팟

한국의 아이리버가 스케이트 보드를 닮은 MP3 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치고 있을 즈음, 홀연히 나타난 하드디스크 탑재 MP3P인 아이팟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우아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제품이다. 다양한 곡을 빠르게 넘기도록 고안된 휠 디자인은 오랜 기간 아이팟의 상징이 되었다. 우아한 화이트, 절제된 원형, 완만한 모서리 등 가장 조니 아이브다운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디터 람스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디터 람스는 조니 아이브가 가장 존경한 산업디자이너다.

 

아이폰과 아이폰 4

세상을 바꾼 제품, 아이폰의 디자인 언어는 초기의 것이 아직도 쓰이고 있다. 유광 금속, 유선형의 테두리, 측면의 은색 테두리, 화면 주변의 검은색 베젤 등이다. 정중앙에 완벽하게 위치한 홈 버튼과 홈 화면의 꽉 채운 아이콘 배열은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준다.

아이폰 4를 별도로 놓은 이유는 아이폰 4가 더 완벽한 마감을 자랑하는 제품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버튼을 줄이고 이음새를 최대한 없애려고 하는 스티브 잡스의 생각이 더 반영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폰 4의 외형 역시 아이폰 8까지 꾸준히 그 유산이 승계되고 있다.

 

아이패드 2와 물방울 디자인

아이패드 에어까지의 디자인은 아이패드 2에서 선보인 사용자 친화적인 물방울 디자인의 유산이다. 물방울 디자인은 본체보다 테두리를 얇게 만들어 잡았을 때 편하고 얇아 보이는 효과 등을 노린 것이다. 아이패드는 현재 프로 2에 이르러 아이폰 4처럼 각진 제품이 됐지만, 맥북이나 아이맥 등에 물방울 디자인은 꾸준히 계승되고 있다.

 

맥북 에어 Late 2010

본격적으로 HDD가 아닌 SSD가 도입된 모델이다. 이전까지의 맥북(화이트 맥북)은 두꺼운 유선형 디자인이었고 맥북 에어는 그것보다 조금 더 얇은 물방울 디자인이었으나, SSD 장착 모델에서 더 날카로운 형태가 됐다. 아이맥의 우아함과 단단함에 날카로움을 완벽하게 적용한 모델이 되었으며, 고급 노트북 형태의 표준처럼 작용했다. 그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윈텔 계열 노트북보다 가격이 30만 원 이상 높아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용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현재의 맥북 에어는 조금 더 각지고 날카로운 형태가 되었지만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특성 등은 남아있다.

 

애플 파크

애플의 신사옥은 조니 아이브만의 제품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와의 협업도 있었으며 건축가 노먼 포스터도 관여했다. 노먼 포스터는 하이테크 건축의 대가다. 유리, 철, 알루미늄을 주로 사용하므로 애플의 디자인 철학과 잘 맞는 경향이 있다. 애플 파크는 거대한 원형의 건물로, 중앙에 큰 공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아이팟의 휠이 떠오르기도 하는 극히 단순하면서 실은 대단히 복잡한 건축이다. 애플은 회사의 철칙처럼 외부에는 문을 닫고 내부 직원끼리는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도형인 원형을 건물로써 구현해냈다. 사실 실제 건축에서 이 형태는 소음을 응집하는 형태가 돼버리기도 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구멍을 뚫고 그 속에 흡음재를 덧대 원래의 형태를 지켜냈다.

조니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 파크를 지휘하는 책임자로서 일했다. 이곳에도 조니 아이브의 철학이 묻어있다. 이 건물은 건물이 아닌 디자인 제품처럼 지어지길 희망했다거나, 실리콘 밸리에서 자란 스티브 잡스를 기리기 위해 실리콘 밸리에 흔한 살구나무와 체리 나무를 심기로 했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건물 중 스티브 잡스 시어터는 전선을 유리 이음새에 모두 넣어버릴 정도로 강박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애플 디자인의 극치다. 로렌 파웰 잡스는 이 건물을 두고 나무, 석재, 빛 등 물성의 장점을 살린 데에 대해 극찬하기도 했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보았다면, “지금까지 가장 완벽한 애플 제품(Best apple product ever)”이라며 크게 자랑을 했을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