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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들은 기사 쓰는 것 말고도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합니다. 예컨대 저는 올해 초부터 ‘바비네(바이라인비즈니스네트워크)’라고 불리는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죠. 바비네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서로 다른 산업군의 기업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만남을 주선해서 무엇인가 시너지를 만들어보겠다는, 일종의 ‘비즈니스 소개팅’을 해주는 곳입니다. 자랑 덧붙이자면 현재까지 공식적인 요청을 받아 총 62건의 연결을 만들었습니다. 비공식적인 번개 모임까지 포함하면 이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오늘 주제는 이것은 아니고, 바비네에서 만들고 있는 ‘스터디 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오후 7시부터 시작하는 모임이다보니, 식사를 못하고 방문하는 분들도 있을까 싶어서 매달 ‘현장 케이터링’을 준비하는 것도 우리들의 일이죠. 오프라인 매장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 음료를 사오기도 하고 지난달부터는 ‘박스케이터링’이라는 음식 배달까지 포함된 온라인 케이터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바로 다음 주로 다가온 스터디를 위한 케이터링을 알아보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이유지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저번에 방문한 행사에서 써브웨이 샌드위치가 케이터링으로 나오던데 그거 좋더라고”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써브웨이 샌드위치 케이터링. 써브웨이 홈페이지에 방문하니 케이터링 메뉴 안내가 뜹니다. 10cm(써브웨이에서 파는 가장 큰 샌드위치가 30cm입니다.)의 써브웨이 샌드위치 15종이 들어가 있는 ‘프레쉬 파티플래터’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옵니다.

써브웨이에서 판매하는, 정확히 말하자면 써브웨이가 소개하고 있는 케이터링 메뉴. 가성비가 매우 좋아서 사려고 했다. 이제부터 본론 시작이다.

조금 불편한 부분인데, 써브웨이 홈페이지에서 바로 주문은 불가능합니다. 써브웨이는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장 근처 매장에 문의를 통해 예약 주문을 하고,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방문 픽업하라”고 가이드 합니다. 케이터링 메뉴의 가격이 함께 노출되지도 않습니다. 이를 보고 추측컨대 매장마다 케이터링 메뉴 판매 가격에 차이가 있을 것도 같습니다.

써브웨이는 홈페이지에서 케이터링 판매를 하지 않는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가맹점으로 주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배달의민족 앱을 쓰는 것처럼 앱결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전화로 써브웨이 가맹점에 문의를 하여 결제 방법을 협의해야 한다. 써브웨이 관계자에 따르면 가맹점 중에는 일부 케이터링 음식배달을 해주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기자가 전화했던 선릉점은 배달은 해주지 않았다. 종합적으로 상황을 미뤄보고 추측해봤을 때 써브웨이 온라인 판매의 결정권은 본사보다는 ‘가맹점’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저는 행사장에서 제일 가까운 ‘써브웨이 선릉점’에 전화를 했습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프레시 파티플래터가 4만600원, 베스트 파티플래터가 4만8600원이라고 합니다. 베스트의 경우 조금 비싼 샌드위치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커피가 필요하면 한 잔 2000원의 가격에 별도 주문할 수 있는데, 여기서도 아쉽지만 대용량커피는 따로 팔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단체주문의 경우 당일 주문한 상품을 당일 픽업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합니다. 최소 하루 전에 주문해야 된다고 합니다.

왜 써브웨이는 단체 주문을 거절했을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저는 써브웨이에서 케이터링 주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써브웨이 선릉점에서 주문을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거절당한 것은 아닙니다. 위에 먼저 썼듯이, 케이터링 상품의 가격도 알려주고 커피도 대용량으로는 팔지 않지만 낱개 커피를 들고 갈 자신이 있으면 예약 주문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안내했습니다.

이야기가 바뀐 시점은 제가 “50명이 먹을 만큼의 샌드위치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했을 때부터입니다. 써브웨이 선릉점 관계자는 “그러면 주문을 받지 못하니 양해 부탁한다”고 답하더군요.

이상합니다. 저는 사실 ‘단체주문’을 하면 할인은 못해주더라도 좋아하긴 할 것 같았습니다. 하다못해 택배단가도 ‘물량’ 많으면 할인을 해주거든요. 우리가 건당 3000원에 쓰는 택배를 누군가 물량 많은 화주는 1300원에 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류의 기본은 ‘규모의 경제’니까요. 그런데 써브웨이 선릉점은 ‘규모의 경제’를 무시합니다. 주문 수량이 많기 때문에 단체주문을 거절당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써브웨이 선릉점이 단체 주문을 거절한 이유는 “너무 바빠서”입니다. 써브웨이 선릉역점 관계자가 이야기하는 피크타임은 오전 11:00~14:00, 저녁은 17:00~20:00입니다. 써브웨이 선릉역점은 이 시간 동안 ‘전화예약’은 일체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케이터링 목적의 단체주문을 하더라도, 이 피크타임 동안의 ‘방문 픽업’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통상 픽업시간 1시간~1시간 30분 전부터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매장 손님을 받느냐고 단체주문 제품을 만들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써브웨이 선릉역점은 피크타임이 아닌 시간에도 오프라인 손님이 많이 방문하는 매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단체주문은 피크타임이 아닌 시간에도 받지 않는다고 답한 것입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10개까지는 어떻게든 준비가 가능한 숫자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숫자는 써브웨이가 샌드위치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하면 무리라고 합니다.

써브웨이에서 찾은 ‘물류’

써브웨이가 샌드위치를 만드는 방법이 대체 어떻길래요? 써브웨이에 방문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써브웨이는 모든 샌드위치의 재료를 커스터마이징하여 하나씩 눌러 담아 제작하는 식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죠. 빵 담당 직원, 토핑 담당 직원, 야채와 소스 담당 직원들이 하나씩 고객의 주문을 받는 그 모습은 마치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산업혁명의 현장을 보는 듯합니다.

통상 기자 주변에 아저씨들은 써브웨이 주문 자체를 혼란스러워 하는 분들이 많았다. 수많은 종류의 빵과 토핑과 야채와 소스의 폭풍 속에서 선택장애를 겪는 것이다. 사실 이건 써브웨이 생산라인의 ‘병목(Bottle-Neck)’을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써브웨이는 홈페이지에 굳이 ‘매장 주문방법’ 안내 페이지를 만들어 놨다.

물론, 써브웨이의 매장은 대부분 생산라인이 ‘하나’입니다. 분업으로 고객 하나하나의 니즈를 받아들이는 커스터마이징 제작의 속도를 높였지만, 한 번에 하나의 샌드위치만 만들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써브웨이 매장에 가면 고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사람들이 서로 다른 빵과 토핑, 야채, 소스를 선택하는 과정에 최적화된 생산라인처럼 보입니다. 물론, ‘양산’은 오히려 어려운 구조입니다.

음식점은 왜 손해 보지 않는 ‘온라인 배달’을 거절할까

왜 굳이 물류 취재하는 기자가 이렇게 길게 써브웨이 이야기를 하냐고요? 배민라이더스, 띵동, 푸드플라이와 같은 ‘맛집배달류’ 플랫폼의 입점 영업 담당자들이 느끼는 고민을 여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서비스들의 영업 담당자들은 통상 음식점에 방문해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우리 서비스를 통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음식을 팔 수 있어요. 실제 온라인에서 판매된 음식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부가하기 때문에 사장님은 손해 보는 것이 없어요”

이 말만 들으면 오프라인 음식점이 ‘온라인 음식배달’을 굳이 안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안 하는 분들이 나옵니다. 제가 취재하면서 들은 이유가 몇 개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음식점 사장님이 오프라인에서 장사가 너무 잘 돼서 온라인 고객을 응대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앞서 언급한 써브웨이 사례가 이것입니다. 물론, 온라인에 더 많이 팔면 좋긴 하겠지만, ‘생산라인’이라는 것을 고려해야겠죠. 온라인 배달을 위해 생산라인을 뒤집거나 증설하는 선택지를 써브웨이 가맹점이 선택하는 데는 큰 애로사항이 꽃 필 것입니다. 당장 ‘투자비’가 대표적이고, 가맹점이 하고 싶다고 본사가 그렇게 하라고 할지도 의문입니다.

두 번째는 ‘음식배달’이라는 오프라인에서는 없는 과정에서 음식의 품질이 과도하게 떨어져서 오프라인 매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입니다. 제가 맛집배달류 플랫폼 한 영업담당자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예컨대 바삭바삭한 치킨이 강점인 업체가 있는데, 30분 배달 시간 동안 바삭바삭한 맛이 다 사라진다고 하면 어떨까요? 플랫폼의 음식점 평가창에는 분노한 고객들의 낮은 평점과 악플이 쇄도하겠죠. “하나도 안 바삭한데, 왜 바삭바삭한 치킨이라고 허위광고 하느냐”면서요.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이 후기 정보는 불특정 다수의 배달 플랫폼 사용자들에게도 노출됩니다. 이 후기 정보를 본 사용자들이 ‘온라인 주문’으로만 음식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당연히 오프라인 음식점도 방문하겠죠.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음식점의 안 좋은 후기를 본 사람이 단순히 온라인에서만 주문을 안 하고 끝날까요? 어쩌다 길에서 만난 오프라인 매장도 온라인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방문을 안 하지는 않을까요?

음식점주들의 고민은 여기서 나옵니다. 굳이 오프라인에서도 잘 팔고 있는데 온라인 시작해서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죠. 음식점주가 갖고 있는 이런 장벽을 뚫고 나가는 것이 플랫폼 입점 영업담당자의 실력이 될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이 글은 기자가 현실세계에서 써브웨이 케이터링 주문을 해보고, 또 주문을 거절 당하면서 문득 생각나 쓴 글입니다. 어찌됐든 물류는 어디에든 있고, 바비네 스터디 케이터링은 지난번과 같이 온라인 전문업체인 ‘박스케이터링’에서 진행합니다. 메뉴는 조금 바꿔서요. 이 곳도 커스터마이징은 되더군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