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랩스 2년 반, 얼마만큼 왔고 어디까지 가나
네이버를 웹에서 끄집어내 생활공간으로 연결한다. 네이버의 기술연구 자회사 네이버랩스의 목표다. 분사한지 2년 6개월이 됐고, 그 사이 대표가 바뀌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취임 후 첫 공식석상에서 향후 네이버랩스가 도전해나갈 기술 목표를 “A-CITY의 구현”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랩스는 25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3년간 집중적으로 도전해 나갈 기술 미션과 로드맵을 밝혔다. A-CITY는 다양한 형태의 머신(로봇)이 도심 각 공간을 스스로 이동하며 새로운 방식의 ‘연결’을 만들고, AI와 로봇이 공간의 데이터를 수집·분석·예측해, 최종적으로 다양한 인프라들이 자동화된 도심 환경을 뜻한다.
A-CITY라는 것은, 당장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야 할 뚜렷한 목적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추상적인 목표인데, 다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은 섰다. 석 대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심 속 실내와 도로, 인도 등 모든 공간을 고정밀 지도 데이터로 통합하고, 장소·환경·목적에 따라 다양한 변용이 가능한 지능형 자율주행머신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여기에 자연스러운 인터랙션 기술을 더해, 사용자들에게 네이버와 연계된 정보·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색, 포털 회사인 네이버가 지능형 자율주행 머신을 강조하는 것은 언뜻 보면 이상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연한다. 앞으로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포털이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웹에서 모두 제공하는 걸 목표로 했다면, 5G 시대에는 실시간으로 온오프라인이 연결될 것이므로 사람이 돌아다니는 모든 생활 공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석 대표는 “내 위치를 정확히 알고,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되면 사용자 맥락을 알게된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머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선결조건으로는 지도를 꼽았다. 네이버에서 자율주행 연구는 백종윤 리더가 맡고 있다. 백 리더는 자율주행기술을 매핑·측위·인지·예측·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들이 모두 해결되어야 하는 ‘종합예술’로 묘사하며, 네이버랩스가 구축한 자체 자율주행의 요소기술들이 더욱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GPS 신호 음영 지역이 많은 도심 속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자율주행머신의 두뇌이자 센서인 ‘HD맵’의 신속한 제작이 중요하다. 이 지도는 사람이 아니라 자율주행 머신을 위한 것이다. 백 리더는 이를 위해 딥러닝과 비전 기술로 도로 정보를 자동 추출해 보다 신속하게 지도를 제작할 수 있는 자동화 알고리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리더는 고도화된 ‘하이브리드 HD 매핑’ 솔루션을 활용해 오는 7~8월까지 마곡 상암 여의도 강남 지역의 지도를 먼저 만들고, 연내 서울 시내 왕복 4차선 이상의 주요 도로 2000km의 레이아웃 지도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구축된 HD맵과 GPS, 휠 인코더(Wheel Encoder), 라이다(LiDAR), 카메라 등의 센서를 결합해 10cm 이내의 정밀도로 끊김 없이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측위 기술을 고도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도를 만드는 것 만큼 업데이트 하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지도의 최신성을 유지할 방법도 고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주행 머신을 활용,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정보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게 한 ‘어크로스(ACROSS)’ ‘ 프로젝트다. 크라우드소스 맵핑 방식의 HD맵 업데이트 솔루션인데, 카메라 같은 저가의 센서를 단 일반 차량 여러대가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신호등이나 표지판 같은 주요 특징을 인식, HD맵을 업데이트하도록 한 방식이다.
백 리더는 현재 네이버의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이 레벨 4에 매우 가까운 3.9 정도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기술 구현을 위해 초정밀 지도 제작 솔루션, 정밀 측위, 센서 융합을 통한 주변 환경인지 및 예측, 경로 계획 및 제어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 임시운행 허가 차량을 추가해, 실제 도로 위 다양한 상황에서의 기술 검증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빠지는 지역 없이 로봇이 돌아다니고, 그 결과 사람한테 편리성을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실내와 도로 뿐만 아니라 이를 잇는 ‘인도’ 영역에 대한 매핑도 중요하다. 석 대표는 3차원 실내 지도 제작 로봇 M1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M1X를 활용해 스캔한 대규모 실내 3차원 지도를 공개하며, 기존 대비 제작 단가를 낮추면서위치 정확도가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석 대표는 이렇게 제작된 실내 지도를 기반으로 한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VL)기술도 공개했다. 석 대표는 “GPS가 통하지 않는 실내에서도 단 한 장의 사진만 있으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네이버랩스의 VL기술은 글로벌 톱 레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석 대표는 “올해부터 실내보다 환경적 변수가 다양한 인도 영역까지 이매핑·로컬라이제이션 기술을 적용해나갈 계획”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사람이, 장기적으로는 4종 보행 로봇이 직접 매핑 및 로컬라이제이션을 위한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도록 코멧(Comet)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랩스의 펀딩으로 MIT에서 개발한 4족 보행 로봇인 치타3와 미니치타가 활용될 전망이다.
한편, 석 대표는 이날 코리아텍과 함께 개발한 로봇팔 ‘앰비덱스’의 허리 파트 테스트 영상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석 대표는 “3개의 관절로 구성된 허리 파트를 통해 실내에서 앰비덱스가 더 많은 자유도를 가지고 사용자와 인터랙션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