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태블릿PC 포기 선언, 왜?
현지 시각 6월 20일, 외신에 의해 구글의 새로운 태블릿 2종이 취소됐다는 루머가 있었다. 이 태블릿들은 픽셀 4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글의 Devices & Services SVP(높은 사람이라는 뜻이다)인 릭 오스텔로(Rick Osterloh)의 트윗으로 인해 기정사실이 됐다.
Hey, it's true…Google's HARDWARE team will be solely focused on building laptops moving forward, but make no mistake, Android & Chrome OS teams are 100% committed for the long-run on working with our partners on tablets for all segments of the market (consumer, enterprise, edu)
— Rick Osterloh (@rosterloh) June 20, 2019
트윗에 따르면, 태블릿보다는 랩톱류 제품에 집중할 것이라는 속내를 읽을 수 있다. 구글은 왜 거대한 시장인 태블릿을 왜 포기할까?
구글에는 두 OS가 있다. 크롬 OS와 안드로이드다. 두 서비스 모두 구글 서비스(지메일, 드라이브, 문서 등)가 핵심이며 자체 앱 스토어를 갖추고 있다. 이 두 OS는 각자의 시장에서 적절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두 모바일 OS는 태블릿 PC에서만큼은 성공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안드로이드에서 태블릿이 성공하지 못한 여러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앱 생태계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처음 등장한 안드로이드 태블릿들은 앱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당시 주로 16:9 정도였다) 비율을 탑재한 길쭉한 형태로 등장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용으로 제작된 이 앱들은 큰 화면에서 보기엔 너무 컸다. 버튼 하나가 엄지손가락만했다. 즉, 앱 수는 많지만 태블릿에 맞는 적절한 UX가 없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들의 외관이 아이패드에 비해 쿨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모토로라의 Xoom이나 HP의 터치패드(이게 이름이다), 소니 엑스페리아Z 태블릿 등 외관이 훌륭한 제품들이 있긴 했지만 이 제품들은 안드로이드가 아니거나 태블릿보다는 랩톱에 가까워 보였다. 이렇게 각 제조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아이패드는 태블릿PC의 황제로 즉위했다.
이후 넥서스7이 반짝인기를 끌고, 외관이 아이패드만큼이나 훌륭한 삼성전자 제품들이 등장했지만 패권이 넘어간 상태에서의 수복은 쉽지 않다. iOS에서는 앱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앱은 그렇지 못했으니까. LG전자는 이와중에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G패드를 지급했다 뭇매를 맞았다.
당시 서피스가 등장하며 키보드까지 붙일 바엔 윈도우 PC를 만드는 게 낫겠다는 제조사들의 판단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
구글의 해법은 크롬 OS
구글이 태블릿을 살리기 위해 혹은 크롬OS를 더 퍼뜨리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크롬 OS로 태블릿을 만드는 것이다.
크롬OS는 안드로이드와 별도로 성장하고 있던 OS다. 원래는 리눅스 배포판인 크롬OS는 젠투 리눅스 기반의 제품이며 다른 웹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하므로 OS보다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윈도우 설치 후 크롬 브라우저 하나만 설치해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저가 PC에서도 구동할 수 있다. OS 관리를 구글이 직접 하므로 문제가 적고 사용하기 편하다. 크롬북 첫 출시는 2011년이었고 현재까지 OS와 크롬북 자체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크롬북의 대폭발은 교육 시장에서였다. 2012년 미국 교육 시장에 데뷔해 5%의 점유율을 가져갔던 크롬북은 2017년 전체 교육 시장 판매량의 58%를 찍는다. MS와 애플에서 뒤따라가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기가 저렴하고, OS 구동이 가벼우며, 인트라넷에서 파일 다운받고 USB로 파일 옮기며 골머리 썩을 필요 없이 구글 독스들을 쓰면 되는 등의 이유가 있었다. 이후 애플은 이 교육 시장에서의 추격을 위해 아이패드 가격을 내리고 애플 펜슬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은 태블릿을 살리기 위해 혹은 크롬 OS를 더 보급하기 위해 두 OS를 합치려 했다. 크롬 OS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돌릴 수 있게 했고, 아이패드 프로와 같은 태블릿도 출시했다. 이름은 픽셀 슬레이트로, 서피스나 아이패드 프로 같은 키보드를 지원한다.
그러나 픽셀 슬레이트는 미완성의 제품이다. 키보드를 꽂으면 창 모드로 작동하고, 떼면 전체화면 모드로 동작한다. 창 모드는 크롬OS의 것이고, 전체화면은 안드로이드 태블릿 같은 모습이다(실제로는 안드로이드가 아닌 크롬 OS를 구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용자에게 혼란을 준다. 그럴거면 윈도우10이나 iOS처럼 창을 나눠서 사용하는 스플릿 뷰를 통해 왼쪽부터 3/4 영역까지는 크롬 화면, 나머지 1/4은 안드로이드 앱을 돌리는 방법은 어땠을까 싶지만 이미 늦었다. 구글은 이 기기를 통해 두 OS는 합치기 어렵다는 결과만 확인한 셈이 됐다. 픽셀 슬레이트의 모델은 여러 가지지만 쓸만한 하드웨어와 키보드를 갖추면 1000달러가 넘는다. 윈도우도 아니고, 아이패드처럼 앱이 많지도 않고, 싸지도 않은 안 좋은 점은 모두 갖춘 기기가 된 셈이다.
크롬 OS는 여전히 매력이 있다. 구글의 앱들로 교사와 학생을 한 데 묶을 수 있고(교육용 매니징 툴을 별도 제공한다), 학생이 PC를 놓고 가도 집에서 접속할 수 있다. 파일 포맷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물론 이 행동들은 윈도우와 iOS에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완전히 클라우드화된’ 오피스와 기기가 먼저인 오피스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크롬 OS의 충분한 경험을 제공하려면 픽셀 슬레이트에서도 키보드를 붙여야 했던 것처럼, 크롬 OS는 키보드가 있고, 창을 여러 개 띄울 수 있는 전체화면이며, 가로 모드일 때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즉, PC, 그중에서도 랩톱의 형태일 때 가장 잘 어울린다. 가로와 세로를 넘나들며, PIP와 스플릿 뷰를 제공하고, 키보드가 없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두 경쟁자들과는 다르다.
결국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당분간 구글의 순정 태블릿PC는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PC도 많이 늘어나 소비자에게 선택의 다양성이 생겼으면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