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출장차 방문한 중국 상해. 이 나라는 거의 모든 것이 QR코드 결제로 돌아가는 나라다. 편의점부터 백화점, 음식점까지. 심지어 자판기를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빌려 타더라도 QR코드가 필요하다.

기자가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에서 만난 QR코드가 없으면 도무지 이용할 수 없는 자판기와 휴게실

파란색의 ‘알리페이(支付宝)’, 초록색의 ‘위챗페이(腾讯金融)’가 중국 QR코드 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중국 리서치업체 이관(易观, Analysis)이 발표한 ‘중국 3자 모바일 결제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기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46.06%, 32.49%로 중국 시장의 약 79%를 점유하고 있다.

2018년 4분기 중국 3자 모바일 결제 시장 분석. 단언컨대 중국은 QR코드가 없다면 하루도 살기 어려운 나라다. 마치 스마트폰이 망가진 것처럼 말이다. (자료: Analysis)

QR코드 결제는 분명 중국인들에게는 편리한 수단이다. 모바일 디바이스 하나로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중국은행 계좌가 없으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의 QR코드 결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자는 중국 상하이 푸동지구에서 4일을 지내면서, 신용카드로 결제 가능한 상점을 단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 결국 현금결제를 할 수밖에 없는데, 현금결제를 받지 않는 상점도 있고 받는다고 하더라도 현금결제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도 보였다. 지폐의 위아래를 살펴보면서 ‘위조지폐’를 확인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종업원도 만났다. 사진(위)은 현금결제를 한다고 하니 돈주머니를 꺼내서 주섬주섬 잔돈을 챙기고 있는 한 음식점 종업원의 모습이다.

물론 QR코드 결제의 대체재로 해외 결제가 가능한 비자, 마스터카드를 이용할 수 있겠다. 최소한 또 다른 이웃국가인 일본에서는 그게 먹혔다. 하지만 중국 상하이에서는 중국계열인 유니온페이를 제외하고는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을 찾기 어려웠다. 동네 구멍가게 이야기가 아니다. 로슨, 패밀리마트 등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와 호텔건물에 입점한 고급 음식점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는 불가능했다.

중국인은 가능한 QR코드 결제

입장을 바꿔보면 어떨까. 중국인들은 한국에 방문하면 QR코드 결제를 할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할 수 있다. 그것도 꽤 많은 곳에서 할 수 있다. 대형 면세점은 물론 편의점과 음식점, 심지어 서울택시에서도 ‘알리페이’로 대표되는 QR코드 결제가 가능하다.

중국의 핀테크업체들은 중국인들이 중국에서 생활화된 QR코드 결제를 그대로 해외 국가로 도입하고 있다. 그 확장세도 가파르다. 리서치업체 닐슨(Nielsen)이 발표한 ‘2018 중국인 관광객 모바일 지불결제 해외 이용실태 보고서(2018 Trends for Mobile Payment in Chinese Outbound Tourism)’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해외국가에서의 중국인 해외관광객의 모바일 결제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들 중 69%가 해외에서 모바일 간편 결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페이에 따르면 알리페이 앱을 활용한 모바일 주문 서비스는 이미 중국 내 30만개 이상 음식점에서 이용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이 서비스를 그대로 지난 3월 한국 홍대 인근의 음식점에 시범 도입했고, 다가오는 7월 정식 서비스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QR코드 결제 도입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과 한국의 가맹점이 얻는 장점은 명확하다. 알리페이를 예로 들자면, 중국인 관광객은 알리페이 앱에서 가맹점 테이블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중국어로 표시된 메뉴와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다. 가맹점은 중국어 메뉴판을 별도 개발하거나 중국어를 구사하는 매장 직원을 두지 않고도 불편 없이 즉시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이쪽도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다.

알리바바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코우베이(Koubei)’에 따르면 QR코드 결제 서비스 도입을 통해 음식점 가맹점은 주문에서 결제까지 걸리는 시간을 3분의 1로 줄이고 운영효율 또한 50%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보이는 크로스보더 결제의 씨앗

다시 돌아와서 한국에도 알리페이와 같은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이미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들이 알리페이와 같은 해외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다. 한국 외국환 거래법상 해외에서 국내 간편 결제 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돼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었다. 지난달 28일 외국환 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이와 함께 해외 QR코드 결제망을 구축하기 위한 업체들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네이버가 시작점을 밟았다. 네이버는 17일 일본 오프라인 상점(편의점, 음식점, 쇼핑센터 등)에서 네이버페이 QR코드를 활용해 결제할 수 있는 ‘크로스보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출시를 발표했다. 네이버재팬이 일본에서 이미 확보한 라인페이 가맹점들이 네이버의 크로스보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기반이 된다. 최진우 네이버페이 CIC 대표는 “단계적으로 해외 오프라인 결제처는 물론 온라인 결제처까지 확장해 사용자들이 어디에서든 편리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페이로 일본 편의점 로슨에서 결제하는 모습(사진: 네이버 영상 캡처)

카카오페이도 다가오는 7월 일본 QR코드 결제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협력사이자 투자사인 알리페이(앤트파이낸셜)와 함께 구축한 일본 가맹점에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을 기다리면서 크로스보더 결제 서비스 구축에 필요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현재 해외결제 라이선스 취득 절차를 밟고 있으며, 7월 일본 서비스 론칭을 시작으로 연내 한두개 국가에 크로스보더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짜 전쟁은 중국에서

현재 두 개의 한국 핀테크 서비스가 타깃하고 있는 국가 일본은 원래 신용카드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었던 나라였다. 외국인의 비자, 마스터카드 결제도 웬만한 쇼핑단지, 음식점에서도 이미 가능했다. 중국처럼 신용카드 결제 채널 자체를 찾기 어렵고, QR코드가 아니면 도무지 결제를 할 수 없는, 현금을 줘도 안 받는 곳도 있는 그런 문화가 아니다. 당연히 일본에서 QR코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의 비중도 중국의 그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제로페이 없어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한국의 그것을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다면 진짜 크로스보더 결제 전쟁은 ‘중국’과 같은 QR코드 결제가 국민들의 생활 속에 충분히 녹아내린 나라에서 시작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맞붙을 예정인 일본은 전초전일 뿐이다. 중국 거리 곳곳에 널려있지만, 도무지 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공유 자전거를 한국의 XX페이로 이용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지금은 중국 거리 곳곳에 쌓여있는 공유 자전거를 이용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QR코드로밖에 결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