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등장한 맥 프로는 강력한 성능 외에도 모던과 포스트모던을 오가는 외관으로 찬사를 받았다. 애플 특유의 발열구 디자인을 새롭게 정립했다는 점에서 몇 년간 애플 대형 제품의 기준이 될 것이다. 사실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Chief Design Officer) 조니 아이브는 타공을 매우 좋아하는 디자이너다. 가능하면 많은 곳에 구멍을 뚫는다.

조니 아이브가 디자인한 라이카

타공에 한맺힌 사람이 확실하다

아이폰5C의 환공포증 케이스 디자인

홈팟은 원래 스피커이므로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왠지 신나서 구멍을 만든 기분이다

애플워치 밴드도 신나보인다

많은 한국 유저들은 맥 프로의 등장을 보고 철가방을 생각했을 것이다. 가방 중 가장 기다려지는 철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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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을 많이 뚫는 이유는 디자인 요소에 발열까지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맥 프로의 역할을 했던 파워맥G5

사실 현재의 맥 프로는 과거, 맥 프로의 위치에 있던 파워맥과 유사한 형태다. 굳이 따지자면 6년 전의 맥 프로 이전 세대가 현재까지의 애플 디자인에서 가장 이질적인 제품이었다. 도시락통이나 쓰레기통을 닮았다고 각종 패러디가 등장하기도 했다.

출처=Olybop

출처=Olybop

그런데 새로운 맥 프로의 발열구 디자인이 공개되자, 이 역시 많은 패러디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주로 치즈 강판, 발 각질 제거제 등으로 불린다.

https://twitter.com/shehasnophile/status/1135622820170555392

이러한 흐름에 항상 가장 적극적인 회사가 있는데, 바로 이케아다. 해당 디자인이 공개되자 이케아 체코, 이케아 홍콩 등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사 치즈 강판인 ‘IDEALISK’의 이미지를 게시하기도 했다.
마치 애플 온라인 사이트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도 등장했다. 이케아 공식 패러디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스웨덴 PR&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Andreas Carlsson(@andreascarlsson90)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이미지다. 카를슨은 해당 게시물의 메이킹 필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케아는 과거에도 비슷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케아의 2015년 카탈로그 책 프로젝트 이름을 ‘북북’으로 정하고 ‘맥북’ 광고를 패러디했다. 이러한 스타일의 광고를 스푸핑 기법(Spoof-style)이라고 한다. 조니 아이브 대신 Jorgen Eghammer(뭐라고 읽어야할지 모르겠다) Chief design guru가 등장한다. 직책마저 패러디다.

광고 문구에도 “eternal battery life(영원한 배터리 수명)”, “tactile touch technology(촉각 터치 기술)”, “Introducing the 2015 IKEA catalog. It’s not a digital book or an e-book. It’s a book book(디지털 북이나 e북이 아닌 북 북이다)”와 같은 맥북 광고에서나 쓰일 법한, 그러나 북북에게도 모두 진실인 문구를 사용했다.

북북은 심지어 패키징도 맥북과 비슷하다.

출처-Soyacincau

출처-Soyacincau

출처-Soyacincau

이케아는 2017년, 발렌시아가가 출시한 가방이 자사의 쇼핑백인 프락타(Frakta)와 유사한 것을 깨닫고 발렌시아가의 광고 같은 스푸핑 광고를 또 만들었다. 이후 이케아 가방을 해체해 패러디 상품을 만드는 놀이가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진지한 ‘오리지널’ 문구부터 폭소가 시작된다

발렌시아가의 가방 이미지를 보면, 쭈글쭈글한 천막 재질의 이케아 가방을 오직 패러디만을 위해 억지로 폈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캠페인은 맥도날드에도 있었다. 발렌시아가가 레드 컬러의 사각 토 뮬을 공개하자 맥도날드 스웨덴(스웨덴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재밌단 말인가)은 자사 감자튀김 봉투를 접어 신고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미지를 게시한 바 있다.

이케아의 광고나 캠페인에서는 배울 점이 있다. 1. 어떻게든 자사 제품과 비슷한 것을 찾아낸다 2. 소셜 계정에서 ‘진지하게’ 광고한다. 진지해야 더 웃기다. 3. 사람들이 더 많이 패러디하도록 내버려 둔다. 이케아는 광고비로 많은 금액을 지출할 것이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에 가장 적합한 ‘공짜 광고’를 만들어내는 데 천재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