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모드 등장은 애플의 디자인 역사에서 나온 것이다

iOS13에 다크 모드가 포함되며 앱 디자인은 어두운 화면 시대로 일부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비슷한 의미의 다크 테마를 이미 적용해놓은 상태이며, iOS에서도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메신저 등이 다크 모드 앱을 테스트해왔다. iOS의 다크 모드 일괄 적용은 같은 회사의 맥 OS 모하비에서의 단행으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

맥 OS 다크 모드

다크 모드와 다크 테마를 적용하는 이유는 우선 에너지 절약 때문이다. 이것은 화면의 주요 소재인 LCD와 OLED에서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LCD와 OLED의 차이, LCD 가장 깊은 곳에 있는 BLU가 백라이트 유닛이다(출처=LG디스플레이 블로그)

LCD는 화면 뒤 백라이트(조명)이 있다. 여기서 빛을 쏴서 화면을 밝게 보이게 한다. 즉, 흰색 조명을 쐈을 때 하얗게 보이는 화면이 기본적인 상태다. LCD에서도 물론 검은 화면을 만들 수 있는데, 검은색 픽셀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붉은색이나 푸른색을 보여주는 것처럼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검은 화면 뒤에 흰빛을 쏘아야 하므로 검은색이 완전히 까맣게 표현되기는 어렵다.

OLED는 반대다. 가만히 있을 때의 화면이 검은색이다. 검은색을 표현하기 위해 픽셀에 컬러를 넣지 않는다. 또한, 소재 특성상 디스플레이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LCD와 다르게 검은색을 표현할 때는 빛도 꺼버린다. 따라서 OLED를 초기에 도입한 삼성 폰들의 경우 OS 배경화면은 대부분 검은색이었다.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 같은 간단한 시계 화면이 배터리를 별로 잡아먹지 않는 이유도, 시계 화면에 해당하는 부분에만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아이폰은 X에 이르러서야 OLED를 도입했다. 현재 아이폰 주력 기기는 아이폰 X과 XS, XS Max이며 이 제품들은 모두 OLED를 디스플레이 소재로 사용한다. 다크 모드를 적용하기 좋은 시점이라는 의미다.

 

LCD 제품에는 왜

그러나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중 아이폰X 이후의 제품들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것은 아니다. 2019년 1분기 기준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아이폰은 아이폰7이며 6s 시리즈를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한, LCD를 사용한 최신 아이폰 XR도 있다. 폼팩터가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기들의 경우에도 다크 테마가 모든 기기의 전력 효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아이폰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아이폰7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출처=device atlas)

애플은 맥OS 모하비를 출시할 때 이에 대해 밝힌 적이 있다. 눈을 편하게 하고 코딩 등의 콘텐츠에 더 집중하라는 취지다. 청색광을 줄일 수 있으므로 하루종일 혹사당하는 눈을 편안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iOS의 디자인 트렌드를 살펴봐도 일종의 해답이 나온다.

iOS는 초기에 실물의 형상을 본따 만드는 스큐어모피즘을 기조로 했다. 이후의 iOS는 iOS7에 이르러 스큐어모피즘을 버리고 플랫 디자인을 채택한다. 이때 실물을 조작하는 느낌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 볼드한 컬러, 그러데이션, 통통 튀는 애니메이션 등을 사용했다. 안드로이드 역시 비슷한 시기에 빛과 그림자를 2차원에서 구현하는 머티리얼 디자인을 내놓았다.

스큐어모픽 UI와 플랫 UI의 차이(출처=clearbrigde mobile)
컬러, 빛과 그림자, 타이포 등을 활용하는 머티리얼 디자인

이후 애플은 iOS11에서 애니메이션 대부분과 볼드한 컬러까지 모조리 제거하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들고나왔다. 글자를 크고 굵게 쓰며 각 앱의 디자인 요소를 대부분 삭제하는 스타일이었다.

미니멀함이 극대화된 iOS11의 앱(출처=Michael Horton)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 성숙도와 관련이 있다. 실물을 모방하는(스큐어모피즘) 것이나, 탄성을 줘서 혼란을 방지하는(iOS식 플랫디자인) 문제가 스마트폰 시장 성숙으로 인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그가 노년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글자를 키우고 흑백 상태로 만들고 콘텐츠 자체만 소비하게 하는 디자인을 앞세운 이유도, 앱의 여러 혼란스러운 기능을 지우고 핵심 콘텐츠에만 단순하게 접근하라는 의미였다.

앱 대부분이 컬러를 제거하고 컨텐츠만 남긴다면? OS를 반대로 어둡게 만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렇게 iOS의 다크 모드는 안전하게 시장에 안착하게 된 것이다.

 

생산성과 편안함

다크 테마와 다크 모드는 사실 원래는 접근성을 위한 것이다. 당시에는 ‘고대비’라고 불렀다. 현재도 각 OS에는 고대비 옵션이 있다. 이는 저시력자가 눈을 편안하게 하고, 색맹과 색약이 컨텐츠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눈부심을 많이 느끼는 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고대비는 어둡지만 다크 모드와는 약간 다르다(출처=Apptoolbox)

다크 모드와 고대비가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비슷한 효과는 있다. 앱 사용 시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 눈의 건강에도 물론 좋다. OLED가 아닌 LCD 아이폰의 경우 배터리는 절약할 수 없지만 눈이 편안한 효과를 얻을 수는 있는 것이다.

반면 어두운 화면은 단점도 있다. 각종 논문에 의해 ‘흰 화면에 어두운 물체’, 그러니까 현재까지 우리가 사용하던 OS의 컬러가 어두운 화면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중이다. 따라서, 앱의 오랜 사용을 위해서는 어두운 화면이, 단시간의 생산성을 위해서는 흰 화면이 좋다는 것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서비스의 화면이 검고, 페이스북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앱이 하얗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페이스북이 메신저에서 검은 화면을 먼저 선보였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인과의 대화는 편하고 안락해야 한다는 페이스북의 의도가 담겨 있다.

아이폰은 이제 생산성보다는 편안함을, 콘텐츠에 더 집중하는 방법을 일부 선택했다. 전보다 더 생산성을 강조하는 iPadOS가 각자의 길을 간다는 점에서 봐도 그렇다.

 

다크 모드 디자인 가이드를 준수해야 할까

늘 그렇듯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다크 모드를 사용한 앱을 주목할 앱에 올릴 것이다. 이는 앱 다운로드 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앱 시장 통로를 독점하고 있는 거대 군주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불쾌감 문제도 있다. 다크 모드를 적용한 OS를 사용자가 설치한다면, 갑자기 흰 화면이 등장할 때 큰 고통을 받게 된다. 해당 앱은 사용하던대로 사용해도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이것은 광과민성 장애(점멸하는 빛을 봤을 때 발작을 일으키는 장애)를 갖고 있는 이에게도 좋지 않다.

 

앱 테스트부터

다크 모드가 흰 화면보다 익숙해지지는 않겠지만 일종의 트렌드는 될 수 있다. 따라서 앱 디자이너와 앱 개발사 등은 현재 공개돼 있는 디자인 가이드에 따라 자사의 앱을 테스트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안드로이드와, 맥OS, iOS 가이드가 공개돼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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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뭔가 이종철 기자님 답지 않게 차분한(?) 기사네요. 외부 기고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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