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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쉬코리아의 기술은 어떻게 ‘도심물류’를 바꿀까

메쉬코리아는 한국에서 ‘기술’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배달대행업체임이 분명하다. 인력구성만 보더라도 170여명의 직원 중 60여명이 개발자다. 동종 경쟁 배달대행업체와 단순 비교한다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화제가 되는 기술 스택도 사용한다고 한다. 잠깐 어려운 기술용어를 사용하자면, 메쉬코리아의 개발팀은 도커(Docker) 기반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쿠버네티스(Kubernetes)를 통해 컨테이너를 배포하고 확장한다고 한다. 프론트엔드는 리액트(React), 타입스크립트(Typescript), 몹엡스(MobX)를 활용해 구축하고, MSA를 활용하여 도메인별 서비스를 구축했다. AWS(Amazon Web Services)의 세이지메이커(SageMaker)를 활용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기술 담당자가 아니라면 저런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를 수 있다. 사실 기자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메쉬코리아의 기술력을 판단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로는 솔루션 판매 레퍼런스가 있다. 메쉬코리아는 그간 어니스트비, 이마트, 티몬, CJ대한통운 등의 기업에 솔루션을 납품했다. 메쉬코리아가 이륜차 배송에서 활용하고 있는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를 그대로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커스터마이징해서 판매한 것이 특징이다.

쟁쟁한 기업들이 미쳤다고 메쉬코리아의 TMS를 돈 내고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중에서는 CJ대한통운 같은 기존 사용하고 있는 TMS가 있는 기업도 있었다.

메쉬코리아 부릉엔진의 인텔리전스. 메쉬코리아는 각 기업이 처한 상황, 물류운영 방법에 따른 니즈를 반영한 솔루션을 개발하여 공급한다. 예를 들어 CJ대한통운의 경우 라스트마일물류가 아닌 ‘간선수송’을 최적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메쉬코리아 솔루션을 도입했다. 간선수송 화물기사들이 대부분 편도로만 화물을 운송하고, 돌아오는 길은 ‘공차’로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풀어내는 솔루션을 만들었다는 게 메쉬코리아측 설명이다.

배달대행 아닌 도심물류

메쉬코리아의 매출에서 압도적으로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것은 ‘배달대행’이다. 하지만 메쉬코리아는 스스로를 배달대행업체라 부르지 않는다. 배달대행을 넘어 ‘도심물류’로 나아간다고 한다. 메쉬코리아가 정의하는 도심물류란 ‘물류의 시작과 끝이 한 도시 안에서 끝나는 것’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도시간 이동하는 화물이더라도, 메쉬코리아가 처음과 마지막의 물류를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 수행했다면 이 또한 ‘도심물류’다.

메쉬코리아는 스스로를 IT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종합물류회사라고 이야기한다. 배달대행업체라고 안한다. 메쉬코리아가 최근 이사한 선릉 사옥의 벽면에는 ‘부릉’ 마크를 부착한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최근 진출한 사륜화물차, 나아가서는 기차와 선박, 항공기, 드론까지 보인다. 종합물류회사를 꿈꾸는 메쉬코리아의 비전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메쉬코리아가 말하는 시스템의 특장점 역시 ‘도심물류’에 최적화가 됐다는 것이다. 오라클, IBM, JDA, MS 등 글로벌 IT업체들도 TMS를 납품하긴 하지만, 그들의 TMS는 대부분 국제물류와 트럭킹이 연계된 거대한 규모의 물류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돼있다는 게 메쉬코리아측 설명이다. 반면, 메쉬코리아의 TMS는 도심 안에서 일어나는 물류에 최적화됐다는 게 메쉬코리아의 설명이다.

메쉬코리아 OMS 개념도. 메쉬코리아의 시스템은 크게 TMS(부릉TMS), OMS(부릉OMS, Order Management System)로 나뉜다. OMS는 상점주의 업무 최적화를 위해 여러 배달앱의 주문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TMS는 물류운영을 최적화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번 글은 TMS에 대해 다룬다.

물류 시스템 관점에서 ‘도심물류’는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예컨대 라스트마일 물류의 경로 최적화 문제 중 하나인 TSP(Travelling Salesman Problem)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도시를 최단거리로 한 번씩만 방문하고 돌아올 수 있는 경로를 찾는 문제다. 목적지의 숫자에 따라 경우의 수는 ‘팩토리얼(!)’ 단위로 늘어나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NP-Hard로 분류돼 푸는 것이 불가능한 문제로 취급된다. 김형설 메쉬코리아 CTO는 “메쉬코리아가 푸는 문제는 TSP가 아니라 VRP(Vehicle Routing Problem)”라며 “TSP가 한 명의 배송인이 도는 것이라면, VRP는 여러 명이 돈다는 차이점이 있고 이 문제 또한 NP-Hard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메쉬코리아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핵심기술로 ‘메타휴리스틱스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여기에 약간의 패턴마이닝 기술을 추가로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CTO에 따르면 NP-Hard로 구분되는 문제는 최적의 해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의 해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 ‘최적의 해’를 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서 배송기사가 가야 하는 경로가 30개라면 30!(팩토리얼)의 경우의 수가 나와서 풀지 못하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배송기사의 목적지가 3개밖에 안된다면 경우의 수는 3!(6개)밖에 안 되기 때문에 풀 수 있는 문제가 된다.

김 CTO는 “현재 메쉬코리아는 플랫폼 핵심기술의 전환기를 겪고 있다. 기존 메타휴리스틱스와 패턴 마이닝 기반의 솔루션을 머신러닝, 인공지능 기술로 전환하고 있다. 메쉬코리아가 풀어야 할 데이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 초 6년 동안 링크드인에서 머신러닝 기술을 리드한 인재를 영입했다. 초기에는 기존 방식들을 같이 사용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기술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것”이라 말했다.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가

그렇다면 메쉬코리아의 시스템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도심물류를 최적화하고 있을까. 메쉬코리아 시스템의 중요한 목표값 중 하나는 ‘배송기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김 CTO는 “이륜차 물류 프로세스에는 낭비되는 시간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배달기사가 상점에 도착했는데, 음식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면 배달기사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며 “메쉬코리아의 TMS는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고, 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목적 아래에서 시스템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배송기사의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메쉬코리아 시스템에 반영된 기능 중 하나가 ‘추천 서비스’다. 추천 서비스는 TMS의 일부 기능을 가지고 와서 메쉬코리아 기사용앱에 도입한 것이다. 배달기사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주문들과 메쉬코리아가 자체적으로 트랙킹(Tracking)하고 있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고려하여 새롭게 올라오는 주문을 특정 배달기사가 수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면 ‘추천배지’를 노출시켜준다. 이를 통해 배달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비숙련 배달기사의 생산성을 크게 늘려서 마치 ‘숙련자’처럼 일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게 메쉬코리아의 설명이다.

김 CTO는 “새롭게 배달대행을 시작하는 기사들이 배달대행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막상 며칠 해보니 시급으로 5000원도 못 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추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에는 배달기사의 초기 이탈율이 줄었고, 전체적인 생산성이 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업체와 차이점은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 “추천 서비스의 KPI는 내부 경쟁력 중 하나라 모두 공개하기 어렵지만, 배달기사가 배달 업무를 ‘몇 분’ 내에 끝내야 한다던가 하는 내용들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메쉬코리아의 도심물류에는 최근 ‘사륜차’가 결합됐다. 향후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와 같은 여러 물류 운송수단들을 또 결합시킬 것이라는 게 메쉬코리아측 설명이다. 결국 메쉬코리아의 도심물류 시스템도 서로 다른 여러 운송수단을 ‘통합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고자 한다.

김 CTO는 “이륜차로 물류를 처리하기엔 과적이슈가 있는 화물을 사륜차를 활용해서 배송하는 식의 협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며 “메쉬코리아는 이륜차와 사륜차를 결합한 ‘반나절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택배의 도심간 허브앤스포크를 도심 안에 구현한 개념이다. 도심 안에 있는 부릉스테이션(메쉬코리아의 배달대행 거점)을 거점으로 활용하여, 집하는 사륜차가 배송은 사륜차와 이륜차가 동시에 수행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답은 현장에 있다

메쉬코리아의 기술이 완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메쉬코리아의 기술 역시 개선해야 할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대표적인 숙제는 ‘오프라인’에서 나온다. 배송기사들이 시스템이 예상한 가이드라인 밖에서 움직이는 경우다.

예를 들어서 이륜차 배달기사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신호를 위반하거나 때때로 인도로 주행하기도 한다. 메쉬코리아의 배달기사라고 이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고, 메쉬코리아는 이런 배달기사의 행위들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기술적인 해법을 도입하지는 못했다.

김 CTO는 “배달기사의 인도주행이나 신호위반을 기술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인 로드맵은 잡아놨지만,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며 “현재는 배달기사의 안전교육과 같은 운영 측면에서 해법을 찾고 있으며, 기술 측면에서는 FMS(Fleet Management System)라 불리는 시스템을 활용하여 배달용 오토바이에 센서를 달아서 위치를 추적하고 가속여부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배달기사가 시스템이 예상하는 범위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는 계속해서 나온다. 이에 대한 메쉬코리아의 해법은 ‘현장’에서 배워서 시스템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김 CTO는 “노이즈 데이터가 있을 수 있지만 업무를 잘하고 있는 배달기사가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 움직인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시스템의 방향과 배달기사의 실제 행동이 다르다고 한다면, 왜 다른지 분석해서 새롭게 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메쉬코리아는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기술 자체가 메쉬코리아의 목적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메쉬코리아의 기술은 현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새롭고 대단한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메쉬코리아의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메쉬코리아 사옥에는 우문현답 포스터를 포함하여 “현장에 부딪히다. 모든 것은 값진 실패였다”, “현장에서 길을 찾다. 기술력과 진정성으로”와 같은 ‘현장’을 강조하는 문구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실제 메쉬코리아 유정범 대표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들이라고.

결국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 메쉬코리아가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메쉬코리아의 사무실 벽면에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다. 스스로를 ‘IT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종합물류회사라고 이야기하는 메쉬코리아의 시작과 실패, 성장에는 ‘오프라인’, 그러니까 현장이 있었다. 김형설 CTO의 이야기다.

“과거 한 배달기사와 이야기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너희는 300콜짜리 프로그램’이라고요. 그 분은 이 동네에서 300콜 이상의 주문이 나온다면, 메쉬코리아 프로그램으로는 배달수행을 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여서 잘 만들어진 배달앱은 ‘배달의 리듬’을 타야 된다고 전해줬죠. 시스템이 노출시키는 화면이 배달기사의 업무 흐름에 맞춰 바로바로 넘어가고, 배송완료 버튼을 눌렀을 때 바로 나와야 되는 당연한 화면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메쉬코리아는 나름의 가정을 하면서 시스템을 만들어 현장에 도입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어마어마하게 깨졌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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