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은 헌법 정신”

국회 토론회 음슴체 2탄, 이번엔 주제가 망중립성.

[관련 기사: “정부가 유니콘 100개 만들려고 하지 말라”]

9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두 시간에 걸쳐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 2탄’이라는 주제로 망중립성을 다뤘음.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실하고 체감규제포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공동주최.

님들, 중립이 뭔지 알지 않음? ‘공평’하게 대하는 것 아니겠음? 그러니까 망중립성도 망(인터넷)을 통해서 전송되는 콘텐츠나 데이터를 차별하지 말고 똑같이 대하라는 원칙임. 부자 콘텐츠 업체라고 더 빠른 망 주면 안 된다는 얘기. 그래야 처음부터 공정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지 않겠음?

그러니까 망중립성 원칙 완화나 폐지 이야기가 나오면 포털이나 콘텐츠 제공업체(CP)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음. 돈이 많은데는 덜하더라도, 돈 없는 CP나 스타트업 같은데서는 망 이용료에 대한 부담이 커져서 사업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니까.

반대로 통신사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지 않겠음? “5G망 까느라고 우리가 돈을 얼마나 많이 썼는데! 우리가 망 다 깔았더니 돈 안 내고 날로 쓴다고?” 이거임. 첨예한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 망중립성 토론회는 국회든 어디서든 종종 열리고 있음.

그런데 이번 토론회는 조금 독특함. 토론회라기보다는 세미나에 더 가까운데, 왜냐하면 같은 의견을 가진 곳 – 망중립성 옹호- 에서만 발제와 토론에 참여했음. 환영사를 하러 온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정도가 이들과 다른 의견을 가졌다고나 할까. 참고로 김성태 의원은 지난해 ‘포스트 망중립성’을 주장했는데, 이건 변화된 인터넷 환경에서 망중립성을 완화해서 유연하게 하자는 내용이었음.

같은 편만 나왔다고 들을 내용이 없다고 생각하면 곤란함. 이런 자리가 의미가 있는 게 주최 측인 신용현 의원의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는 스타트업이 목소리를 낼 곳이 없”기 때문. 통신사는 그동안 갑 중의 갑 아니었음? 상대적으로 인터넷 사업자들의 목소리는 적었던 것이 사실임. 게다가 그간 경쟁 논리로만 접근했던 망중립성 문제에 헌법적 가치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문제 접근이 시도되는 의의도 있었음.

 

 

토론회는 최근 망중립성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이슈인 ‘5G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제로 레이팅’을 다뤘음.

먼저,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개념부터 설명하면, 5G망을 논리적으로 구분해서, 특정 구역(슬라이스)을 특별 관리하겠다는 내용. 컴퓨터 하드 파티션을 용도별로 나눠서 쓰던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됨. 더 급한 일, 더 중요한(?) 일에 특정 슬라이스를 할당한다는 얘긴데, 이렇게 되면 하나의 망 내에서 특정 트래픽을 우대하는 일이 발생.

이런 얘기가 왜 나왔는지부터 알아야 함. 지금까지는 통신망은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고 동영상이나 IPTV를 보는 등에 쓰임. 비교적 용도가 한정적. 그런데 5G 시대에서는 원격진료나 자율주행처럼,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받는 것 외에 망을 쓰는 일이 많이 생길 것으로 보임. 통신사들은 망을 나눠서 특정 구역의 속도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대신 관리 비용을 더 받을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음.

지금까지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그래서 경제적 논리로 접근을 많이 했음.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논쟁을 경제 논리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

법학자인 김 교수는 ‘망중립성 원칙의 헌법적 가치와 법적 해석’을 주제로 발표.  그간 망중립성을 헌법적 관점에서 살펴본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을 문제 제기. 망중립성 이야기만 나오면 매번 ‘인터넷 환경이 바뀌었다’ ‘대용량 트래픽 비대칭 발생’ ‘경제적 효과’ 이야기만 하는데, 그러다 보니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

관련 발표 아홉 줄 요약정리

-> 망중립성 쟁점화 배경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망중립 폐기를 발표했기 때문.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서 가상분할해 제공하는 특정 슬라이스를 특별 관리하는 것이 망중립성 위반인가에 대한 논쟁.

-> 국내에서는 관련해서 2011년 만든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 통신사가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 보안성이나 안정성 확보나 혼잡 관리 등을 위해 합리적 트래픽 관리, 또는 관리형 서비스의 경우.

-> 관리형 서비스는 통신사가 트래픽 관리 기술을 통해서 전송 대역폭 등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말함. 애초에 IPTV나 VoIP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개념.

-> 문제는 망중립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관리형 서비스’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않았음. 그러니까 지금처럼 ‘자율주행차’ 등 신규 서비스를 관리형 서비스로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쟁점이 나오는 것임.

-> 관리형 서비스를 폭넓게 인정하면 프리미엄 망 서비스가 나올 가능성이 있음. 이게 왜 문제냐? 특정 산업, 혹은 사업자 등 제삼자에게 프리미엄 망을 제공할 가능성이 생겨서임.

-> 프리미엄 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헌법 제 11조 ‘평등의 원칙’과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생김. 통신사가 소유한 각각의 통신망은 사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인 인터넷은 공공성을 지닌 것임. 누구나 이를 이용해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는 공공자산이라고 할 수 있음. 즉, 인터넷은 공공 서비스. 공공서비스는 평등과 계속성, 즉응의 원칙을 가짐.

-> 아울러, 트래픽이 통신사의 통제와 관리 아래 들어갈 경우 공권력이나 자본 권력이 사상의 자유를 보호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김. 처음에는 하나의 프리미엄 망만 열어준다고 쳐도, 시간이 지나 망중립원칙의 예외가 광범위하게 인정될 경우 인터넷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허용될 수도 있음. 정부의 의지와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프리미엄 망을 허용할 가능성이 존재함.

-> 망중립 원칙은 헌법적 가치의 구현 원칙이며 그 자체가 헌법적 가치를 지닌 원칙. 누구도 이를 폐기하거나 완화할 수 없음.

->현재로선 통신사가 망중립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제재할 수단이 없음. 지금 있는 건 가이드라인뿐이기 때문. 통신망의 공공재적 성격과 기간통신사업의 특허성 등을 고려할 때 공익성을 위반할 경우 허가를 취소하는 행정적 제제가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

 

김 교수의 메시지를 한 줄 정리하자면 “망중립성 논란은 경제 정책 검토 대상이 아님.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서 고찰하고 지켜야 함”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로레이팅 규제의 본질과 합리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발표.

제로레이팅은 ‘특정 데이터에 대해 이용자에 과금하지 않는 것’을 말함. 내가 쓴 데이터 요금을 누군가 대신 내준다는 말임. 아마도 통신사나 CP겠지? 들으면 신나는 말인데, 알고 보면 마냥 좋아하긴 어려움.

제로레이팅은, 다른 나라에서도 망중립성 위반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결정나지 않았다고 함. 그래서 김 교수는 ‘과금 문제’로 제로레이팅을 검토했음. 제로레이팅이라는게 어차피 특정 데이터에 쓴 돈을 비과금한다는 거니까, 결국 요금문제로 귀결되는 것 아니겠음?

사실 시장경제 국가에서 요금을 공짜로 하든 많이 받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음. 문제는 통신사가 기간통신사업자니까 요금제를 정부로부터 인가, 또는 신고하는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다시 말해서, 제로레이팅을 요금제의 일부로 본다면, 이 역시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 아니겠음?

바로 이 부분에 착안, 지금 국회에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정부의 인가 대상이 아니라 완전히 허용해야 한다’는 법안이 계류되어 있음. 그러니까 지금 제로레이팅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알아야 이걸 찬성하든 반대하든 하지 않겠냐는 것.

 

김 교수의 문제제기 “데이터 걱정 끝 vs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 제로레이팅을 결정하는 것은 통신사

-> 특정 CP가 가입자 확보를 위해서 제로레이팅을 하고 싶어도, 요금제를 결정하는 것은 통신사. 통신사가 자의적으로 어떤 서비스에 제로레이팅을 도입할지 결정할 수 있음. 즉, 협력자를 결정하는 것은 통신사. 결정은 통신사만.

  •   통신사는 자기 계열사의 서비스를 제로레이팅에 태울 확률이 큼

-> 이미 시도 됐던 이야기. 지난해 SK텔레콤은 11번가 이용자들의 데이터 이용료를 받지 않았음.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있는 계열사에 특혜를 주는 것.

  •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CP를 선택할 수 있음으로, 공정 경쟁에 악영향 끼칠 가능성

-> 두 가지 가능성인데 돈 많은 CP가 통신사에 제안해서 경쟁사 대비 가격 우위 확보

-> 1위 경쟁이 치열한 통신 시장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 인기 서비스를 데이터 무료로 제공. 예컨대 유튜브 데이터 비용을 통신사에서 다 댄다고 하면 번호이동 하지 않겠음? 그렇다고 하면, 유튜브를 경쟁으로 하는 플랫폼은 또 다시 공정한 경쟁을 할 가능성을 잃게 됨.

-> 제로레이팅을 허용했던 인도는 2016년 결국 페지. 페이스북이 ‘Internet.org’라는 제로레이팅 플랫폼을 론칭, 80만명 인도 이용자가 온라인에 접근하도록 도왔더니, 페이스북=인터넷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생겨남. 문제 있다고 판단, 제로레이팅 폐지.

-> EU는 제로레이팅 허용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은 ‘반경쟁적 판단’ 기준을 제시,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면 허가를 하지 않고 있음.

  • 가계 통신비 완화에 도움?

-> 제로레이팅을 찬성하는 쪽 입장에서는, 가계통신비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설문조사를 해도 내 통신비를 남이 내준다는데, 찬성이 더 많이 나옴. 그런데 님들아, 원숭이 신발 이야기 알고 있음? 옛날 어느 원숭이가 장사꾼이 공짜로 주는 신발 좋아서 매일 신다가 어느날 신발 없이는 살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더 이상 공짜로 물건을 주지 않는 장사꾼에게 울며겨자먹기로 비싼 돈 내며 신발을 사 신었다는 슬픈 얘기.

-> 제로레이팅을 반대하는 사람은 소비자가 어느 순간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특정 서비스에 종속될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임.

  • 디지털 격차 해소? 기업의 역할인가?

-> 제로레이팅을 허용하는 곳들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논리로 내세움. 그러나 디지털 접근권이 기업의 역할인지에 대한 의문 제기. 데이터 약자의 지원은 소비자 후생, 배분적 정의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정책이라는 것.

 

김 교수의 메시지를 한 줄 정리하면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제로레이팅 활성화는 결국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공정경쟁 저해라는 문제 가져올 수 있음. 정보격차의 해소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공공 와이파이 도입 등 정부 정책 우선 영역임”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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