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보험산업의 파괴자가 되려하는 ‘보맵’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일주일에 한 편,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한국 성인 중에 보험 하나 들어 놓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종합보험, 실비보험 등 건강 관련 보험부터 자동차보험 등 화재보험이나 연금보험, 심지어 휴대폰 분실 보험까지 우리는 많은 보험에 가입한다.

그러나 보험은 가장 비합리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분야댜. 가장 불신받는 금융 영역이기도 하다. 꼭 필요한 보험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보험 상품을 알아보고 가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엄마 친구, 고등학교 동창 등 다양한 지인들의 요청에 의해 보험에 들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보험은 제대로 ‘설계’되지 않는다. 가입자에게 꼭 필요한 보험이 아니라, 설계사에게 떨어지는 수수료가 가장 높은 보험이 주로 판매된다. 매달 꼬박꼬박 보험비는 이체되지만, 막상 필요할 때는 깨알같은 약관에 쓰여있는 몇 글자 때문에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흔하다.

보맵은 이와 같은 기형적인 보험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최근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 KB인베스트먼트, DS자산운용, PIA자산운용, KB증권 및 SJ파트너스, 아이디어브릿지파트너스 등 총 7개사가 투자에 참여했다.

보맵은 고객이 플랫폼에서 직접 필요한 보험을 설계해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인의 권유로 필요 없는 보험을 드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보험만 최소한으로 가입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맵은 최근 유전자 분석 스타트업 ‘제노플랜’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고객의 유전자정보와 건강검진정보, 가족력 등의 데이터를 종합해 미래에 나에게 닥칠 위험을 미리 예견하고, 그에 맞는 보험을 들 수 있다. 간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간을 중심으로 보험을 들어야 한다. 현재는 간이 안 좋을 사람이 심혈관계 관련 보험을 드는 것이 흔한 일이다.

류준우 대표는 “보맵은 고객이 든 보험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쉽게 청구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으로 시작해서, 온라인 보험 유통플랫폼으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맵 류준우 대표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설계사의 영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는 국내 보험시장을 세계 7위 규모로 올려놓았다. 그러나 고객만족도는 시장규모와 비례하지 않았다. 고객에 대한 사후관리가 부족했다. 고객은 자신이 든 보험조차 권리행사를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보맵은 온라인에서 고객이 보험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가 들어놓고도 모르는 보험이 한두 개씩 있기 마련이고, 실비보험을 들어놓고도 환급받는 절차가 복잡해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류 대표는 “고객 입장에서는 보맵에서 합리적인 보험을 선택할 수 있고, 회사에서 나도 모르게 들어놓았던 보험과 같은 숨은 보험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시장이 대면채널-설계사 중심에서 비대면 시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면서 “일상에서 필요한 보험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가입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아무리 쉽게 약관을 만든다해도 현재의 종합보험 설계를 플랫폼에서 고객 개인이 할 수는 없다. 전문 설계사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 때문에 보맵은 단계적 접근을 하고 있다. 보험 시장이 완전히 플랫폼으로 넘어오기 전까지는 설계사와 가입자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역할을 자처한다. 보험 가입자에게는 설계사의 정보를 보여주고, 설계사에게는 가망 고객을 연결해준다. 예를 들어 보맵 앱에 보험 설계사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설계사의 자격, 업력, 고객관리 지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설계사에게 자신의 정보를 보여주면, 설계사는 이 고객이 어떤 보험을 들고 있는지 어떤 보험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다.

류 대표는 “보맵은 고객이 직접 설계하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지만, 보험사가 그렇게 바뀌지 않으면 그 목표에 당장 갈 수 없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 가입은 시대적 흐름이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 보험이다. 요즘 설계사를 통해 자동차보험을 드는 운전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이렉트 보험과 일반 보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운전자들은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더이상 설계사들이 운전자들에게 비싼 자동차 보험을 제안하지 못한다. 정보가 대칭적이면 고객의 선택지는 넓어진다.

보맵은 일단 생명보험 등 장기적 상품 대신 단기 상품을 중심으로 한 유통 플랫폼 전략을 짰다. 여행자 보험, 휴대폰 액정보험, 펫 보험 등 단기, 이색 보험을 중심으로 첫발을 뗐다.

류 대표는 “고객들이 어떤 보험이 가입할지 여부를 오직 고객 중심으로 세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필요할 때 바로 가입 하고, 청구하면 바로 받을 수 있는 보험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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