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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던 펀치의 쾌감, 복싱스타 리뷰

스마트폰 게임은 훌륭하지만 늘 무언가 빠진 느낌이 있다. 터치부적응자에게 스마트폰 게임 컨트롤은 게임 외의 것들에서 큰 스트레스다. 도대체가 어디를 누르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고, 그래서 늘 어디를 누르는지를 다시 확인하면서 해야 한다. 물론 이 가상의 버튼도 잘 누르는 이들도 있다. 2019년 게이밍 시장 안에서만큼은 신탁을 받은 자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니 하드유저 대상의 게임 시장은 자동사냥밭이 돼버린 게 아닐까.

자동사냥 게임을 하다보면 어이가 없을 때가 있는데, 게임을 하는 것인지 구경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내가 전시회에 왔었나. 내돈내고 게임하는데 왜 이 게임 회사는 게임을 자랑하는 건가. 나에게도 뭔가를 하게 해줘야할 것 아닌가. 그래서 터치 부적응자에아다 구경보단 직접하는 걸 좋아하는 기자는 모바일 게임 대신 주로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하거나, 뭔가를 봐야할 시점에는 책이나 영상을 봐왔다. ‘게임하는 시간’에는 주로 PC 게임을 한다.

그러다 추천받은 이 게임은 오래 게임을 못 하는 성향의 사람에게 적합하다. 바로 복싱스타.

사실 요즘 복싱은 좀 인기가 없는 듯하다. 어릴 때만 해도 유명우나 최요삼 등의 세계 챔피언이 국내에 있었고, 복싱 경기를 하면 부모님과 함께 시합을 봤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들은 복싱 소식은 프로 선수가 아닌 배우 이시영의 것이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시합이 15년쯤만에 보는 복싱 시합이었을 정도.

그러나 게임에서는 다르다. 복싱이 종합격투기보다 유리할 수 있다. 터치부적응자들 때문이다. 이 게임의 글로벌 인기, 1000만 이상의 다운로드 기록이 그걸 증명한다. 신기하게도 복싱 비인기 국가인 한국에서 만들었다. 글로벌 제작사에서 만든 종합격투기 게임들도 있지만 현실성을 강조하느라 게임 자체는 별 재미도 없고 굳이 따지자면 현실성도 별로 없다(준비동작 없이 플라잉 니킥 차는 게 말이나 되나). 사실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는 야구를 제외한 스포츠 게임 자체가 별 인기는 없다고 한다.

게임 컨트롤은 그야말로 단순하다. 탭과 스와이프밖에 없다. 왼쪽, 오른쪽 탭은 잽. 옆으로 스와이프는 양쪽 훅, 위로 스와이프는 어퍼컷이다. 바디 블로가 빠지긴 했지만 훅을 사용할 때 스킬을 사용하면 랜덤으로 발생한다. 피하는 버튼은 양쪽 두가지밖에 없다. 그래도 피하기 어렵다.

펀치가 맞는 느낌은 그야말로 호쾌하다. 아니 절묘하다. 폭탄이 터지는 느낌은 아니지만 뭔가가 물체를 크게 친 가상의 느낌이 난다. 가드가 파괴될 때 하늘에 땀이 흩날리는 그래픽이 훌륭하다. 그 아름답게 날리는 땀을 구경하며 역전 펀치를 맞는 일이 허다하다.

게임은 하다보면 상대에 맞춰 자신만의 경기 스타일이 생긴다. 기자는 큰 거 한방을 피해가며 훅을 치는 아웃복서 스타일이다. 무지막지한 펀치력으로 경기를 압도하는 하드펀쳐들도 있고, 잽으로 정신 못차리게 하는 선수들도 있다(죽이고 싶다). 물론 이 기술들은 모두 잘 섞어서 써야 한다. 아웃복서끼리 붙으면 한 라운드 내내 서로 큰 펀치 날리기를 기다리다 끝나는 경우도 있다.

선수의 성장은 트레이닝, 보상 선물 등으로 할 수 있는데, 주로 아이템 조합에서 발생한다. 가장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건 메가펀치 글로브로, 일종의 필살기에 해당하는데, 기술마다 나가는 방향이 달라 막기 어렵다. 희귀한 기술일수록 플레이어의 실력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갓챠를 미친듯이 하게 된다. 아니면 현금결제를 하는 수밖에.

경기를 이기면 아이템 상자를 받는다
빨리 받으려면 이런 광고를 봐야 한다

일정 레벨에 갈 때까지 이 게임은 결제 유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물론 게임은 현금 싸움이 된다. 역시 펀치보다 중요한 건 돈이다.

보상을 받을 때 결제를 하지 않는다면 가끔 광고를 보고 두 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쓰러졌을 때도 가끔 광고가 등장한다. 이 광고는 불쾌한 편이 아니며 물 한잔 마시고 오면 금방 끝난다. 그래서 광고를 25000번 정도 본 기분이다. 주로 게임 광고가 떴는데 그 게임을 안 하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제작사도 돈을 벌어야 하니 광고 정도는 흔쾌히 봐주자.

한때 리그 1위

기자는 이 게임을 하는 한달동안 사실 높은 레벨에 도달했었다. 선천적으로 게임을 못하는 사람 치곤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높은 레벨에서는 아이템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의도적으로 낮은 리그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하면 이 게임을 쉽게, 가끔, 아주 열성적이진 않은 상태에서 즐길 수 있다. 대중교통을 탔을 때, 화장실에서, 사무실에서 집중이 안될 때 한 판씩 하면 된다.

다양한 코디를 하는 재미가 있다(엄마를 좋아한다)
이런 이상한 캐릭터도 가끔 등장한다

게이머가 아닌 분석하는 입장에서 이 게임에서 가장 집중한 것은 승리가 아닌 패배다. 결제로 떡칠한 선수와 만났을 때를 말한 게 아니다. 실력이 비슷한 게이머를 만났을 때의 진짜 패배다. 혼신의 힘을 다했는 데도 아슬아슬한 역전패가 발생한다. 서로 체력이 한계까지 간 상황에서 그의 마지막 판단이 내 판단보다 훌륭했다. 광고를 봐가며 아이템을 수집하고 조립하며, 패턴을 파악하고 실력을 꾸준히 쌓은 이에게의 패배는 존경심이 든다. 펀치 하나를 더 치기 위해, 더 피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구나 하는. 그래서 선수끼리는 경기가 끝나면 포옹을 하나 보다. 몸에서 흐르는 위대하고 뜨거운 눈물. 물론 게임에서는 발로 짓밟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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