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이하 CTA)가 ‘CES 아시아 2019’에서 다룰 주요 기술 트렌드를 22일 발표했다. 브라이언 문(Brian Moon) CTA 인터내셔널세일즈 부사장이 그렇게 발표한 기술 트렌드를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해줬는데 ‘자동차 기술’, ‘인공지능(AI)’, ‘5G’, ‘AR/VR’, ‘스타트업’ 순이다. 중요도 순대로 전시장 면적이 더 크다.

CTA가 22일 꼽은 CES 아시아 2019에서 다루게 될 5개의 기술 트렌드. CES 아시아 2019는 오는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상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다.

아쉽게도 CTA가 이번에 정리한 기술 트렌드에서 별도의 물류 적용 사례를 다루지는 않았다. 하지만, 물류 좋은 게 뭔가. 물류는 어디에든 있다. 실제 물류업계에서도 CTA가 꼽은 기술들은 꽤 오래 전부터 메가 트렌드로 평가 받았다.

당장 DHL이 지난해 발표한 물류 트렌드 보고서(Logistics Trend Radar 2018/19)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은 5년 이후 물류업계에 파괴적인 변화를 만들 기술로, 5G는 5년 이후 중간 수준의 변화를 만들 기술로, AR/VR은 당장 5년 이내에 변화를 만들 기술이라 평가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DHL 보고서를 중심으로 CTA가 꼽은 기술들이 물류업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살펴볼 거다.

DHL이 꼽은 물류산업에 변화를 일으킬 트렌드들. CES 아시아 2019에서 이번에 다루는 기술 트렌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료: DHL Trend Radar 2018/19)

‘가시성’을 완성하는 5G

첫 번째 기술 5G. CTA가 5G를 주요 기술 트렌드로 꼽은 이유는 ‘데이터 시대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5G는 더 빠르고, 더 넓은 모바일망을 확보하는 데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말그대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CTA측 설명이다. 스티브 코닉(Steve Koenig) CTA 리서치 담당 부사장은 “5G의 역량은 엄청나게 방대한 데이터를 매우 낮은 지연 환경 하에 전송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5G는 공업과 농업, 공공부문, 건축, 그보다 훨씬 많은 기업 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라 설명했다.

DHL은 최근 보고서에서 5G 하나만을 꼽아서 기술 트렌드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음 세대의 통신(Next-generation wireless)이라는 이름으로 5G와 LPWAN을 함께 기술 트렌드로 거론했다.(자료: DHL Trend Radar 2018/19)

물류 측면에서 5G는 공급망의 영원한 숙제라고 불리는 ‘가시성’을 만드는 기반 기술이 된다. 정확히 말하면 가시성을 만드는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완성하는 기술이 된다.

DHL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껏 물류산업에서 IoT(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를 활용한 많은 사례가 있었지만, 몇 가지 한계를 넘지 못했다. 그 한계란 ‘방대하게 연결된 장치의 추적 및 분석 비용’과 ‘배터리 수명 제한’이다. 하지만, 높은 용량의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기술인 5G와 배터리 수명을 크게 늘리는 저전력 광역 네트워크(LPWAN, Low Power Wide Area Network) 기술이 결합한다면 그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게 DHL의 설명이다.

즉, 5G는 IoT에 숨을 불어넣어 주는 기술이다. 사물인터넷은 물류센터의 선반, 선박과 화물차, 컨테이너, 각각의 화물 등에 붙어서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서로 통신하며 데이터가 연결된 네트워크를 만든다. 지금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물류의 ‘실시간 가시성’을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이다.

자동화를 만드는 ‘인공지능’

두 번째 기술 인공지능. CTA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5G와 함께 ‘데이터 시대’로의 전환을 만드는 또 다른 동력원이다. 인공지능은 상업, 산업 전 부문에서 ‘자동화’를 만드는 기술이다. 예컨대 인공지능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암 검진 확인 등의 업무에 사용되며, 유통 분야에서는 무인매장, 무인계산대 등에서 사용자의 얼굴 인식을 통한 상품 구매에 이용되고 있다.

특히 사람이 일일이 살펴보고 개선하지 못할 만큼의 방대한 데이터가 쏟아져 나올 때 인공지능은 빛을 발한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인 사물인터넷과 그 기간망인 5G와 함께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은 DHL 보고서에도 그 자체로 메가 트렌드다. 공급망관리의 목표가 가치사슬에서 낭비를 찾고 개선하여 전체 가치사슬의 최적화를 만드는 것이라면, 인공지능은 딱,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 부합하는 기술이다. (자료: DHL Trend Radar 2018/19)

물류산업에서도 인공지능은 ‘자동화’를 만드는 기술이 된다. DHL은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물류기업의 회계, 재무, 인사, IT와 같은 내부 기능을 간소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보고 있다.

물류 측면에서도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여 과잉 재고와 재고 부족을 막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 보고서는 언급한다. 예컨대 한국 기업인 마켓컬리가 자랑하는 수요예측 시스템인 ‘데이터 물어다주는 멍멍이’가, 아마존이 한참 전에 특허를 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이 아직 주문하지도 않은 상품을 예측하여 배송하는 형태의 운영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사례로 거론된다.

헤게모니를 뒤집는 기술 ‘자율주행’

세 번째 자동차 기술. CTA에 따르면 자동차 기술에는 ‘로봇’과 ‘센서’, ‘인공지능’, ‘5G’ 기술이 집결된다. 또한 자동차 기술은 전기차가 결합된 모빌리티 솔루션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5G가 그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CTA가 가장 중요한 기술 트렌드로 ‘자동차 기술’을 꼽은 것도, 자동차 기술에 이번 CES 아시아 2019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전시회 공간을 배정한 것도 자동차 기술이 가히 모든 기술을 흡수하고 있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도 물류산업을 뒤엎을 메가 트렌드로 평가된다. DHL 보고서에는 자율주행차(Self-Driving Vehicles)뿐만 아니라, 무인항공(Unmanned Aerial Vehicles), 로봇자동화(Robotics&Automation)가 자동차 관련 기술 트렌드로 함께 언급됐다.(자료: DHL Trend Radar 2018/19)

물류 측면에서 ‘자율주행’은 물류산업의 헤게모니를 뒤집을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많은 인프라를 보유하고 네트워크에 대한 관리 역량을 가진 기업이 물류의 강자였다면, 자율주행 시대에는 알고리즘을 가진 플랫폼이 물류의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물류현장에서 사람이 사라짐에 따라 사람이 했던 관리 기능의 상당 부분이 기술의 영역으로 이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현재 화물주선업체가 하는 일을, 수많은 자율주행 인프라를 사용자의 수요에 맞춰서 그때그때 제공하는 클라우드 플랫폼이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빌리티의 서비스화(MaaS)의 한 꼭지에는 물류가 당당하게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 염두에 둬야 하는 일이 있다면 ‘자율주행’은 기존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 기술이라는 점이다. DHL 보고서에서도 ‘자율주행’은 물류산업에 새로운 차원의 변화를 만들 기술임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기존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 기술로 평가 받았다. 택시기사, 대리기사, 퀵서비스 기사, 화물운송기사 등 ‘기사’가 붙는 모든 직업은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사라진다.

사라지는 이들의 반발과 남아 있는 규제 이슈는 자율주행 시대 이전 넘어가야 할 과제라는 게 DHL의 평가고, 굳이 DHL 평가를 붙일 필요도 없이 우리 눈으로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작업자의 두 손을 자유롭게 ‘AR/VR’

마지막으로 AR/VR. CTA에 따르면 AR/VR은 데이터 시대의 매우 중요한 트렌드다. 증강현실(AR)은 물리적인 환경과 교류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며, 가상현실(VR)은 특유의 몰입도로 현실과는 조금 다른 경험을 하게 만든다. 코닉 부사장은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기술은 AR, 그 중에서도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이라며 “증강현실이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음성, 오디오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HL 보고서에서 AR(사진 위)과 VR(사진 아래)은 별개의 트렌드로 다뤄졌다. 상대적으로 VR에 비해 AR이 물류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게 DHL의 평가다.(자료: DHL Trend Radar 2018/19)

물류산업에서도 AR/VR, 특히 물류센터 안에서 AR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난다. DHL 은 보고서를 통해 AR을 피킹, 패킹, 분류 등 물류센터 안에서 수행하는 업무에서 ‘두 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한다. 물류센터 안에서 바코드 리더기 혹은 단말기를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상품을 찾아 스캔하던 작업자의 모습은 스마트글래스를 통해 비전으로 작업지시를 받고, 비전으로 바코드를 읽는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AR을 통해 물류센터 작업을 마치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이 바꿔서 작업자의 근무 만족도를 고양할 수도 있다는 게 DHL의 설명이다.

실제 DHL은 직접 개발한 비전피킹 시스템을 일본 화주사 리코(Ricoh)에 배치하여, 생산성을 25% 향상시켰다고 한다. 이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와 스마트글래스의 실시간 연동을 통해 만든 결과였다는 평가다.

공통분모 ‘데이터’

이번에 CTA가 꼽은 마지막 기술 트렌드는 ‘스타트업’이다. CTA는 이번 CES 아시아 2019 스타트업관에서 약 125개 스타트업들의 제품을 선보인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앞서 설명한 모든 기술이 포괄되는 개념이라서 뭐라 더 할 말은 없지만, 이번 글은 DHL 보고서로 시작했으니 DHL 보고서로 마무리해 본다.

DHL이 꼽은 물류산업을 해체하고 있는 스타트업들. 눈에 띄는 업체는 최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아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포워딩기업 플렉스포트(Flexport)다.(자료: DHL Trend Radar 2016)

DHL은 2016년 발행한 트렌드 보고서(Logistics Trend Radar 2016)에서 별도의 페이지를 할당하여 ‘물류산업을 해체하고 있는 스타트업들(Startups unbundling the logistics industry)’이라는 제목의 인포그래픽을 수록했다.

이들 기업을 하나하나 보면 대부분 ‘데이터’를 다루거나 그 자체로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기존 물류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이들처럼 거대한 선박이나 물류센터, 화물차를 전대로 움직이는 인프라 중심의 기업은 찾아볼 수 없다.

생각해보자. CTA가 꼽은 기술 트렌드인 ‘5G’와 ‘인공지능’, ‘자동차 기술’, ‘AR/VR’에도 그 근간에는 ‘데이터’가 있었다는 것을. 물류기업들이 바라는 디지털 전환의 열쇠도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