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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온라인 샐러드 판매에 숨은 공급망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일주일에 한 편,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여기 온라인에서 샐러드를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 이름은 프레시코드. 소비자 입장에서 이 업체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인터넷에서 10여종의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다. 고객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샐러드를 ‘새벽배송’, ‘퀵서비스’, ‘프코스팟 배송’으로 수령할 수 있다.

프레시코드에서 파는 샐러드 11종과 건강간식 4종. 프레시코드가 고민하는 포인트 중 하나는 SKU(Stock Keeping Units, 상품 셀렉션)다. SKU를 늘려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당장 프레시코드는 한정된 품목 안에서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우선은 프레시코드가 직접 제조까지 가치사슬을 통합한 샐러드에 집중하고, 추후 샐러드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품목까지 상품 품목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프코스팟 배송.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보인다. 프레시코드만의 공급망 운영 전략이기도 한 프코스팟은 ‘공유 거점’이다. 프레시코드는 소비자의 회사 사무실이나 공유오피스, 체육관, 편의점, 카페와 같은 장소를 배송거점으로 활용한다. 프레시코드는 회사 임직원만 출입할 수 있는 기업사옥이나 공유오피스를 ‘프라이빗 프코스팟’,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카페나 편의점 같은 장소를 ‘퍼블릭 프코스팟’이라 부른다.

프코스팟 현황. 현재 프라이빗 프코스팟은 우아한형제들, 카카오, 쿠팡, SK텔레콤 등 기업 사옥과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를 포함하여 363개, 퍼블릭 프코스팟은 20개가 열려 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173개였는데, 반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프코스팟 배송 프로세스는 이렇다. 먼저 고객은 주문한 샐러드를 받을 수 있는 인근 프코스팟을 설정하여 배송을 요청할 수 있다. 배송기사는 프코스팟 안에 있는 특정장소(주로 ‘냉장고’, 냉장고가 없을 경우 ‘안내 데스크’, ‘문서 수발실’ 등)까지만 샐러드를 배송한다. 배송 직후 고객에게는 샐러드 도착 안내 메시지가 도착하는데, 이후 샐러드를 수령하는 것은 고객의 몫이다.

어찌 보면 고객에게는 샐러드를 직접 가지고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하나 추가되는 프로세스다. 당연히 프레시코드가 번거로움을 감내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있으니, ‘단 1개의 상품도 무료배송’ 해준다는 점이다. 프레시코드의 다른 물류 서비스인 ‘퀵서비스’와 ‘새벽배송’이 3000원의 배송비를 받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고객 입장에서 프코스팟 배송은 약간의 시간과 발품을 팔아 3000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프레시코드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세 가지 배송 서비스. 이 중 프레시코드가 직접 운영하는 것은 프코스팟 배송 하나다. 나머지 두 개는 외부 물류업체(새벽배송- 팀프레시, 퀵배송- 체인로지스) 아웃소싱을 통해 제공한다. 단연, 프레시코드의 주력 물류 서비스는 프코스팟 배송이다. 현재 전체 배송 중 프코스팟 배송의 비중은 50%가 넘어간다고 한다.  최근 시작한 새벽 정기배송 론칭 이전에는 전체 주문의 70~75%가 프코스팟 배송으로 이루어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수요’와 ‘비용 절감’을 만드는 공유거점

프코스팟 배송은 이커머스 업체와 음식배달업체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라스트마일 물류(문전배송)’가 아니다. 오히려 고객과 대면하는 프로세스는 과감히 삭제했다. 프레시코드가 굳이 너도나도 하는 ‘라스트마일 물류’를 생략한 이상한 물류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수요’를 찾기 위해서다. 프코스팟은 그냥 열리지 않는다. 프레시코드의 샐러드를 먹고 싶어서 프코스팟 개설을 신청하는 사람이 최소 5명이 있어야 열린다.

프코스팟 배송은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기존 여러 명의 분산된 고객에게 방문 배송했던 것을, 한 번의 거점 배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 물류는 없기에, 프코스팟 배송의 ‘무료배송’ 또한 샐러드 판매 원가에 숨어있는 비용이 있다. 하나의 프코스팟에서 발생하는 주문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상품 하나당 배송원가는 큰 폭으로 절감시킬 수 있다. 실제 프코스팟 하나당 발생하는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은 프레시코드의 KPI(Key Performance Index) 중 하나다.

정유석 프레시코드 대표는 “우리 제품에 열성적인 고객을 찾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자본도 없던 상황에서 시장 검증 없이 마구잡이로 오프라인 인프라를 확장하기엔 불안감이 있었다”며 “프레시코드 웹사이트도 오픈하지 않은 베타테스트 당시 프코스팟 오픈 수요가 있는 67개 회사를 찾았고, 그 회사들에 1100개의 샐러드를 팔았는데, 여기서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규모의 함정, ‘재구매율’ 고려해야

하지만 프코스팟을 늘린다고 마냥 좋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고객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오히려 물류비용은 증가할 수 있다. 예컨대 프코스팟을 개설했는데, 반복적으로 샐러드를 구매하는 고객이 1명밖에 없다고 한다면 ‘무료배송’으로 인한 비용은 그대로 프레시코드의 원가에 반영된다. 프레시코드가 원하는 최소 수치인 5명, 사실 효율을 내려면 그보다 더 많은 고객들의 반복 구매가 프코스팟에서 발생해야 한다.

결국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는 ‘지속가능성’, 그러니까 고객의 재구매율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프레시코드가 고객의 재구매율을 끌어내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프코스팟 개설에 붙은 또 하나의 조건이다. 단순히 5명의 개설 희망자가 나오기만 하면 프코스팟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다. 개설 희망 이후 최소 3번 이상의 주문이 발생해야 정식 프코스팟이 될 수 있게 한 것이다. 프레시코드에 따르면 이 방법을 통해 고객의 재구매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현재 고객의 재구매율은 55~60% 사이라는 설명이다.

프코스팟 오픈 프로세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규모’와 ‘재구매율’이다. ‘최소 5명’이라는 제약은 ‘규모’를, ‘최소 샐러드 3개 이상 구매’는 ‘재구매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프레시코드의 복안이다.

프레시코드가 고객의 반복구매를 끌어내기 위해 시도한 또 다른 방법은 ‘정기배송’이다. 프레시코드는 최근까지 총 9차례 정기배송 판매를 시범 테스트했고, 전량 판매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고객 입장에선 개별 구매하는 것에 비해 22.3% 할인된 가격에 2주 동안 먹을 12개의 샐러드를 6번(월, 수, 금)의 배송을 통해 받을 수 있다. 프레시코드 입장에서는 고객의 수요를 사전 예측하고, 한 번에 2개의 샐러드를 배송함으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장차 프레시코드는 현재 ‘새벽배송’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정기배송을 ‘프코스팟 배송’까지 확장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정기배송이 프코스팟의 ‘지속적인 규모’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프레시코드의 정기배송은 9회차 플랜이 전부 마감됐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한다.

정 대표는 “프레시코드의 KPI는 프코스팟의 숫자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프코스팟 하나당 발생시키는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당장은 프코스팟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건강한 프코스팟과 당장 내일 죽을 것 같은 프코스팟이 어디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최적화를 위한 다른 노력들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는 소비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급망 관리는 기업의 원가를 절감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기자가 생각하는 공급망 관리란 “가치사슬 안에서 낭비를 찾아내 개선하고, 전체 가치사슬의 최적화를 만드는 것”이다. 프레시코드의 사례에서도 이와 같은 SCM 관점을 찾을 수 있었고, 프레시코드는 이를 오퍼레이션(Operation)이라 부른다.

첫 번째로 프레시코드는 낭비를 줄이기 위해 100% 예약제로 샐러드를 판매한다. 미리 고객 주문을 받아서 그 만큼만 생산을 한다는 뜻이다. 프코스팟 배송과 퀵서비스 배송은 오전 9시 30분까지 결제한 사람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에 맞춰 배송한다. 새벽배송 같은 경우는 주문수령 전날 오후 5시까지 결제한 사람을 대상으로 다음날 밤 12시~새벽7시 사이 집 앞으로 배송한다. 당연히 주문마감시간에 닥쳐서 샐러드를 만들기 시작하면, 점심시간까지 고객 배송을 끝내지 못한다. 미리 확보한 고객 주문 정보를 기반으로 주문마감 시간 이전부터 열심히 샐러드 생산에 들어가야 한다. 주문후 생산하는 이 방법 덕분에 팔리지 못하고 남은 샐러드가 버려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프레시코드의 설명이다.

프레시코드의 성수동 키친 전경. 후면에는 물류 작업 공간 및 사무실이 있다. 무려 HACCP 인증 기준에 맞춰 구축했다고. 프레시코드는 종전 7평 규모의 한남동 키친에서 지난달 100평 규모(키친 50평)의 성수동 키친으로 이전했다. 키친을 이전하기 전까지는 공유주방 ‘위쿡’에서 늘어나는 고객 주문을 받쳐주지 못하는 최대 생산량(Capacity)을 보충했다고 한다. 종전 한남동 키친의 일일 최대 생산량이 600~1000개였다면, 현재 성수동 키친은 5000~1만개까지 샐러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프레시코드가 공급망의 낭비를 줄이는 두 번째 방법은 ‘유연한 배송인력’ 활용이다. 현재 프레시코드는 사륜차 4대를 활용해 프코스팟 배송을 하고 있다. 프레시코드는 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그러니까 오전 10시30분 전에 출차하여 오후 12시30분까지 모든 고객에게 배송을 완료하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고객 주문에 대응하려면 ‘고객 수요’와 ‘배송권역’에 따라 필요한 숫자의 배송 인프라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갑작스레 수요가 증가한다면, 극단적인 예로 프레시코드가 ‘전지현 광고’라도 해서 폭발적으로 주문이 증가한다면, 고객에게 약속한 시간, 그러니까 점심시간을 넘겨 배송하게 되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평소 주문이 많이 나오지도 않는데, 필요 이상으로 자체 차량을 많이 운영하는 것은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불러오는 요인이 된다.

이렇듯 수요 급증 등 배송 인프라 부족 상황에서 완충재를 만들고자 프레시코드는 현재 3명의 프리랜서 배송기사를 운영하고 있다. 프리랜서 배송기사는 자차를 활용하여 프코스팟 배송에 투입되고, 스팟 하나를 배송할 때마다 3000원의 돈을 번다. 프레시코드에 따르면 프리랜서 배송인 한 명이 한 시간 안에 배송할 수 있는 스팟은 8~10곳이라고 한다. 수익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2만4000~3만원 꼴이다.

앞으로도 프레시코드는 ‘고객의 주문’과 ‘키친 최대 생산량(Capacity)’, 그리고 ‘운영 및 배송인력’을 고려하면서 공급망 안에서의 낭비를 발견, 개선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주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당장 프레시코드에게 당면한 숙제는 현재 오전 9시30분인 주문 마감시간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즉, 고객 입장에서는 최대한 ‘즉시배송’에 가깝게 끌어올리는 운영을 생각하고 있다.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다. 현재 프레시코드의 하루 출고량은 2000개라고 한다. 이 2000개의 주문에 맞춰 적정 원재료를 구비하고, 적정 인력을 투입해, 적정 생산을 하고, 마찬가지로 적정 인력을 투입해, 적정 시간에 배송을 해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적정이라는 게 참 어렵다. 과해도 문제고, 부족해도 문제다. 프레시코드의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그러니까 2000개의 출고량이 5000개가 되고, 1만개가 된다면 그 난이도는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인터넷에서 주문한 샐러드 하나를 먹기까지는 꽤나 치열한 업체의 고민들이 녹아있다. 지금까지 프레시코드가 ‘프코스팟 배송’, ‘새벽배송 및 퀵서비스 아웃소싱’, ‘프리랜서 배송’, ‘정기배송’, ‘공유주방 활용’ 등으로 개선하고자 노력했던 일이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숙제이기도 하다. 오늘도 공급망 관리는 어렵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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