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9년, 자산 10조원 대기업집단 됐다

나의 시야 안에 현재 카카오의 전신 아이위랩이 처음 포착된 것은 2008년 5월이었다. 아이위랩은 김범수 의장이 NHN(현 네이버)을 퇴사하기 직전 설립한 회사다. 김범수 전 NHN 대표가 새로 창업을 했다는 소식은 소문으로 들었지만, 무슨 사업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었다.

그때 아이위랩에서 위지아라는 서비스의 클로즈 베타테스터로 초대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좋은 다섯 가지를 찾아준다는 개념의 서비스였다.

당시 이메일을 다시 보니 ‘김범수’ 대표가 창업한 회사임을 강조하며 창업자 마케팅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김범수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아이위랩의 초기 서비스들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당시는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인터넷 서비스들은 대부분 경쟁구도가 고착된 상태여서 신규 서비스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2009년 11월 28일 국내에 아이폰(KT)이 출시됐고, 2010년부터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다. 아이위랩은 모바일 시장에 빠르게 대응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로 카페 서비스 카카오아지트가 2010년 2월 공개됐다. 그리고 2010년 3월 18일, 드디어 카카오톡이 세상에 등장했다.

당시 출시 보도자료를 잠깐 살펴보자.

김범수 전 NHN 대표가 설립한 아이위랩(대표 이제범)이 아이폰용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http;//talk.kakao.com)을 3월18일 한국 앱스토어를 통해 출시하며 모바일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카카오톡은 아이폰 사용자간 무료로 문자메시지 및 사진 동영상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실시간으로 그룹채팅을 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이다. 문자 메시지를 대체하는 1:1 채팅 서비스는 기존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여러 명의 친구들과 동시에 다자대화를 할 수 있는 그룹 채팅은 모바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약속시간을 정하는 경우, 문자메시지나 기존의 다른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하면 여러 번의 1:1 메시지를 서로 주고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카카오톡의 그룹 채팅을 이용하면 초대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채팅방에 모여 빠르고 편리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카카오톡은 기존의 인터넷 메신저와 달리, 상대방의 계정을 등록하고 수락하는 절차가 없으며, 본인의 핸드폰 연락처에만 등록 되어 있으면 자동으로 카카오톡의 친구목록에 추가되어 바로 채팅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서로 알고 있을만한 지인들을 추천해주는 “지인추천”기능을 통해, 직접 연락처를 알고 있지 않더라도 추천된 친구와 바로 채팅을 할 수 있어 다양한 네트워크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카카오톡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1년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는 모바일 시장을 평정했다.

카카오의 성공 비결은 모바일에 가장 빠르게 대처했다는 점이다.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지 3개월만에 카카오톡, 카카오수다, 카카오아지트 등 커뮤니케이션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당시 대부분의 국내 IT기업들은 사내에 아이폰 개발자가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이다. SK텔레콤은 아이폰을 출시하지도 않았었다.

카카오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단순 모바일 메신저로 시작했지만, 게임 플랫폼으로 성공을 거뒀고 이후 통합 생활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카카오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대기업집단이 됐다는 것은 자산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이룬 성과다. 낡은 규제의 적용을 받는 불편함이 있지만, 카카오가 그만큼 성장했다고 의미를 부여해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 대기업집단은 34개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는 대규모 인수합병 두 건이 있었다. 첫번째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이다.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014년 10월 합병했다. 형식적으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를 인수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카카오가 국내 2위 포털 다음을 먹었다.

두번째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다. 지난 2016년 3월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이후 카카오M으로 이름 바뀜)를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IT업계에서 보지 못했던 대형 거래였다. 당시에는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인수 이후 카카오의 실적그래프가 달라졌으며 콘텐츠 등 신성장 원동력이 됐다.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이후의 실적 변화

카카오의 자산총액은 앞으로 더욱 커질 예정이다. 이번 대기업집단 범위에 카카오뱅크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10%만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34%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이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며,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대기업집단이 된 카카오는 계열사 간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금지 등의 규제를 받게 됐다. 이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출자를 막기 위한 규제다. 이런 규제 때문에 카카오가 달라질 것은 없다. 계열사간 순환출자나 채무보증 같은 행위는 이미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새로운 기업에 과거의 규제가 덧씌워지면서 과거의 기업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김범수 의장은 대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가 됐다. ‘대기업 총수’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혁신’이나 ‘기업가정신’과 안어울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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