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출시 이후 한달여가 지났다. 기자는 4월 8일 5G폰을 개통해 지금까지 사용 중이다. 솔직한 후기를 남긴다.

 

속도와 레이턴시

5G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와 레이턴시다. 대부분 속도가 매우 빠를 것으로 기대하며 폰을 구매했을 것이다. 레이턴시란 지연시간을 말한다. 정보가 왔다 가는, 또는 그 반대의 시간을 말한다. 통신사들은 현재 5G의 속도를 최대 2.2Gbps~2.7Gbps로 밝히고 있다. 중간값인 2.4Gbps 정도로 생각했을 때, 초당 286메가바이트를 받을 수 있는 속도다. 그럼 4초만에 1GB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근처의 속도도 나오지 않았다. 속도 측정은 대부분 실외에서 했으며, 벤치비 앱을 사용했다.

 

강남구

가장 속도가 뛰어나다는 강남에서 속도 체크를 해봤다. 위치는 역삼역 인근이다. 다운로드 속도는 185Mbps, 레이턴시는 33.6ms였다. LTE 평균 속도인 117Mbps와 대단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빠른 편이지만 열 배 정도는 더 빨라져야 5G라고 할 수 있겠다.



마포구 합정동

기자가 살고 있는 합정동 강변은 원래부터 LTE 속도도 느린 곳이다. LTE로도 30Mbps를 넘겨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렇다면 과연 5G는? 마찬가지였다. LTE와 거의 동일한 속도가 나온다. 이미지를 보면 5G로 표시되고 있지만 4G를 사용하고 있음을 의심해볼 수 있다. 통신 요금은 2만원이 올랐는데 속도는 2MB만큼도 오르지 않았다. 치욕스러운 결과다. 개인적으론 집에서 와이파이 토글 버튼을 꼈다 끄는 걸 반복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토글버튼이 어느새 켜지는 아이폰 때문에 생긴 버릇이다. 그러나 대용량 게임 등을 받을 땐 여전히 와이파이 토글 버튼을 눌러야 했다. 투자대비 소득이 엉망이다.

처음 실행했을 때는 분명 속도가 빨랐는데 오픈빨이었다

LTE치고도 느린 속도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회사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다. 여의도는 직장인 밀집 지역으로 LTE가 폭탄처럼 잘 터진다. KT의 경우 지사도 하나 있다. 그러나 5G는? 랜덤이었다. 열번이상 속도체크를 했는데 가장 높은 속도는 153Mbps, 가장 낮은 속도는 3G보다 더 떨어지는 수준인 6Mbps다. 6Mbps면 급작스러운 사고가 났을 때 문자신고하려다가 죽을 수도 있다. 여의도는 또한 자율주행차가 많이 돌아다니는 시범 지역이다. 아마 모든 자율주행차가 LTE 기반으로 테스트 주행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레이턴시가 가장 심할 때는 46.6ms였는데, 이정도면 LTE 지연속도 수준에 해당한다. 심지어 다운로드 속도가 업로드(12.7Mbs)보다 느린 적도 있다.

을지로 일대

을지로에 방문했을 때 한 생각이다. 을지로만큼은 1Gbps가 넘겠지. 통신사 본사가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 본사 지들만 빠른 속도로 쓰니까 고객들 불편함은 모를 거야-같은 생각을 하며 속도 측정을 해봤다. 그렇지 않았다. 통신사 직원들은 평등한 사람들이다. 직원들도 똑같이 느린 5G를 쓰고 있었다. 이런 박애주의자들을 봤나.

물론 평균적으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을지로였다. 을지로동, 을지로 1가~3가를 모두 옮겨다니면서 테스트를 해봤는데 을지로동>3가>2가>1가의 속도로 빨랐다. 최고는 263Mbs, 최저는 157Mbps였다. 해당 통신사 본사는 을지로 2가에 있다. 이런 박애주의자들.

을지로동

을지로 1가



을지로 2가

을지로 3가

이태원

의외로 최고속도가 터진 곳은 이태원, 그중에서도 녹사평역 인근이었다. 녹사평역에서는 해방촌과 경리단길을 갈 수 있고, 주거지역이 넓게 퍼져 있다. 해답이 나왔다. 5G는 외국인 먼저 정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농담이다. 속도는 빨랐지만 30분 이상 폰이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고 속도는 277Mbps로, 1Gbps는커녕 300Mbps도 넘은 적이 없다.

외국인 우대 정책(아님)

데이터 통신 끊기는 문제

세간에 지적된 대로 5G와 4G망 전환 시 데이터가 끊기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가끔이 아니라 아주 자주 있다. 뭔가 안된다 싶으면 꼭 이 문제다. 이럴 땐 당황하지 않고 에어플레인 모드를 한번 켰다가 끄면 끝-이 아니라 분노가 차올라서 견딜 수가 없다. 몇만원 더 받으면서 이런 걸 경험해야 하다니.

더 큰 문제는 통화를 할 때다. 현재 대부분의 통신사는 5G망에서도 통화를 할 때는 망 수급이 안정적인 LTE로 돌린다. 그런데 이 LTE로 전환 시에 통화가 끊기거나 초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관심 있는 상대와 통화를 하려다 끊어진 적도 있다. 왜 내가 안생기는데 누군가가 일조한단 말인가.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통신사와 제조사가 서로 잘못을 미루고 있다. 크게 보면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과기부의 탓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하던 와중에 소비자의 피해는 점차 늘어난다.

 

레이턴시가 중요한 이유

레이턴시가 중요한 이유는 게임 다운로드 같은 것들 때문이 아니다.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100km로 주행할 때 레이턴시가 1ms면 2.8cm 진행 후 제동이 시작된다. 만약 50ms면 1.4m 진행 후 제동이 시작된다. 그렇다. 당신은 이미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당신도 죽을 것이다. 물론 이 속도는 인간의 제동 지연 속도(200ms~300ms)보다는 빠르다. 제값을 다 냈는데 살인마가 될뻔했다.

 

VR과 스트리밍 게임

각 통신사는 모두 AR 혹은 VR, 스트리밍 게임 등을 주력 서비스로 밀고 있다. 적절한 생각이다. 속도가 나와주니 콘텐츠 소비를 장려해 별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겠다. 그러나 LTE에서도 제대로 되던 것들이라 체감할 것은 없었다. VR 영상의 경우 가상의 극장에서 야구나 영화를 보게 한다는 계획인데, 폐소공포증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VR이나 AR 게임 역시 원래 LTE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 것들이다. 즉, 5G 사용의 뚜렷한 필요성이 보이지 않는다.

스트리밍 게임은 설치 없이 바로 할 수 있는 게임들을 말한다. 그러나 ‘속도가 느리다’는 피드백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초고속이라고 써있는데 초고속 안 나옴

총평

사실 5G보다는 갤럭시 S10을 저렴하게 사기 위한 방법으로 구매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현재 갤럭시 S10 시리즈는 5G 유치 전쟁에서 온 보조금 때문에 5G가 LTE보다 저렴한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속도는 분명히 빠르다. LTE에선 상상할 수 없는 속도가 나온다. 속도가 나오는 지역에서는 80MB쯤 되는 앱을 받을 때 다운로드 상태를 보여주는 바가 아예 나오지 않은 적도 있다. 혹은 카카오톡 보내는 수준으로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광고보다는 훨씬 느리다.

속도는 그렇다 치고 사용이 불안정하다.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통화 초반에 소리가 뭉개지거나 들리지 않는 현상이 있다. 데이터 통신이 묵묵부답일 때도 있다. 비행기 탄 줄 알았다.

5G를 활용한 콘텐츠들은 미지수다. 원래도 잘 보고 있었던 영상은 별반 차이 없고, 스트리밍 게임은 로딩에 꽤 긴 시간이 걸리며, VR이나 AR 게임은 원래 설치 후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은 자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만 해도 첫 달 돈값은 했다고 본다. 빨리 망 최적화를 통해 통화나 데이터 끊김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평가는 ‘좋지만 아직’.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