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픽셀 3a, AI 활용해 저가 프리미엄 폰을 노린다?

구글이 I/O 2019에서 399달러짜리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이름은 픽셀3에서 뭔가를 뺀 것 같은 픽셀 3a와 3a XL.

지난해 공개된 픽셀 3는 AI에 대한 구글의 각오를 보여주는 폰이었다. CPU와 GPU 외 별도의 비주얼 코어를 넣어, 카메라 부품 성능이 아닌 인공지능 보정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느낌이었다.

픽셀 3a는 이 카메라의 유산을 그대로 내려받으며 다른 부품들에서 원가절감을 한 폰이다.

픽셀 3a

우선 픽셀 3a의 카메라 특징을 알아보자. 전면 800만화소 카메라(f/2.0), 후면 1200만화소(f/1.8) 단일 카메라들을 탑재하고 있다. 전작과 다른 점은 전작은 셀피 카메라가 듀얼이었다. 광각 카메라가 빠졌다. 그대로인 것은 후면 카메라다. 듀얼 픽셀 카메라로, 카메라 하나가 듀얼 렌즈의 역할을 한다. 이 후면 카메라를 활용해 최고로 평가받은 전작 카메라의 기능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탑 샷(Top Shot): 사진을 찍었을 때 HDR+ 여러 장을 AI가 분석해 가장 좋은 사진을 골라주는 기술

나이트 사이트(Night Sight): 저조도 상황에서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실 사진을 찍는다기보다 상황을 분석해 AI가 다시 색칠하는 것에 가깝다.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 AR을 활용해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는다.

슈퍼 레즈 줌(Super Res Zoom): 디지털 줌으로 사진을 확대해 찍으면 깨지는 부분이 생기는데, AI가 이 깨지는 부분을 메꿔버리는 기능이다.

이 기능 모두 카메라 부품 성능보다 AI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미지를 재창조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포트레이트 모드 등에서 AI를 적극 활용한다.

이 모든 기능은 픽셀 3의 반값 폰인 3a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에서 오는 물리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픽셀 3a XL

하드웨어

이 제품에는 픽셀 3의 가장 특징적인 부품이었던 비주얼 코어가 없다. 따라서 같은 기능을 CPU와 GPU가 해야 한다. 따라서 실제 구동 시 고화질 사진을 찍을 때 저장이 느리거나, 카메라 실행 속도가 느린 문제가 있다고 한다.

AP 자체도 좋은 부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중가폰에 주로 사용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670을 사용했다. 내장 메모리는 4GB, 저장공간은 64GB로 픽셀 3와 동일하다. 이 AP로 인해 앱 실행이 느린 문제가 있다.

그러나 한가지 특이한 소식은 스로틀링 문제가 없다는 외신의 평가다. 픽셀 3의 경우 메모리 부족으로 인해 성능을 강제로 떨어뜨리는(스로틀링)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으나, 이 폰은 PUBG(배틀그라운드) 등의 게임을 실행했을 때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는 구글이 메모리 최적화를 지난해보다 훨씬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앱을 실행하고 종료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앱의 프레임 등이 잘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구글이 최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성능도 기존 픽셀보다는 별로다. 따라서 픽셀 3에는 없는 3.5파이 이어폰 잭을 넣었다.

키노트에 등장한 구글 맵이나 구글 렌즈의 AR 기능 등은 픽셀 3a에서도 잘 사용할 수 있다. 램이나 CPU 성능이 높지 않지만 최적화를 구글적인 의도로 해놓았기 때문이다. 즉,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기엔 불편하지 않은 폰이다. 다른 서비스는 운명에 맡기도록 하자. 애초에 구글만 쓰라고 나오는 퓨어 안드로이드 폰이니 합목적성에는 잘 맞는다고 볼 수 있겠다.

핑크 컬러가 빠지고 라벤더에 가까운 보라색 느낌(Purple-ish) 색이 추가됐다

디자인 및 외관

언뜻 보기에는 픽셀 3와 동일한 외모의 폰이지만 디테일에선 차이가 있다. 물론 디테일하게 보지 않는다면 픽셀 폰은 2부터는 다 똑같이 생겼다. 그리고 픽셀 폰은 대부분 디테일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구글도 이걸 잘 알고 있는지 미묘한 부분에서 단가를 빼버렸다. 전면 하단 스피커는 아래쪽으로 바뀌었다. 픽셀 3는 하단 스피커를 수화부처럼 앞으로 향햐게 했다. 즉, 스피커로 음악을 듣거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실행할 때 스테레오 사운드가 더 정교하고 낭비되는 소리가 없다. 이 부분이 다른 여느 폰처럼 하단으로 바뀌었다.

유리를 사용하던 후면은 유리가 아닌 광택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 이 경우 살 때는 유리와 비슷한 느낌이나 쓸수록 큰 스크래치가 심해지고 저렴해 보이게 된다.

물론 전면은 유리를 사용한다. 해상도도 전작과 유사하게 FHD+를 사용하고 있다. 즉, 전면에서 봤을 때의 차이는 별로 없다.

 

소소하게 빠진 기능

소소하지만 요즘 폰에는 다 있는 기능들이 빠졌다. 무선 충전이 불가능하다. 대신 배터리 사용시간이 압도적으로 늘었고(대기 30시간), 유선 충전 시 18W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15분 충전으로 7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긴 배터리 시간은 구글의 적응형 배터리(Adaptive Battery) 관리, 즉 배터리 최적화의 승리라고 하지만 저사양 CPU라서 배터리를 덜 사용하는 것도 있다.

또한, 방수 기능도 빠졌다. 사실 방수 기능은 그렇게 자주 쓸 일은 없지만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대형사고가 터지니 이 폰을 쓰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새로 하나 더 사야 한다.

클라우드 지원도 소소하게 빠졌다. 픽셀 3는 구글 포토에 사진 ‘원본’을 무제한 저장하게 해줬는데 이 기능이 빠지고 ‘고화질’ 사진을 무제한 저장하게 해준다. 다른 폰도 고화질 사진은 무제한 저장할 수 있으며, 고화질 사진은 원본보다 낮은 화질이다(말장난이다).

 

총평

구글 자체 폰들의 존재 가치는 여러 가지다. 극한으로 치닫는 고가 폰들의 가격을 진정시키고 유의미한 매출을 낸다. 동시에 이 정도 수준의 하드웨어에서도 이 정도 서비스를 돌릴 수 있다는 예를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 예를 들어 카메라는 대부분 하드웨어 경쟁이 되는데, 구글이 이렇게 AI를 활용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드로이드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카메라 부품 성능 위주를 고를지, AI를 활용한 카메라를 고를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갤럭시S10의 경우 AI를 활용한 기능(슈퍼 스테디 카메라)과 비싼 부품을 퍼붓는 모드(라이브 포커스 동영상)를 모두 사용하기도 했다.

이 폰의 쓰임새는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별로인 저가 폰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구글의 349달러였던 넥서스 5와 5x가 쾌적한 폰으로 몇 년이나 현역 활동을 했던 것을 기억하면 된다. 구글도 이와 같은 평가를 염두에 뒀는지 안드로이드 Q를 포함한 3년간의 업데이트를 약속했다. 이는 고사양 중가폰을 만드는 샤오미나 오포와의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하다.

구글 서비스만을 즐겨 사용하는 소비자에겐 호재인 셈이며, 특히 가격이(399달러, 469달러) 훌륭하지만 한국 판매 계획은 없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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