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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셀링, 아마존 입점 아닌 다른 길

전통 무역 통계가 뒤집어지고 있다. B2B 중심의 일반 수출입 거래가 중심이 됐던 과거의 행태가 B2C 전자상거래 수출입 형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 전자상거래 수출입 건수는 2017년 대비 36% 증가한 4186만건으로 동기간 6.3% 증가한 3080만건을 기록한 일반 수출입을 월등히 상회했다.

특히 최근에는 B2C 전자상거래 수출(역직구)의 가파른 성장세가 관측된다. 2018년 B2C 전자상거래 수출 규모는 961만건, 32억5000만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로 건수기준 36%, 금액기준 25%로 성장했다. 건수 기준으로는 아직 못 미치지만, 금액 기준으로만 본다면 전자상거래 수입 규모를 초과한지 오래다.

최근 3년간 전자상거래 수출입 현황(자료: 관세청)

B2C 전자상거래 수출의 성장은 글로벌 셀러가 이끌고 있다. 한국이 아닌 해외 마켓플레이스에 판매자 계정을 개설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이들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브랜드, 유통업체 중심의 입점판매가 중심이 됐다면, 최근의 B2C전자상거래 수출의 성장세는 개인 셀러가 이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샤피, 징둥, 알리바바, 라자다 등 유수의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들이 우수한 상품을 보유한 한국 셀러를 입점 시키려고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민규 아마존글로벌셀링 마케팅팀장은 “아마존이 글로벌셀링 사업을 시작한지 5년밖에 안됐는데,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 지금은 아마존 전 세계 3자 셀러 판매량 중에 절반 정도가 중소기업 판매자를 통해 나오고 있다”며 “과거 전통적인 무역 프로세스를 글로벌 대기업들이 주도했다면, 온라인 시대에는 누구나 쉽게 제품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 판매할 수 있는 무역 프로세스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아마존 아닌 방법 ‘현지 독립몰 구축’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만이 크로스보더 해외 판로 개척의 답은 아니다. 한국에는 직접 외국에 현지 언어로 쇼핑몰을 만들고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결제, 물류 환경을 지원해주는 업체가 많다. 카페24, 메이크샵과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카페24 같은 경우는 2019년 1월까지 만들어진 글로벌 쇼핑몰이 누적 7만7038개에 달한다고 한다.

‘현지 독립몰 구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방식은 마켓플레이스 입점과는 명백한 차이점이 있다. 아마존과 같은 마켓플레이스 입점이 이미 어느 정도 이상 브랜딩이 된 플랫폼에 올라타 플랫폼이 보유한 수많은 고객군을 빠르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면, 현지화 독립몰은 ‘백지’ 상태로 시작한다. 독자적으로 마케팅과 브랜딩을 통해 쇼핑몰을 성장시켜야 한다. 어찌 보면 마켓플레이스 입점에 비해 험난한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독립몰 구축이 갖는 명백한 장점이 있다면, ‘잘만 한다면’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자체적인 DB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까대본 ‘경험’을 기반으로

‘티쿤글로벌’은 2014년 시작한 현지 독립몰 구축 플랫폼이다. 해외 판매를 원하는 셀러는 티쿤글로벌을 통해 현지 쇼핑몰을 ‘무료’로 개설할 수 있다. 티쿤글로벌은 이후 업체들이 판매하는 금액의 3~8%를 수수료로 취득해서 돈을 번다. 김종박 티쿤글로벌 대표는 “티쿤글로벌은 통상 마켓플레이스 업체가 15%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 훨씬 저렴한 수수료를 받고 있고, 사실 그것으로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티쿤글로벌이 직영 쇼핑몰을 통해 이미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티쿤글로벌은 특히 ‘일본시장’ 쇼핑몰 구축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티쿤글로벌이 해외직판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이전인 2007년부터 직접 일본에 여러 개의 해외 쇼핑몰을 구축, 운영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명함 쇼핑몰인 ‘애드프린트’와 현수막 쇼핑몰인 ‘마쿠마쿠’는 두 개를 합쳐서 연간 약 150억원의 매출을 만들어 낼 정도로 잘됐는데, 두 개 쇼핑몰은 지난해 11월 외부업체에 매각됐다.

티쿤글로벌이 구축한 현지 쇼핑몰인 ‘애드프린트(사진 위)’와 ‘마쿠마쿠(사진 아래)’. 현재는 매각됐으나 여전히 티쿤글로벌의 망을 이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티쿤글로벌이 직접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는 현지 쇼핑몰은 많다. 공기간판 쇼핑몰 ‘애드사인(연 24억원 매출)’, 용기 쇼핑몰인 ‘요키(연 6억원 매출)’, 부직포백 쇼핑몰 ‘에드베스트(연 2억원 매출)’, 실사출력물 쇼핑몰 ‘애드플래그(연 2억원 매출)’이 대표적이다. 최근인 지난해 1월에는 단체티셔츠 쇼핑몰인 ‘애드티’를 만들어서 성장시키고 있다. 티쿤글로벌이 만든 모든 쇼핑몰들이 압도적으로 성공적인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티쿤글로벌이 10년 이상 7개 이상의 해외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분명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티쿤글로벌 사무실과 물류센터는 충무로에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티쿤이 현지 독립몰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을 살펴보자. 주로 충무로에서 만들어지는 ‘인쇄, 출력물’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티쿤글로벌은 최근까지 직영 쇼핑몰을 포함하여 80여개 해외 독립몰을 구축했다. 그 중 40개 쇼핑몰이 현재까지 남아있다고 한다. 50% 정도가 전멸한 쉽지 않은 시장이지만, 뒤집어 보자면 50%나 남았다고도 볼 수 있다. 40개 중 티쿤글로벌 직영 쇼핑몰을 포함해 13개가 연매출 5억원을 넘겼고, 10개 업체가 연매출 1억원을 넘겼다고 한다. 그렇게 티쿤글로벌이 지난해 만든 매출은 약 245억원이다.

티쿤글로벌이 수상한 ‘1000만불 수출의탑’. 직접 현지 쇼핑몰을 구축하고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티쿤글로벌이 카페24나 메이크샵과 같은 글로벌 쇼핑몰 구축 솔루션에 비해 갖는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카페24나 메이크샵에 비해 티쿤글로벌이 갖는 강점은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티쿤글로벌은 직접 해외 쇼핑몰을 만들고 물건을 팔아본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판매자에게 무엇을 하면 상품이 잘 팔리는지 가이드해줄 수 있다”며 “(카페24나 메이크샵과) 시스템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운영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가 날 것”이라 말했다.

‘물류’와 ‘결제’ 인프라를 공유하다

티쿤글로벌이 이야기하는 자사 플랫폼의 강점은 직영몰을 운영하면서 겪은 노하우와 인프라를 외부 사업자에게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 인프라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물류’와 ‘결제’다.

티쿤글로벌 충무로 물류센터 전경. 물류센터가 왜 이렇게 횡하냐고 물을 수 있는데,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물류센터는 국제물류를 위해 여러 화주들의 상품이 잠깐 모이는 크로스도킹 물류센터이기 때문에 재고가 거의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먼저 물류다. 티쿤글로벌은 오랫동안 일본 물류업체인 ‘사가와’와 거래하여 일본까지의 국제물류와 현지 택배를 해결해왔다. 이 노하우는 티쿤글로벌을 통해 해외 쇼핑몰을 만든 업체들에게도 공유된다. 티쿤글로벌이 충무로에 있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물류센터를 통해 한 달 동안 출고되는 상품 규모는 약 22억원인데, 박스당 객단가가 1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출고량은 약 1000개 정도 된다는 것이 티쿤글로벌측 설명이다.

개인 셀러가 자신의 상품만 우체국 EMS나 케이패킷(K-packet)으로 보내는 것보다 여러 셀러, 특히 규모가 나오는 티쿤 직영몰의 화물을 모아 보내서 ‘규모 기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티쿤글로벌에 따르면 개인 셀러는 단 한건의 상품을 일본에 보내더라도 케이패킷 대비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일본 고객까지 라스트마일 물류를 해결할 수 있다. 일본 현지고객 주문시간 기준으로 36시간 안에 크로스보더 라스트마일 물류를 끝내는 것이 티쿤글로벌의 방침이기도 하다.

티쿤글로벌의 한국발 일본향 물류 요율표(자료: 티쿤글로벌)

물론 해외직판 쇼핑몰을 운영하는 셀러의 취급 상품에 따라서 물류 방법론은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부피가 커서 항공물류로 보내면 비용이 많이 드는 상품 같은 경우는 티쿤글로벌이 보유한 일본 현지 창고에 미리 상품을 B2B로 보내놓고 현지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현지에서 배송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일본고객이 오후 12시까지 주문한다면 다음날까지 상품을 받을 수 있다. 판매자는 현지 고객의 주문을 확인하고 해당 상품을 충무로에 있는 티쿤글로벌 물류센터까지 오후 4시까지 입고시키면 모든 물류 준비과정은 끝난다. 이후 티쿤글로벌의 제휴 물류업체인 사가와가 티쿤글로벌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픽업해 김포공항까지 운송하고, 김포공항에서 일본 하네다공항까지 항공편을 잡아 2시간 배송한다. 통관은 그날 밤에 진행이 되는데, 목록통관이 진행되기에 매일매일 나가는 송장(Invoice)과 포장 리스트(Packing List)만 제대로 챙겨준다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통관된 상품을 다음날 일본 전역 고객에게 배송된다. 또 다른 셀러의 고민인 ‘반품’은 티쿤글로벌 일본 오사카 법인 사무실에서 반품 수령을 대신한다.

결제 이슈 또한 티쿤글로벌이 이미 두 군데의 PG사와 제휴해서 만든 망을 통해 해결했다. 티쿤글로벌 일본법인은 일본고객의 결제금액을 대신 수금해서 전달 마지막 고시환율에 따라 한화로 환전해서 티쿤 플랫폼을 이용해서 현지 쇼핑몰을 만든 업체들에게 전달한다. 판매 이후 정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0일이다.

대행해주지 않는 것 ‘CS’

그런데 티쿤글로벌이 대행해주지 않는 절대 조건이 있다. ‘CS대행’이다. 현지 쇼핑몰을 만들어주는 솔루션 중에는 ‘CS대행’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곳도 있는데, 티쿤글로벌은 CS대행을 안한다. 안하는 것도 모자라 업체들이 CS직원을 채용하지 않으면 독립몰 개설 자체를 해주지 않는 강수를 두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쇼핑몰을 만들더라도 당연히 CS 담당직원이 있어야 하고, 해외직판 역시 마찬가지”라며 “단순히 CS가 고객 응대 역할을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회사의 전략전술을 반영하고, 쇼핑몰을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춰 브랜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현지 독립몰의 성공을 가르는 요소는 결국 ‘브랜딩’이라는 게 티쿤글로벌의 설명이다. 현지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는 직원이 없다면 마케팅과 브랜딩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게 티쿤글로벌의 설명이다. 당장 티쿤글로벌 직영몰이었던 애드프린트와 마쿠마쿠의 매각 직전 일본 현지인 직원 숫자는 23명이었다고 한다. 현지 CS담당직원 채용은 해외직판을 할 생각이 있다면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게 티쿤측 강조사항이다.

일본 다음 시장을 열기 위해

현재 티쿤글로벌은 일본시장에 집중된 현지 독립몰 구축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다. 당장 인도네시아에서 3개의 쇼핑몰을 열어 운영하고 있고, 6월에는 인도에 공기간판 쇼핑몰을 오픈할 계획이다. 티쿤글로벌은 새로운 국가에서도 일본에서 만들었던 것과 같은 ‘망’을 만들고 있다. 현지 택배사, PG사, 통관업체 등과 협력을 하는 방식이다.

물론 티쿤글로벌이 신규 진입한 동남아시아는 일본과 달리 ‘통관’에서 지연 이슈가 다발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성비에서 우월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은 기꺼이 기다려준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예컨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나 수라바야와 같은 대도시는 ‘3일’ 이내에 현지고객까지의 물류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일본은 원래 한국과 무역거래가 활발한 국가이기도 했고, 한국과 거리가 가까워 국제물류망을 만들기 쉬워서 먼저 진출했던 것”이라며 “이제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 일본시장과는 다르게 동남아 현지 판매자에게 한국 물건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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