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졸프 회장대담] 한국과 독일물류, 같은 것과 다른 것

독일은 명실공히 물류 선진국이다. 세계은행이 2년마다 160여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물류성과지수(Logistics Performance Index)라는 것이 있는데, 독일은 2014년, 2016년, 2018년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국가다. 유럽의 화물 리서치기관인 컨트롤페이(ControlPay)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1, 2, 3위 포워딩업체인 DHL, 퀴네나겔(Kuehne+Nagel), DB쉥커(DB Schenker)가 모두 독일기업이기도 하다.

2018년 LPI 상위 10개국가. LPI는 통관(Customs), 기반시설(Infrastructure), 국제운송(International Shipment), 물류 품질(Logistics Competence), 화물트래킹(Tracking&tracing), 정시성(Timeliness)을 기반으로 산정한다. 한국은 2018년 기준 25위로 2016년(24위) 대비 1단계 하락했다.(자료: 세계은행)

그래서인지 독일의 물류는 한국과는 무엇인가 다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한국에서 물류하면 연봉도 짜고, 영업과 생산을 ‘지원하는 부서’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게 물류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물류현장은 ‘좌천지’로 묘사되며, 물류현장직은 대표 3D업종으로 사상 최대의 취업난이 분다고 하는 와중 고용난을 호소한다. 무엇인가 독일 물류는 한국의 그것과는 다른 선진적인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확인해봤다. 독일과 한국물류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65년 역사의 독일 자동차 전문 물류기업 모졸프(MOSOLF)의 요르그 모졸프(Jeorg Mosolf) 회장에게 물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설명하자면 모졸프는 유럽과 중국을 연결하는 완성차 종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단순 운송뿐만 아니라 세관 통관, CIQ 검사, PDI, 세차 및 대행 등 통합 제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졸프는 현재 28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 4억유로(약 5100억원)의 매출을 냈다. 한국의 현대기아차가 모졸프의 고객사이며, 한국에서 매출 규모 기준 가장 큰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의 유럽 파트너가 모졸프다.

27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모졸프 회장 초청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모졸프 회장(사진 가운데)뿐만 아니라, 데트홀트 아덴(Detthold Aden) 모졸프 고문(사진 왼쪽), 볼프강 괴벨(Wolfgang Goebel) 모졸프 최고영업책임자(사진 오른쪽)가 동석했다.

독일에도 ‘물류 고용난’은 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물류직종에 대한 인식은 독일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독일에서 물류업무를 하고 있는 한국인들에 따르면, 독일에서도 물류는 가장 낮은 연봉을 받는 직군 중 하나이며, 현장 인력 또한 상대적으로 빈곤한 동유럽 국가나 인도, 파키스탄 이주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한다.

모졸프 회장의 이야기도 이와 같았다. 모졸프는 특히  ‘화물기사(Trucker) 인력 부족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모졸프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라는 평가다. 모졸프 회장은 “동유럽에 있는 인력을 독일로 유입시켜 화물기사로 교육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독일 외의 국가의 인력을 데려와서 직업을 줄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있다”며 “화물기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은 돈을 많이 주는 것이다. 동시에 화물기사에게 좋은 근무조건을 제시하면서, 이쪽 업종을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모졸프 회장의 해결책은 ‘환경개선’이었다. 화물기사에게 업무와 생활의 균형(Good Work Life Balance)을 선물해주고, 궁극적으로 화물기사들이 사회적으로 존경(Social Respect)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졸프 입장에서도 쉽지 않기에, 그저 계속해서 시도해나간다는 것이 모졸프 회장의 말이다.

가장 큰 차이는 ‘고용형태’에서

독일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물기사의 ‘고용형태’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국에선 ‘지입제’가 일반적이다. 지입제란 화물기사가 개인차량을 구매하여 화물 번호판을 보유하고 있는 운송업체에게 영업용 번호판을 구입하고, 매달 차량관리 명목으로 ‘지입료’를 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한국의 물류기업들은 대부분 화물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한국의 화물기사들은 개개인이 사장님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라고 보면 된다. 업체와 전담 계약을 체결하여 물량을 받는 화물기사도 있지만, 전국24시콜화물 같은 화물정보망을 통해 하루하루 건당 수익을 받는 화물기사가 많다.

반면,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회사가 차량을 구매하고, 화물기사를 직접 고용한다. 모졸프 역시 화물기사를 직접 고용하는데, 화물기사의 평균 월급여는 3000유로(약 380만원) 수준에 ‘상여금’이 별도로 지급된다고 한다. 모졸프 회장은 “독일에서 화물기사의 운송 거리나 운송량에 비례해서 월급을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화물기사에게 기본 월급을 주고 거기에 추가로 보너스를 주는 방식으로 일한다”며 “건당 운임 지급은 화물기사를 압박하는 것이다. 우리는 화물기사를 압박하지 않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에는 화물기사의 과로 운전을 막기 위한 법안도 있다. 모졸프 회장에 따르면 유럽의 화물기사들은 하루 최대 4시간 반을 운행할 수 있으며, 이후엔 무조건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한 화물기사가 하루 9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는 원천적으로 못하게 돼있기도 하다. 화물기사의 근로환경은 법으로 엄격하게 관리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화물차 운전자가 4시간 운전하면 30분을 의무적으로 쉬도록 하는 법안이 2017년 1월부터 시행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고속도로순찰대 등 유관기관은 화물차가 정차하는 휴게소에서 ‘운행기록 분석’을 하는 방식으로 화물기사의 휴게시간 미준수를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과 ‘건수’가 곧 돈이 되는 특수고용직 노동환경이 남아있는 한 이와 같은 법안도 화물기사의 과로, 과속운전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사족이지만, 기자들의 질문 중에는 “독일에도 한국처럼 업무 중간에 막걸리 한 잔 하고 음주운전하는 화물기사가 있냐”는 질문이 있었다. 그에 대한 모졸프 회장의 답은 “독일에도 있다”였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디지털화’를 향한 움직임

기자들의 질문 중에서는 모졸프가 ‘공차율’을 줄이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 내용도 있었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화물을 운송한 차량이 있다면, 이 차량이 다시 서울로 돌아갈 때 싣고 올 화물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센디’와 같은 화물운송 플랫폼이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모졸프 회장은 왜 그런 질문이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독일에서는 플랫폼을 통한 ‘화물공유’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모졸프의 경우 공차(빈 차량)로 돌아오는 비율이 18%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이는 경쟁업체라 하더라도 협력해서 최대한 공차로 들어오지 않도록 화물차를 채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모졸프의 장차 화두 중 하나는 ‘디지털 전환(Digitalization)’이다. 현재 모졸프는 자체적인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가지고, 고객에게 화물운송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한다. 모졸프 회장은 “모졸프는 하나의 프로세스(One Process), 하나의 책임관계(One Reliability), 하나의 시스템(One System)을 가지고 고객에게 투명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관세 역시 포함된 하나의 가격으로 전부 처리하여, 고객이 물류업무로 머리 아플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게 내 일”이라 말했다.

향후 모졸프는 여기에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을 더해서 물류 프로세스를 더 투명하게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졸프는 물류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직 두 개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두 번째 조직은 무엇이든 창조성을 발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장차 물류업계에 닥칠 ‘자율주행’의 확산도 모졸프에게 있어서 큰 화두다. 모졸프 회장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서는 일부 테스트 구간에서의 ‘화물차 자율주행’을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모졸프는 장차 이 자율주행 기술이 확산되면, ‘화물기사’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장차 다가오는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며 연구개발과 함께 단계별로 화물기사에게 화물운송보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교육시켜 준다는 게 모졸프의 방안이다.

한편, 모졸프 회장이 이번에 한국에 방문한 이유는 3월 29일 개막한 ‘2019년 서울모터쇼’ 참석을 위해서다. 한국에서 당장 비즈니스 계획은 없지만, 먼저 한국의 완성차 업체들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고자 한다는 게 모졸프 회장의 설명이다. 향후 모졸프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폴란드와 중국 청도까지의 철송물류 프로젝트인 ‘신실크로드’를 한국까지 연결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는 의중을 비췄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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