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토스, 어디까지 가려하니?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일주일에 한 편, 스타트업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바스리’에 토스(비바리퍼블리카)를 쓴다니까 토스가 무슨 스타트업이냐는 의견이 있었다. 이미 규모 면에서 스타트업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이다. 토스는 국내에서 몇 없는 유니콘(1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기업)이다. 직원수가 200명이 넘고, 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도 550억원에 달한다. 어쩌면 토스는 이제 스타트업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스라는 서비스가 출시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고, 투자자들이 아직 수익실현(Exit)을 하지 않았으며, 아직도 초기기업과 같은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토스를 만든 비바리퍼블리카는 험난한 여정을 겪어온 회사다. 사람들은 토스의 성공을 기억하지만, 토스는 이 회사의 9번째 서비스였다. 이 말은 8개의 서비스를 말아먹었다는 의미다.
9번째 서비스도 매우 불투명한 상태에서 시작됐다. 토스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간편송금이다. 그러나 이 서비스를 처음 만들 때 합법인지 불법인지 불명확했다. 초기 서비스 개발을 위해 10억원의 자금이 필요했지만, 합법인지 불법인지 모를 서비스에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보수적이고 규제가 엄격한 산업인 ‘금융’을 혁신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처음부터 각오했던 일이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토스가 처음 베타 서비스를 내놓자 금융당국은 이를 불법이라고 서비스를 금지시켰다. 토스 임직원들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알리는 기본적인 비즈니스 활동 외에 규제를 바꾸고, 기존 금융권의 견제를 이겨나가는 과정도 병행해야 했다.
그 결과 토스는 이제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올라섰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KPMG가 선정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간편송금이라는 단순한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보험, 투자, 대출, 신용카드 등 거의 모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됐다. 이제는 20대가 가장 사랑하는 금융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토스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내기로 했다. 성공하면 ‘토스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사실 토스가 인터넷전문은행을 하겠다고 할 때 조금 놀랐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에는 KT의 케이뱅크와 카카오의 카카오뱅크가 있는데, 둘다 명실상부 대기업이다. 이제 겨우 스타트업의 티를 벗을까 말까하하는 토스에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옷이 너무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토스는 IT업체가 아닌 금융사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 예정이다. IT업체로 뛰어들면 지분의 34%까지만 소유할 수 있지만, 금융주력사라면 더 많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회사의 지배력이 더 강화되지만,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의 지분을 60.8% 소유할 예정이다. 초기 자본금을 1000억원으로 예정하고 있는데, 608억원을 마련해야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승건 대표는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자본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미 그 정도의 현금은 준비돼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후다. 은행은 1000억원으로 운영할 수 없다. 지속적인 증자가 필요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조 3000억원까지 늘렸다. 현재의 지분구조를 유지하면서 만약 1조원까지 증자한다고 하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앞으로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더 투입해야 한다.
이승건 대표는 자신있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토스뱅크에 주주로 참여하는 벤처캐피탈(VC)은 이미 토스의 주주이자 이사이기도 하다”라며 “토스뱅크에 1조~2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만큼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은 향후 증자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벤처캐피탈은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이다. 이들이 토스뱅크에 추가 투자를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비바리퍼블리카에도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토스뱅크의 지분 구조는 비바리퍼블리카 60.8%, 한화투자증권 9.9%, 알토스벤처스 9.0%, 굿워트캐피탈 9.0%, 한국전자인증 4.0%, 베스핀글로벌 4.0%, 무신사 2.0%, 리빗캐피탈 1.3% 순이다. 앞서 신한금융그룹과 현대해상이 주요 주주사로 참여할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컨소시엄에서 이탈한 바 있다.
자본은 그렇게 마련한다고 해도 토스뱅크가 기존의 인터넷 뱅크와 얼마나 차별화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이승건 대표는 토스뱅크를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와는 다른 2세대 챌린저 뱅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에서 제공되는 뱅킹서비스를 모바일에서 간편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면서 “2세대 챌린저뱅크는 기존 금융이 커버하지 못했던 부분, 금융서비스에 접근이 어려웠던 소외된 계층을 지원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중금리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든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이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도 인가를 받을 때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열겠다”며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이같은 계획은 실행되지 않고 있다. 이들도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고신용자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승건 대표는 “토스가 가진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절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토스는 1000만명의 회원이 이용하는 금융기관의 데이터를 모두 볼 수 있다. 이는 회원의 신용 평가를 좀더 정확하게 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 월급통장을 가진 직장인이 월급을 받은 후 카카오뱅크에 이체하고 카카오뱅크에서 각종 카드결제, 이체 등의 금융활동을 한다고 가정하자. 우리은행은 이 사람의 월급이 얼마인지는 알 수 있지만 소비패턴은 알 수 없다. 카카오뱅크는 이 사람의 소비패턴을 알지만, 월급이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 반면 토스는 이 사람이 월급이 얼마이고 소비패턴은 무엇인지 모두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건 대표는 “토스는 회원의 모든 금융기관 데이터를 동시에 볼 수 있어 그의 금융 전반을 한번에 볼 수 있다”면서 “저희의 데이터 자산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비바리퍼블리카는SC제일은행과 함께 머신러닝 기반의 실시간 대출심사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술로 지정대리인 승인을 받았다. 지정대리인 제도는 핀테크 업체들의 혁신적 금융 서비스를 실제 금융기관에서 테스트해보는 제도다. 토스 측은 이를 통해 기존의 신용평가시스템으로 평가가 어려웠던 계층을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토스의 지난 4년을 보면 너무 빠르게 성장해 어지러울 지경이다. 여기에 토스뱅크까지 성공을 한다면 모바일혁명 이후 국내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중 최대 성공사례가 될 것이다. 과연 토스는 ‘그 어려운 것’을 해낼 수 있을까? 흥미진진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