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톱 들고 다니기, 그램 17인치 리뷰

 

이제 그램에 대해 어떤 수식어를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합목적성에 기초한 개성이 매우 뛰어나다. ‘무게’ 말이다.

노트북은 대부분 무거웠다. 울트라북 시대가 돼서야 노트북이 비교적 가볍다는 인식이 생겼다. 이것도 ‘비교적’이다. 11인치로 화면 크기를 작게 만든 후 가볍다고 하는 것이었다. 13인치 이상 제품부터는 여전히 무거웠다. 그램의 존재는 그래서 특별했다.

 

거짓말 같은 무게

얼마나 가벼운지는 이제 논외로 하자. 더 중요한 건 느낌이다.

그램 17인치의 절대 무게는 숫자로 치면 가볍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17인치 제품이 11인치보다 가벼울 리는 없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 주로 1.1kg 정도인 구형 맥북 에어는 들면 무겁다. 그러나 이 제품은 들었을 때 무거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즉, 보통의 신체를 가졌을 때 무겁다는 것은 실제로 드는 힘과는 다른 ‘느낌’의 영향을 받는다는 기분이 든다. 더 신기한 건 1kg이 채 안 되는, 키보드 커버를 붙여도 이 제품과 400g 정도 차이나는 서피스 프로는 늘 무겁게 느껴진다. 이 제품은 그렇지 않다. 왠지 한 손으로 드는 습관이 생긴다.

백팩에 넣었다고 치면 사실 무게는 무의미하다. 1.5kg 미만 제품들은 아주 작은 백팩이 아니라면 넣었을 때 대부분 무게감이 없다.

크기와 화질의 상관관계, 의외의 단점

이 제품의 크기는 다른 그램과만 비교할 수 있다. 베젤이 매우 좁기 때문이다. 과거 울트라북 시절 15인치 정도보다 조금 크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램 15인치와는 꽤 차이가 있다. 두께도 비율 때문에 얇아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얇지는 않다. 이를 다른 제품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해당 제품이 대화면 울트라북 카테고리를 열어젖힌 제품이기 때문이다. 과거 울트라북들도 17인치 제품들이 있었지만 이 제품들은 HDD 탑재 제품으로 일단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화면을 키우며 해상도는 풀HD가 아닌 WQXGA를 탑재했다. 특별히 엄청난 차이는 아니지만 그래픽 작업 시에는 약간 영향을 받는다.

화면을 보는 기분은 그야말로 쾌청하다. 11인치와 13인치는 뭔가 부족하고, 15인치는 가끔 답답하다고 하면 17인치는 불편함이 아예 없다. 디스플레이 비율도 과거 스마트폰 비율(요즘은 더 길다)인 16:10 정도를 사용한다. TV와 비슷한 비율로 드라마 등을 빈틈없는 화면으로 볼 수 있다.

A4지를 앞에 대면 저만큼이나 남는다

의외의 단점은 역시 크기다. 기존 15인치와 유사한 크기라고 해도 크긴 크다. 따라서 기자의 백팩 노트북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았다. 랩톱 가방이 주로 13인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었다. 가방 자체는 들어가니 덜렁덜렁한 상태에서 다녀야 했다. 밥 먹다가 헛소리를 해서 어머니에게 등짝맞는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런데 하루종일 메고 다니면 그 추억이 너무 자주 떠오른다. 하루에 어머니 생각을 50번씩 하게 되니 저절로 효자가 된다.

 

키보드와 배터리

키보드는 일반 노트북 101키가 아닌 풀사이즈 키보드가 달려 있다. 데스크톱에서 매일 쓰는 거지만 왠지 노트북에서 사용하면 어색한 느낌이 있다. 넘버 패드는 잘 사용하지 않으므로 왠지 왼쪽에 조금 치우쳐서 타이핑하는 기분이다. 키보드 위치를 자유자재로 놓을 수 있는 데스크톱과는 다르다.

배터리는 72W로,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모든 윈도우 노트북은 하루종일 사용할 수 없다. 체감상 6~8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업무시간에만 딱 사용하는 건 가능하다는 의미다. 유튜브를 쉬는 시간에 절대로 보면 안 된다. 본격 사장님한테만 좋은 노트북.

게이밍 랩톱으로는 부족해

이 제품은 외장 GPU를 탑재하고 있지 않다. 그래픽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의미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오버워치, Player Unknown’s 배틀그라운드, 에이펙스 레전드를 설치해봤다. 오버워치는 최하옵으로도 버거웠으며 배틀그라운드와 에이펙스 레전드는 알 수 없는 오류로 설치되지 않았다(dll과 direct X 오류이므로 물론 해결할 수 있다). 이 글을 본 부모님들은 17인치 그램을 사주면 된다는 의미다.

사실 게임을 하거나 그래픽 작업 성능을 위한 추가 방편이 있다. 그램 17은 USB-C 썬더볼트 단자를 내장해 외장 GPU를 지원한다. 이걸 갖고 다니는 건 좀 웃기는 이야기고 eGPU를 구매한 다음 집에서 사용할 때만 사용하면 된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외장 GPU를 꽂으면 데스크톱급 성능이 나온다. eGPU는 보통 35만원~70만원 정도 한다. 그램 17형은 주로 150만원대 후반(프리도스)부터 시작하므로 최저가 기준으로 합하면 고성능 데스크톱의 가격이 된다. 본격 애매한 가격이다.

게이밍을 제외하고 일반 작업을 할 때는 다른 랩톱보다 팬이 자주 도는 편이다. 무언가를 설치하면 바로 팬이 돌 정도. 사용 시 불편한 감은 없다.

다른 그램처럼 이런 때가 많이 탄다

 

총평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다. 기자는 랩톱을 사용할 때 휴대성과 성능 중 늘 하나를 포기해왔다. 여러분 대부분도 비슷할 것이다. 휴대성을 위해 윈도우를 버리고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해왔으며, 큰 제품을 쓰기 위해서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말 그대로 ‘짊어지고’ 다녔다. 이 제품의 성능은 완벽하지 않다. 다만 이동성만큼은 완벽하다. 그래픽 작업과 게이밍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들고 다니는 데스크톱’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가격 값으로는 충분하다.

via GIPHY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관련 글

2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