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지? 들려줄게” 밀리의 전략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크게 쳐도 규모가 100억원 안팎이다. 말 그대로 작은 시장이라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는다. 오디오북이 글로벌로는 뜬다고 하지만 국내서는 아직 이용자가 적고, 제작 단가가 높아 활성화되진 않고 있다. 그런데, 이 오디오북을 매출 성장의 지렛대로 쓰겠다는 회사가 있다. 국내서 제일 먼저 전자책 월정액 무제한 도서 대여 모델을 들고 나온 스타트업 ‘밀리의서재’다.

밀리의서재는 조금 독특하다. 2016년 만들어진 스타트업인데, 돈 안 된다는 전자책 사업을 시작해서 누적 12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총알을 받고는 통 크게도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을 모델로 TV 광고를 집행했다.

두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tvN 방영작 ‘미스터선샤인’에 광고를 집중했다. 책이름 대기 시합을 하던 변요한이 “책값 꽤 들었겠는데?”라고 묻자 이병헌이 “한 권 값으로 다 봤지”라고 답한다. 월정액 무제한 도서대여 모델을 설명하기 위한 광고였다. 밀리의서재 측에 따르면 광고 방영 이후 25만명이던 회원수가 70만명으로 늘었다.

그런 밀리의서재가 최근 서비스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오디오북의 일종인 ‘리딩북’을 전면에 세운다. 오디오북의 제작 형태는 다양하지만, 국내에서는 원서를 그대로 읽어내는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밀리의서재 측은 자사 리딩북이 책의 내용을 30분으로 요약하고 해설을 덧붙여 만들어 기존 오디오북과 차별화한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배우 차지연(왼쪽)과 조형균이 밀리의서재와 협업, 카프카의 소설 리딩북 작업에 참여했다.

 

밀리의서재는 리딩북에 두 가지 전략을 쓴다. 첫째는 유명인과 협업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서 오디오북이 통하기 위해서는 작가나 성우, 둘 중에 한 명은 유명해야 한다고 본다. 밀리의서재 역시 이 공식을 도입했다. 예컨대 지난 8일 공개한 카프카의 단편 ‘변신’과 ‘소송’의 리딩북에는 성우로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의 주연 배우인 차지연과 조형균이 참여했다.

다만, 밀리의서재는 이들 배우를 섭외하는데 큰 비용을 지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국내서 오디오북 제작이 더뎠던 이유 중 하나가 성우의 인건비였다. 밀리의서재는 이 부분을 ‘쌍방 홍보’ 관점에서 풀었다. 자신들의 영화나 뮤지컬 등을 홍보하고 싶은 연예인과 협업하는 모델로 제작 비용을 줄이고 쌍방의 홍보 효과를 얻는다는 전략이다.

뮤지컬 ‘호프’는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와 소유권을 둘러싼 ‘카프카 유작 원고 반환 소송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므로, 뮤지컬을 알리기 위해 배우들이 카프카의 단편 리딩북 작업에 참여한 것이다. 실제로 소송의 리딩북 앞머리는 배우 차지연이 자신들의 뮤지컬 ‘호프’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영화배우들이 개봉 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영화 홍보에 나섰던 것처럼 최근에는 유명인들이 리딩북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고 제안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30분 전략이다. 긴 도서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면서 제작자의 기획력과 주관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제작한다. 어느 부분을 읽어줄지, 그리고 저자의 의도는 무엇인지 등의 해설이 덧붙음으로써 리딩북을 듣고 추가적으로 전자책이나 종이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TV 프로그램 ‘출발비디오여행’이 소개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듯, 리딩북으로 독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전자책이나 종이책 판매 확대를 이끌어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오디오북은 한국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2 댓글

  1. 현장 업계 조사로는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4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고 합니다. 얼마전 출협에서 가진 세미나의 발표 자료에서는 20~30억 추산이고요. 갈길이 굉장히 먼 것 시장인것 같습니다.

    1. 넵, 맞습니다. 굉장히 작고, 또 불투명하기도 한 것 같고요. 갈길이 먼데 무언가 돌파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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