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웨이는 32년 역사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미국은 연일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라고 전 세계에 외치고 있고, 적지 않은 나라들과 통신사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국제적 제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화웨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민한 상황이다.

런정페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 CFO를 구속하면서 미국과 화웨이의 갈등은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상황이 됐고,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이 화웨이를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고, 전 세계 수십 개 통신사들도 보안으로는 화웨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 이 문제는 좀체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미국이 화웨이를 지나치게 우려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미국도 조금 다른 입장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의 화웨이 불안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통신 기술과 관련해서는 중국을 신뢰하지 않았다. 통신 장비 속에 데이터를 몰래 유출하는 ‘백도어(Back door)’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와는 통신 장비와 관련된 거래를 엄하게 단속하고 있다.

2012년 ZTE는 시스코의 장비를 이란의 이동통신사에 팔았다는 이유로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됐고, 시스코의 제품을 더 이상 다루지 못하게 됐다. 이전까지 ZTE는 시스코의 제품을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판매하는 유통 권한을 갖고 있었다. 이란은 미국이 정한 통신장비 판매 금지 국가였고 ZTE가 이를 어긴 것이다. 미국은 이란이 시스코의 통신 장비를 분석해서 해킹에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화웨이 역시 시스코와 불편한 관계다. 지난 2003년 시스코는 화웨이가 네트워크 관련 기술을 유출했다고 소송을 했고, 법정에서도 승소했다. 이 이후 화웨이는 미국과 불편한 관계가 됐고 지금까지도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통신 장비를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을 앞두고 통신 시스템이 무선으로 넘어가면서 예민함이 더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화웨이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고, 아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국방을 이유로 우방국들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의 미국 진출이나 기술을 막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조금 누그러진 대응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화웨이 밀어내기는 이어지고 있다.

사실 화웨이는 억울할 수도 있다. 미국은 아주 오랫동안 화웨이의 보안 위협을 경고했지만 한 번도 그 보안 위협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어떤 면에서 어떻게 위험하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도 없고,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중국이니까 그럴 것’이라고 넘어간 부분도 없지 않다.

오히려 화웨이는 세계적으로 확실한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내부가 아니라 영국을 통해 보안에 위험이 없다는 인증을 받기도 했고, 미국을 비롯해 누구든 필요하다면 기술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 대응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어떤 국가도 선뜻 이를 증명하겠다고 나서기는 어렵다.

화웨이는 왜 걱정을 살까

미국이 화웨이를 때리는 이유는 명확히 ‘보안’이지만 그 세부 내용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제재 배경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의심’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이다. 관세를 두고 예민하게 대응하는 두 국가는 여러 부분에서 견제를 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은 화웨이를, 중국은 애플을 주력으로 때리는 모양새다. IT 영역에서 양 국가에게 가장 상징적인 회사들이다. 그 영향력은 제법 커서 애플은 중국 시장의 참패로 매출 성장세가 꺾였고, 화웨이는 5세대 이동통신 보급을 앞두고 세계적으로 거래가 속속 막히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두 회사가 무역 협상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은 점점 힘을 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5세대 이동통신 기술에서 미국이 썩 두각을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화웨이를 통해 나타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기술을 막기보다 경쟁을 통해 이기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5세대 이동통신, 특히 무선에 관련된 장비는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가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 기업이다. 미국은 여전히 유선과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등 관련 기술을 쥐고 있긴 하지만 무선에 대해서는 다소 답답함을 느낄 만도 하다.

5세대 이동통신에 대해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기술적인 특성도 있다. 5세대 이동통신은 단순히 데이터를 실어나르는 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엣지 컴퓨팅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기지국단에서 직접 간단한 프로세스를 처리하기도 하고 데이터가 네트워크의 끝단까지 가지 않아도 엣지 선에서 통신이 끝나는 것이다. 트래픽 효율을 높이고 반응 속도도 끌어올릴 수 있어서 유리하다. 이 때문에 기지국에서 직접 해킹이 이뤄져 정보를 빼내도 통신망에서 알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화웨이와 이동통신사들은 이런 우려들을 기술적으로 제어하고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현재 5세대 이동통신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이를 기점으로 더 큰 성장을 노리는 화웨이가 오랫동안 의심을 받아온 보안 문제로 발목을 잡힐 여지를 둘 이유도 없다.

지금으로서는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그저 보안에 대한 우려만으로 해석되기는 쉽지 않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호섭 IT칼럼니스트> sh.choi@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