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 플랫폼 업체 PR담당자로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제보합니다. 진짜 사람들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상상도 못한 방법인 것 같아요” 그 분의 전언이다.

이 분은 한 장의 스크린샷을 문자와 함께 보냈다.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이커머스업체에 재직중인 지인한테 들은 이야긴데, 명절기간 반품되는 상품 1위가 유아 한복”이라며 “(유아 한복을) 명절에만 입히고 바로 반품한 것 같은데, 여기엔 그런 분들 안 계시겠죠? 이런 사람들 때문에 맘충이라는 단어도 생긴 것 같습니다. 자식 앞에서 부끄러운 짓은 하지맙시다. 정말”이라 전했다.

추측컨대, 일부 소비자가 이커머스업체를 ‘한복대여 업체’로 이용한 사례다. 대여비는 공짜로 말이다. 많이 내봤자 반품 택배비 5000원 냈을 것이다. 아기는 해마다 크는데 내년엔 못 입을 한복을 돈 주고 사기엔 아까울 수 있겠다. 멀쩡한 한복 대여업체가 있긴 하지만, 명절 말고는 딱히 한복 입을 일도 없을텐데, 몇 만원 돈 내고 빌리기도 아까울 수 있겠다. 이 카페에 글쓴이가 올린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 기가 차는 창조경제 방법론이다.

창조반품 경제학

그래서 확인해봤다. 명절 기간에 ‘한복’ 반품이 늘어나는지,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충격적이게도 정말이었다. 이커머스 업체 A사 관계자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명절기간 한복 반품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커머스 업체 B사 관계자 역시 “확실히 그런 소비자가 있다”고 전했다. 한복뿐만 아니라 ‘제기’와 같은 설날 특선 민속놀이 상품의 반품도 명절을 기점으로 크게 늘어난다고 한다.

명절뿐일까. 시즌에 따라 ‘반품’이 늘어나는 상품의 종류도 바뀐다. 예컨대 졸업시즌에는 ‘꽃’이나 ‘정장’이 많이 팔리고, 그만큼 반품도 늘어난다. 이커머스업체 A사 관계자는 “이커머스를 통해 편하게 배송 받고, 법적으로 보장하는 반품기간인 1주일 안에 반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한복, 정장뿐만 아니라 일반 생활용품 중에도 사례가 있는데, 쇼핑몰에서 구매한 청소기를 한 번 사용하고 ‘생각보다 흡입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반품하는 분이 있었다. 이사 등으로 대청소를 끝내고 반품한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라고 한다. 이 같은 ‘창조반품’ 사례는 예전부터 왕왕 있었다는 게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식품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상품을 다 먹어놓고 맛이 이상하다고 환불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업체 A사 관계자는 “언제는 배 다섯 개가 들어있는 세트상품을 주문한 고객이 있었는데, 배가 너무 무르다고 반품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판매자가 반품된 상품을 보니 이미 2개를 먹었더라”며 “판매자는 고객마다 느끼는 식감은 다 다른데 어떻게 환불을 하냐고 했고, 고객은 보관이 잘못돼서 배가 물러진 것이라 이야기하면서 서로 싸웠다”고 전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맛보장제’라고 해서 먹어보고 맛없으면 전액 환불해주는 이벤트를 하기도 있는데, 이런 이벤트를 악용하여 이미 먹은 음식의 환불을 반복하는 고객 사례도 있다”며 “업체 입장에선 환불을 반복하는 고객의 구매를 막을 수 있겠지만, 특정 품목을 바꿔가면서 구매하는 고객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박 소장이 대형마트 근무 시절 겪었던 창조 반품 사례 중 하나는 신라면을 구매한 고객이 신라면이 너무 맵다는 이유로 반품한 것이다. 5봉 들이 신라면이 1봉밖에 안 돌아와 고객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맛없어서 버렸다”고 했다고 한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2월부터 편의점업계 최초로 식품이 맛없으면 전액 환불해주는 ‘맛보장 서비스’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맛보장 서비스에 드는 비용은 이마트24 본사가 전액 부담하는데, 블랙 컨슈머를 막기 위한 몇 가지 장치가 있다. 환불 이력이 있는 상품 환불 불가, 1인 월 1회로 환불횟수 제한이 그것이다.

‘현저한’의 기준은 무엇인가

한국법은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반품을 희망한다면 ‘7일 이내’에 반품을 해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상담센터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반품을 요청한다면, 업체는 무조건 반품을 해줘야 한다. 다만 반품 사유가 ‘단순 변심’일 경우에는 반품 배송비는 고객이 내야 한다”며 “소비자의 반품 요청에도 불구하고 업체가 거절한다면,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소법은 온라인 판매자의 반품/교환 규정 명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물론 모든 상품이 반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업체가 반품을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전소법(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17조2항과 같은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르면 소비자의 청약철회(반품) 제한 상황을 명기하고 있다. 요컨대 소비자의 책임으로 상품의 훼손이 있거나, 소비자의 사용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는 업체의 반품 거절이 가능하다.

전소법 제17조(청약철회등) ② 소비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통신판매업자의 의사에 반하여 제1항에 따른 청약철회등을 할 수 없다. 다만, 통신판매업자가 제6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제2호부터 제5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청약철회등을 할 수 있다. <개정 2016.3.29>

1.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재화등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다만, 재화등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한다.

2.소비자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로 재화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3.시간이 지나 다시 판매하기 곤란할 정도로 재화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4.복제가 가능한 재화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5.용역 또는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제2조제5호의 디지털콘텐츠의 제공이 개시된 경우. 다만, 가분적 용역 또는 가분적 디지털콘텐츠로 구성된 계약의 경우에는 제공이 개시되지 아니한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6.그 밖에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다만, 한국법이 반품 거부가 가능한 상품의 멸실, 훼손된 정도를 명확히 규정하지는 않는다. 소비자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로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되면 반품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현저히’의 기준이 없다.

청약철회 제한 상황임에 불구하고, 업체가 반품을 해줘야 되는 경우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상담센터 관계자는 “소비자는 반품 거부를 한 업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에 심의 의뢰를 할 수 있다”며 “만약 업체가 반품을 해줘야 한다는 심의 결과가 나왔다면, 청약철회 제한 조건과 무관하게 업체는 반품을 해줘야 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이커머스 업체가 반품 정책을 악용하는 블랙컨슈머에 대응하여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창조반품의 끝판왕

창조반품 고객의 끝판왕은 반품 배송비조차 아까운 분들이다. 단순변심 사유로 반품을 신청하면 택배비를 소비자가 내는데, 그것마저 아까워서 상품을 ‘훼손’시켜 반품시키는 경우다. 소비자가 상품불량 사유로 반품 요청을 한다면, 반품 택배비는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자가 지불하는데 그것을 악용한 것이다.

이커머스업체 B사 관계자는 “명절기간이 끝나고 한복을 반품한 고객 중에는 일부러 상품을 훼손시키고 반품한 사람도 있었다”며 “이 경우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배송되기 전에 상품 훼손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것을 소명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복이 공장제조 과정에서 손상된 것인지, 물류센터 출고 과정에서 손상된 것인지, 택배운송 과정에서 손상된 것인지, 각 과정에 대한 모든 ‘증빙자료’를 판매자가 갖추는 것은 어렵다.

이커머스업체 A사 관계자는 “전체 고객경험을 고려했을 때 반품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웬만한 ‘반품 요청’은 전부 수락하고 있다”며 “몇몇 고객들이 소비자보호를 위한 반품 정책을 악용하고 있는데, 근절돼야 할 일”이라 밝혔다.

박 소장은 “소비자의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는 상황에서 업체들 입장에선 소비자의 악성 반품을 막을 변변한 방법이 없다”며 “혹여 고객이 반품 요청한 상품이 진짜 불량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 때 업체가 소비자를 반품 배송비를 내기 싫어서 불량이라고 우기는 사람으로 취급한다면, 고객 입장에선 정말 화가날 것”이라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