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바이라인] 담배가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면, JUUL은 캡슐커피다
액상형 전자담배인 JUUL(줄)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출시에 앞서 미리 체험해봤다. 구매해온 곳은 미국 출장에서다. 우선 아래의 영상을 보자.
미국에선 줄 스타터 킷을 49.99달러에 팔고 있다. 본체와 네 가지의 맛의 팟을 함께 파는 것.
줄을 처음에 받고 나서 가장 놀라게 되는 점은 단출한 구성이다. 동력을 전달하는 본체와 팟(Pod)두 부분으로만 이뤄져 있다. 이외 자석을 활용한 USB 충전기가 별도로 들어 있다. 과거의 맥북처럼 근처에 가져다 대면 ‘착’하고 붙으며 충전을 시작한다. 자석이 붙을 때의 쾌감이 느껴진다.
본체가 단순할 수 있는 이유는 팟 하나에 액상, 코일, 흡입부가 모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이 팟의 액상을 다 쓰고 나면 통으로 버리고 새로 사서 쓰면 된다. 그런데 코일이 제대로 동작하니 재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있다. 분리해서 액상을 다시 채우면 된다. 미국에서는 아예 액상 리필이 가능한 호환 팟들도 판매한다. 줄의 공식 제품은 아니다. 팟 하나는 담배 한 갑에 해당하며 200회 흡입할 수 있다.
작동방식은 정확하게는 코일이 아니다. 팟이 들어가는 본체의 속을 들여다보면 전극이 있고 이 전극이 팟의 전극과 맞닿았을 때 순간적으로 열을 발생시키는 것. 매번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흡입을 감지하면 가열된다. 그러나 이 가열이 매우 순식간에 일어나 연기를 낸다. 전원 버튼도 없고 가열하는 버튼도 없다. 흡입이 전부다. 남은 배터리가 궁금하다면 톡톡 두드리면 된다. 녹색/노란색/빨간색으로 단순하게 배터리 상태를 표기한다. 배터리 타임은 팟 여러 개를 필 수 있을 정도로 길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문제는 액상이 탈 때의 튀는 듯한 불쾌감이다. 전자담배가 얼굴 앞에서 폭발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실제로 폭발할 확률은 거의 없지만 느낌 자체는 그렇다. 줄을 사용할 때 이러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물론 액상을 거의 다 써갈 때는 튀는 느낌이 일부 들 때가 있긴 하다. 그러나 얼굴을 폭파할 것 같은 강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강하기엔 너무 작고 가볍다.
팟의 윗부분에는 하단의 굴뚝과 연결되는 구멍이 두개 뚫려 있다. 끈적할 수 있으니 하나보단 두개가 편할 것 같은 느낌이다. 직접 액상을 충전하는 액상형 담배보다 끈적함은 덜하지만 직접 액상을 충전한다면 비슷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반대로 뒤집어도 액상은 새지 않는다.
입에 물었을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경쾌하다. 기기가 가볍고 입술로만 살짝 물게 설계돼 있다. 가상 깊숙히 물어도 앞니에 닿지 않을 정도다. 연초의 느낌을 모사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와도, 입속 깊숙히 들어와 침 범벅이 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와도 다르다. 반대로 깊숙히 무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조금 허전한 감도 들 수 있다.
연무량은 적은 편이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로 한정할 때만이다. 연초나 액상형보다는 적고, 글로(GLO)와는 비슷한 수준이며 아이코스보다는 많다. 연기의 질감은 액상형과 유사하다. 가볍고 빠르게 퍼진다.
해외에서는 이를 보고 베이핑(Vaping)이라고 한다. 증기를 뿜는다는 의미다. 전자담배를 피는 것을 베이핑이라고 한다. 스모킹과 구분하기 위해 만든 단어이며 흡연(Smoking) 안에 베이핑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에서는 ‘No Vaping’이라는 금지 문구를 가끔 볼 수 있는데 “전자담배라도 피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사실 No Smoking이라고 하면 어떤 담배든 피면 안 된다.
맛은 정말이지 상쾌하다. 니코틴이 5%에 달하는데도 폐가 구겨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일반적인 담배 맛부터, 과일 맛, 오이 맛 등의 다양한 맛이 존재하는데, 가장 독한 담배맛을 피워도 상쾌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해서 니코틴이 없는 액상 담배를 피는 느낌은 아니다. 목보다는 뇌에 직접 타격을 준다. 타격감이 없지는 않지만 니코틴 펀치의 타격감보다는 멘솔 향에서 오는 시원함에 더 가깝다. 후카나 시샤(물담배)처럼 상쾌한 맛이 나지만 끝 맛에 담배의 느낌이 나긴 한다. 줄을 기다리기 어려운 이들은 후카 바에 들러서 물담배가 어떤 느낌인지를 먼저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니코틴 솔트
이 모든 장점은 줄의 액상이 니코틴 솔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니코틴 솔트는 액상의 양도 적고 연기도 적다. 다만 효과는 연초와 유사하다. 4~10초 내 뇌에 연락을 준다. 그 결과 연초에 가까운 효과를 내면서 맛은 쿨하게 만들 수 있다. 니코틴 솔트는 팩스랩(Pax Labs)가 특허를 낸 상태이며 팩스랩은 줄을 만든 회사다.
몰라도 되는 정보
니코틴 솔트는 솔트 니코틴으로 부르기도 한다. 흔히 사용하는 니코틴 애상은 프리베이스(freebase) 니코틴이라고 한다. 강제로 염기성으로 만든 니코틴이다. 그러나 원래의 담뱃잎에서 추출한 천연니코틴은 염기성이 아닌 ‘염(산+알칼리)’의 형태이다. 그래서 SALT라는 이름이 붙는다. 소금이 아니다. 이 산(H+)을 제거해야 신체에 잘 흡수된다. 그렇게 만든 것이 프리베이스 니코틴인데, 니코틴 솔트는 H+를 제거하지 않고 유기산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유기산은 고온에서 떨어져 나간다. 즉, 담배를 필 때 알아서 분리돼 프리베이스 니코틴처럼 흡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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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함
줄의 존재로 인해 미국 청소년 흡연율이 올라간 건 여러 이유가 있다. 영상에서처럼 숨기기도 쉽고 니코틴 솔트 액상(juice)도 아마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액상 양이 적어서 채우기도 쉬우며, 다양한 호환 팟을 구하기도 좋다.
그러나 진짜 장점은 쿨함이다. 미국에서 JUULing은 비속어로 ‘핵인싸’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Juul은 ‘Jewel’과 똑같이 읽힌다. 보석이다. 가볍고 작으며 산뜻하고 단순하다. 흔히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고 부르지만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던 초창기 아이폰과 비할 바가 아니다. 줄에게는 거의 단점이 없다. 주변까지 물들게 하는 연초와, 폭발할 것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 늘 힘이 부족한 궐련형 담배와 비교했을 때 거의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단점
단점도 있다. 각 담배에게서 느껴지는 개성이 없다. 연초의 강한 맛, 궐련형 전자담배의 안정감, 액상형 전자담배의 폭발적인 연무량과 저렴한 가격은 없다.
총평
해당 제품 가격은 미국 기준 49.99달러이므로 5~7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팟은 미국에서 네 개 19.99달러 수준이다(팟마다 다르다). 따라서 네 개 2만원~2만5천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즉, 팟 하나를 필 때 담배 한갑 정도의 가격이 들 것이다. 담배 한갑이 10달러를 넘어가는 미국에서 이 가격은 상당한 매력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니코틴 함량 비율도 아쉬운데, 미국에선 5%지만 국내에서는 2% 미만으로 낮춰서 판매된다.
그러나 직구가 불가능한 니코틴 솔트를 한국에서 구할 수 있으며, 만약 충전 가능한 호환 팟이 한국에도 등장한다면 충전 후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팩스랩의 오리지널 레시피보다는 강하지 않다고 한다.
결국 이 제품은 전자담배계의 캡슐커피가 될 것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연초, 궐런형)보다 짧고 쿨하며 빠르다. 사람들은 여전히 에스프레소 커피를 먹는다. 그럼에도 캡슐 커피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Juul, What Else?
글.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영상. 박리세윤 PD dissbug@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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