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 해적들의 넷플릭스, ‘블랙박스’

브라질에서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를 합쳐 구독하는 가격은 얼마일까. 3달러다. 정확한 가격은 아니다. 해당 서비스들의 월 결제 가격은 한국과 비슷한 10달러 인근이다. 그러나 브라질에는 해적들의 넷플릭스가 있다. 가장 유명한 제품의 별칭은 ‘블랙박스’. AQ의 보도다.

일반 셋톱박스와 동일하게 생긴 이 박스의 가격은 125달러 정도다. HBO, 폭스, ESPN,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의 서비스를 포함하며, 알제리안 TV, 베트남TV와 같은 브라질과 무관할 것 같은 로컬 채널들도 포함돼 있다. 심지어 포르노도 포함돼 있다고.

사용은 간단하다. 흔히 상점에서 파는 셋톱박스를 구매해온다. 이후 TV와 셋톱박스를 연결한다. 페이팔로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채널의 결제 금액을 결제하고, 왓츠앱을 통해 비밀번호를 매월 전송받는다. 페이팔과 왓츠앱은 엔드투앤드 암호화가 가능한 툴들로, 여러 국가의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 해적들이 사용하기 아주 좋은 툴이라는 의미다. 이 과정에 합법적인 무언가는 아무 것도 없다.

현재 블랙박스의 가입자는 200만 명이 넘으며, 다른 해적판 TV를 포함하면 라틴 아메리카 가정의 1/3이 불법으로 스트리밍을 받고 있다. 현재 라틴 아메리카의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은 급성장 중이며, 현재 20억 달러 수준인 매출은 5년간 6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실 역시 화끈하다. 케이블TV의 불법 복제로 인한 손실은 2017년 기준 12억 달러를 넘어간다.

해당 제품들은 주로 아시아에서 제조된다. 그것도 해적판 친화적으로 제조되고 있다. 이를 수입한 라틴 아메리카의 범법자들은 각종 VOD의 모바일 저장 기능 등을 활용해 영상을 내려받고 이를 다시 스트리밍하기 위해 서버를 구축한다. 정부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의 ‘워닝’ 사이트처럼 해당 웹사이트의 IP주소를 차단한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만드는 이 해적판 박스는 네트워크가 차단됐을 때 자동으로 네트워크를 재구성하는 코드를 내장하고 있다. 즉, 차단 사이트로 지정되면 바로 다른 사이트를 만들어낸다.

라틴 아메리카 각국 정부는 서버가 있는 창고를 급습하고 이를 압수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쉬운 방법이 아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현재 지적 재산권을 활발하게 키우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불법 박스들의 난립으로 인해 생태계의 존재가 멍들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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