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는 오라클 클라우드월드 서울 2019 행사가 열렸다. 클라우드 회사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오라클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였을 것이다.

이날 오라클 클라우드월드 서울 2019 부속 행사로 기자간담회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나에게도 질의할 기회가 왔다.

“오라클이 클라우드 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도 생겼는데, 조직원들이 변화에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달랠 방안이 있나요”

이 질문에 김형래 한국오라클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자리는 오라클 클라우드를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클라우드와 관계없는 노동조합 관련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한국오라클 김형래 대표

김 대표는 단호한 말투로 답했다.

그러나 그 답을 듣고 더 큰 의문이 생겼다. 클라우드와 노동조합은 정말 관계가 없을까?

클라우드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른 기업의 IT시스템을 대신 맡아 운영하는 비즈니스다. 오라클이 클라우드 회사로 전환하겠다는 얘기는 많은 기업의 데이터와 비즈니스 시스템을 오라클에게 맡겨달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신뢰도가 낮은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라클은 신뢰도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자사 클라우드의 가용성이 99.995%라고 자신했다. 한달을 30일이라고 했을 때 서비스 중단 시간 0.005%, 즉 2분 16초 이하를 보장한다는 계약이다. 그러나 이는 장애가 2분 17초 이상 절대 안난다는 것이 아니라 장애시간이 30일 기준 2분 17초를 넘어서면 오라클이 보상해주겠다는 계약일 뿐이다.

최근에 AWS 한국리전이 장애로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AWS가 서비스 중단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놨겠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EC2 (Elastic Compute Cloud) 재귀 DNS 서버(도메인주소를 IP주소로 바꿔주는 서버) 군 설정을 변경하면서 정상 호스트 수가 감소해 AWS 한국리전을 쓰는 기업의 서비스 중 DNS 를 사용한 서비스에 영향이 있었다. AWS코리아는 장애의 원인에 대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재발 방지를 조치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DNS 서버는 AWS 한국리전에 있는 수많은 서버 중 극소수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이 서버의 장애로 한국리전 상당수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DNS 서버 오류가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무리 데이터센터가 자동화된다고 해도 사람의 손길이 모든 서비스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 다시 노동조합으로 돌아가자. 김 대표는 클라우드와 노동조합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오라클 클라우드를 선택하려면 오라클의 기술뿐 아니라 오라클 직원까지 믿을 수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도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오라클 직원들이 모두 파업해서 오라클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할 사람이 없다면 고객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회사에 큰 불만이 있는 직원 누군가 오라클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에 불순한 마음이라도 먹는다거나, 클라우드 관리자가 회사와의 갈등으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오라클 사측은 노동조합의 쟁의를 전략적으로 방치하는 듯 보인다. 이 전략은 성공적인 것 같다. 쟁의가 장기화되면서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이 많다. 이제는 사실상 파업은 무의미한 상태가 됐고, 겉으로 볼 때는 회사 측이 노동조합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듯 보인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회사의 진정한승리로 귀결될까?

이날 오라클 클라우드월드 서울 2019 행사장 앞에는 노동조합의 시위가 있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기술과 로드맵이 궁금해 찾아온 고객사의 관계자들은 투쟁, 파업 등 단어가 가득한 현수막과 차량, 무대 등을 봤을 것이다.

오라클 클라우드월드 2019 행사장 앞의 노동조합 차량과 현수막

한국오라클 노조가 쟁의에 돌입한 지 259일이 지났다.

이 고객사 관계자들의 머릿속에 ‘오라클 직원들이 파업하면 클라우드에 내가 맡긴 데이터와 시스템은 어떻게 되지?’라는 의문이 하나 생겼을 것이다. 클라우드의 생명과 같은 신뢰도는 ‘9’자가 많이 들어가는 SLA 숫자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와 노동조합은 상관이 없지 않다. 클라우드도 결국은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고, 오라클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나의 데이터와 시스템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오라클 클라우드 이용에 주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