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오라클은 클라우드를 짝사랑해왔다. 클라우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려 노력했지만 사람들은 별로 알아주지 않았다. 클라우드라는 단어는 아마존웹서비스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클라우드플랫폼 등을 연상시킬 뿐 ‘클라우드’에서 오라클을 떠올리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이는 인프라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의 존재감이 워낙 약하기 때문이다. 가트너 매직쿼더런트 IaaS부문에서 틈새시장 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오라클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오라클에게는 ‘오라클 DB’라는 무기가 있다. 클라우드가 확산되면서 DB도 클라우드 상에서 구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클라우드 시대에도 DB는 필요하며, 오라클은 여전히 DB 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플레이어다.

AWS에 따르면 자사 서비스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오로라’다. 오로라는 AWS의 독자적인 관계형 DB 서비스다. AWS 오로라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아직 “DB는 오라클”이라는 생각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

오라클은 최근 자율주행DB라는 개념을 주창하고 있다. AI 기반으로 운영을 자동화한 DB다. 튜닝이나 보안, 복구 등을 DB 스스로 해결함으로써 DB관리자의 손길을 최소화 하는 것이 목표다. 오라클은 자율주행DB를 오라클 클라우드의 킬러 서비스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오라클 김형래 대표에 따르면, SK스토아·큰사람 등 40여 개의 기업이 이미 오라클 자율주행DB를 선택했다.

물론 오라클이 클라우드 DB 만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인 DB가 오라클 클라우드로 넘어온다는 것은 인프라나 애플리케이션도 오라클 클라우드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상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상선은 2020년까지 오라클 클라우드에서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할 방침을 밝혔다. 현대상선은 애플리케이션 서버, 데이터베이스 등의 플랫폼 서비스를 비롯해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까지 오라클 클라우드 환경을 도입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얼마 전까지 오라클은 클라우드 도입 RFP(제안요청서)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클라우드플랫폼과 경쟁해 현대상선의 선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오라클 김형래 대표

김 대표는 이어 “현대상선이 전체 시스템에 오라클 클라우드를 도입한다는 것은 오라클만이 미션크리티컬(매우 중요한 시스템을 위한)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라는 것을 입증한다”면서 “미션크리티컬 고객들은 가용성이 매우 중요한데, 오라클 자율주행DB는 99.995%의 서비스 레벨(SLA)을 제공하고 이와 같은 수준의 SLA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벤더는 없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의 또다른 무기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오라클은 SAP에 이어 전사적자원관리(ERP) 2위 업체다. 오라클은 애플리케이션 사업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재편했다. ERP를 비롯해 고객경험관리, 인사관리 등을 핵심 애플리케이션으로 내세운다.

오라클에게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ERP 시장 1위 업체 SAP가 최신 버전부터 오라클과의 연동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SAP의 최신 ERP인 ‘S/4HANA’은 SAP의 자체 DB인 HANA DB에서만 구동된다.

기존 SAP ERP는 대부분 오라클 DB로 데이터를 관리했다. SAP ERP 고객사의 80%가 오라클 DB 고객사였다. 하지만 이제 공생관계는 끝났다. SAP는 2025년부터 기존 버전의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다. SAP의 구버전 ERP(R/3)을 사용하는 기업은 이제 S/4HANA로 바꾸든지 아니면 다른 ERP로 갈아타야 한다.

오라클 입장에서는 SAP R/3 이용기업이 S/4HANA로 마이그레이션 하는 것은 재앙이다. 자사의 핵심고객군을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S/4HANA의 확산을 막아야하는 미션을 받았다. 오라클 클라우드 ERP가 이를 위한 선봉이다.

김 대표는 “오라클은 특정 부분에 고객을 락인(Lock-In) 시키는 것이 아니고 오픈소스와 표준기술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환경을 다 아우르는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한다”면서 “고객은 오라클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융통성 있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고 말했다.

오라클은 이날 2세대 인프라 클라우드도 발표했다.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1세대 인프라 클라우드로 규정하고, 이보다 진화된 클라우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오라클이 얘기하는 2세대 인프라 클라우드의 핵심은 클라우드 제어를 위한 코드와 사용자 코드 영역을 분리하는 것이다.

한국오라클 장성우 전무는 “1세대 클라우드는 하드웨어 리소스를 공유하는데, 이것이 자원의 활용성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예기치 않은 보안 구멍을 만든다”면서 “이런 보안구멍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사용자 코드와 클라우드 제어코드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드류 서덜랜드 오라클 수석부사장은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29일 열린 오라클클라우드월드 서울 2019 행사에서 “한 세대의 컴퓨팅이 다른 세대로 전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기존의 투자를 보존하면서 차세대 혁신에 발맞춰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에 직면한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유수의 한국 기업들이 앞선 2세대 클라우드를 활용하여 디지털 혁신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강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