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피 흘리는 채식 버거’ 소식을 들은 건 2017년 초반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채소가 피를 왜 흘려? 하면서 사진을 보니 고기 사진이 있었다. 의료계 스티브 잡스로 불리던 엘리자베스 홈즈처럼 사기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너무 고기처럼 생겼다. 우선 아래의 영상에서 함께 사기를 당해보자.

 


 특히 고기를 뭉쳐놓은 장면에서 바꿔치기 마술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피 흘리는 채식 버거는 사실 분자요리와 과학의 산물이다. 임파서블 푸드 패티의 맛은 여러 이유에서 오지만, 핵심은 힘(Heme)으로 부르는 유기철분이다. 창립자인 패트릭 브라운(Patrick Brown) 스탠퍼드대 교수는 고기맛의 주요 성분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다 힘을 발견했다. 소고기의 분자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힘이 고기의 맛과 색을 내는 걸 깨달았고, 이 힘을 갖춘 식물을 찾아냈다. 해답은 아주 흔한 콩이다. 콩에서 힘을 추출해낼 수만 있다면 고기 맛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Heme이 뭔지는 여기에 잘 나온다

 

물론 맛에는 여러 요소가 들어간다. 질감도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옥수수나 감자에서 추출한 프로틴으로 덩어리를 만들고(즉, 이 비건 고기는 콩고기가 아니다), 향신료, 버섯 등을 섞어 구웠을 때의 고기처럼 만든다. 소기름 맛을 위해서는 코코넛 오일과 콩깍지를 사용한다. 이후 밀가루와 감자전분 등을 입혀 고기가 살짝 탔을 때의 바삭한 질감도 만들어낸다.

 


 만드는 법은 이렇다

 

잡설이 길었다. 사실 저 내용들은 호기심에 읽어보긴 했지만 건성으로 읽었다. 미국에만 팔아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유지인 LA 공항에 내리자 이 패티를 사용하는 햄버거집을 마주할 수 있었다. 고민 없이 바로 주문했다. 법인카드로 먹으면 원래 더 맛있다.

햄버거 구성은 일반 버거와 같다. 치즈나 소스 등이 있고 채소가 들어간다. 우선 햄버거째로 먹어봤다. 믿을 수 없었다. 거짓말과 같다. 내가 아는 그 소고기 맛과 완전히 같다.

이후 패티를 떼서 먹어봤다. 이때는 아주 비판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고기 맛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98% 정도 유사하다. 사실 뭐라도 되는 사람처럼 차이를 발견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한 거지 고기라고 말했으면 그냥 고기인 줄 알았을 것이다.

 

고기 위주의 단출한 구성으로 먹었다

 

고기에서 윤기가 난다

 

햄버거를 통으로 먹었을 때는 이마저도 느낄 수 없다. 해당 점포는 비건 식품을 파는 곳이 아니다. 이 패티가 아닌 일반고기로 만든 패티 햄버거도 팔고 있었다. 따라서 치즈 등은 일반 치즈를 사용했을 것이다. 완전한 채식 버거를 판매하는 곳은 이 치즈도 두부로 만든 것을 사용하는데 이 가게는 그렇지는 않았다. 따라서 더 일반 버거와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유일한 차이는 다 먹고 난 이후에 있다. 고기를 먹은 듯한 묵직하고 더부룩한 느낌이 없다. 샐러드를 배부르게 먹었을 때처럼 배는 부르되 죄책감이 없는 바로 그 느낌.

임파서블 푸드는 CES 2019에서 키노트를 하고 시식관을 운영했다. 시식관은 야외의 푸드트럭이었고, 미니 버거인 슬라이더(미니 샌드위치로 부르기도 한다)로 임파서블 버거를 무료 제공 중이었다. 이 부스에서는 치즈를 사용하지 않고 빵이나 소스 등도 100% 비건 재료만 사용한다고 했다.

음식을 만드는 트럭에서는 끊임없이 고기를 굽는 냄새가 났다. 이 푸드트럭이 메인 전시장과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운영되는 이유가 이 냄새 때문이다. 전시장 근처에는 일반적인 푸드트럭과 가게들이 운영 중이다. 따라서 냄새가 섞일 여지가 있다. 온전히 임파서블 푸드 패티만의 냄새였던 것이다. 슬라이더를 나눠주는 직원들에게 물으니 냄새 역시 힘(Heme)과 오일 등이 익으며 나는 것이라고 했다.

 

고기에서 힘줄이 보인다

 

클로즈업하면 더욱 고기같다

 

치즈가 없는 작은 고기를 슬라이더로 먹으니 첫날 먹은 고기처럼 묵직하진 않았다. 그러나 지방이 적은 부위(Lean meat, 목살 등)로 만든 고기 맛이 났다. 지방의 차이지만 여전히 고기 맛이 났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계란의 맛도 느껴졌다. 이 패티는 육즙을 살리기 위해 공항에서 먹은 고기보다는 덜 익혔으며, 역시나 먹고 나서 부담스러운 느낌이 적었다. 패티만 떼서 먹어봐도 여전히 고기 맛이 난다. 그래서 줄을 다시 선 다음 슬라이더를 하나 더 받아먹었다.

임파서블 푸드는 현재 2.0이 유통되고 있으며, 전작보다 고기 맛을 더욱 살렸다고 한다. 재료는 여전히 옥수수와 감자의 프로틴, 밀가루와 감자 전분, 코코넛 오일과 힘 추출액이다. 가격도 일반 패티 수준으로 낮아졌다.

기자에게 채식주의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다만 의식적으로 피하려고는 하는 편이다. 육식은 동물권 등의 윤리적 문제, 항생제를 섭취하는 문제,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식 대부분이 축산업에 쓰이는 채산성 문제, 가스 배출, 물 사용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소화 장애를 겪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전체 산업에도, 소비자 개인에게도 좋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임파서블 버거는 문제가 없을까? 없다. FDA에서 안전 문제가 없다는 승인을 받았다.

채식 버거는 임파서블 푸드 외에도 비욘드 미트(Beyond Meat) 등 여러 업체에서 만들고 있으며, 이중 비욘드 미트가 곧 한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들의 타깃은 채식주의자가 아닌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즉, 코어 타깃은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이며, 동시에 채식주의자도 타깃이 된다. 즉, 공급량이 받쳐주면 거대한 미래 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 전역에 판매될 정도로 공급량이 늘어난 상태이므로 곧 한국 도입을 예상해봐도 될 것이다. 실제로 먹어보면 이해할 것이다. 이 흐름은 막을 수 없다. 우리는 돈을 더 내고 채식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