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9] 현장을 씹어먹은 자율주행 기기는 자동차가 아닌 이것
CES에는 다양한 자동차 관련 이슈가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소형 4도어 쿠페 CLA의 신형을 발표했고, 아우디가 디즈니와 협업한 엔터테인먼트 버스도 등장했다. 그러나 모빌리티 전시관을 씹어먹은 건 다름 아닌 벨Bell이다. 벨은 헬리콥터를 만드는 업체로, CES 2019에 갖고 나온 건 어벤져스에 나온 퀸젯같은 비행기다.
전시장을 압도한 이유는 단순하다. 헬기 및 비행기이므로 차량들보다 많이 크다. 그리고 촬영이나 잠깐 타보는 것 외에 엄격하게 통제하는 자동차 업체와는 달리, 벨의 직원들은 근처에서 구경하고 있으면 먼저 다가와서 정보를 알려주고, 칵핏에 올라보기를 권했다. 실제로 날 수 있는 제품은 아니지만 줄을 선 사람들의 표정이 놀이공원에 온 모습이었다.
벨 넥서스(Nexus)는 수직 상승과 빠른 비행이 가능한 헬리콥터다. 카테고리가 애매해 완벽하게 헬리콥터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거대한 날개 옆에 달려있는 총 여섯 개의 프로펠러로 헬기처럼 수직상승을 하고, 그 프로펠러가 수직으로 회전해 앞으로 나아간다. 이를 에어플레인 모드라고 하는데, 비행기처럼 거대한 날개로 양력을 받아 날기도 하며, 이때 프로펠러들은 전자적으로 기민하게 통제돼 움직인다.
영화 이야기에서 과학적 검증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벤져스의 비행기 퀸젯과 운용 방식은 유사하다. 다만 퀸젯은 프로펠러가 너무 작은 경향이 있고 제트엔진을 사용하며 어느 순간에는 우주까지 돌아다니므로 자세한 비교는 하지 말도록 하자. 그러나 퀸젯의 움직임과 가장 유사한 모빌리티 기기라고만 생각하면 되겠다.
해당 제품은 전기로 주행한다. 즉, 제트엔진이 없다. 내부에 존재하는 엔진으로는 발전기를 돌린다. 이 전기로만 날개를 돌리고 운용한다. 따라서 충전과 급유를 동시에 해야 한다. 이를 벨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규정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점차 화석연료–발전의 비율을 줄이고 배터리로 더 많은 운행을 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환경과 효율 모두를 고려한 것이다.
총 주행 가능 거리 목표는 1시간, 속도는 1시간에 150마일을 가는 것, 따라서 목표 속도는 시속 150마일(약 241km/h)이다. 서울에서 전주까지 갈 수 있는 거리다. 항속 거리를 더 늘리지 않는 이유는 이 제품이 비행기처럼 작동하지만 도심에서 탈 수 있는 헬리콥터 같은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벨은 주로 군용 헬기를 만들어왔으나, 이 제품은 벨 최초의 컨슈머 제품이며, 대중교통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또한, 다른 드론들과 같이 원격조종과 무인주행 기능을 갖추고 있다. 5G와 스마트시티, V2X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여러 장점을 조합해 비행기 속도지만 헬기처럼 사용하고, 기기끼리 통신해 서로 항해에 방해를 주지 않는 기기로 정체성을 정해 개발을 하려 한다.
터빈을 여섯 개 탑재한 것도 같은 이유다. 승객이 타는 제품이므로 안정성을 고려하고, 안정성을 담보한 상태에서 최대의 에너지 효율을 내는 형태가 벨의 계산으로는 6개의 프로펠러였다. 로터를 작게 만들고 팁 속도를 늦춰 소음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양력을 이용하기 때문이며 도심지에서 여러 넥서스가 날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혹시 블랙 위도우는 언제 타냐고 물었다. 시종일관 친절하던 그의 미간이 0.1초 동안 찌뿌려졌다.
벨 넥서스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가격은 당연히 비밀이라고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