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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커머스 ‘블랭크’가 유통·생산·물류를 다루는 방법

이커머스 업계에 ‘돌풍’을 몰고 온 기업이 있다. 업체의 이름은 블랭크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 블랭크는 2016년 2월 창업 이후 3년도 안 돼 연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이 업체의 2018년 예상매출은 약 1280억원, 2018년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155억원(영업이익률 15.8%)이다. 이익을 못 남기며 피로 점철된 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이커머스 판에서, 그것도 신생기업이 보이기에는 이례적인 성과다.

블랭크의 판매 방식은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는 사뭇 다르다. 블랭크는 스스로를 미디어커머스이자 콘텐츠커머스라 이야기한다. 영상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콘텐츠를 고객을 유도하는 ‘마중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블랭크의 최초 고객인입 채널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채널이다. 예컨대 날계란판 위에 ‘베개를 놓고 깔고 앉아도 계란이 깨지지 않는 푹신한 베개’라던가, ‘한강물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샤워기’라던가, ‘데이트 직전 다운펌을 만들어주는 남성뷰티제품’이라던가. 모두 블랭크가 판매하는 제품과 관련된 콘텐츠다. SNS 채널에 올라가는 콘텐츠에는 해당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가 함께 올라간다. 고객이 인터넷 쇼핑몰에 방문하여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면서 구매하는 방식과 달리, 블랭크는 ‘이미 콘텐츠를 통해 상품을 사고 싶은 마음을 가진 고객’을 쇼핑몰에서 맞이한다.

블랭크의 자체브랜드 바디럽이 판매하는 퓨어썸 샤워기 영상 콘텐츠에 첨부된 구매좌표(링크)(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블랭크 관계자는 “현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주력 SNS로 사용하고 있고, 그 비중은 약 60%”라며 “블랭크 내부에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공부하자는 방향으로 의견 합치가 됐다. 유튜브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과는 또 다른 새로운 문법이 필요한 유통채널”이라 설명했다.

블랭크의 광고 콘텐츠 중에는 광고 같지 않은 콘텐츠가 많다.(사진: 블랙몬스터 유튜브 캡처)

첨부한 블랭크 자체브랜드 블랙몬스터의 광고 콘텐츠(처음 꾸며본 남자들의 흔한 착각 by 블랙몬스터)에선 블랙몬스터 상품을 구매하라는 멘트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블랭크 제품을 바르고 어색하다고 느끼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걸 보고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제품이 사고 싶어진다면 블랭크의 설계가 성공한 것이리라. 무엇보다 광고 콘텐츠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콘텐츠가 재밌다. 이 콘텐츠는 유튜브 조회수만 100만을 넘었다.

블랭크는 이렇게 미디어 콘텐츠로 유입된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한다. 블랭크의 폭발적인 매출성장은 결국 상품을 잘 팔아서 나온 결과다. 예를 들어 효자상품으로 꼽히는 블랭크 자사브랜드 ‘바디럽(BODYLUV)’의 마약베개는 누적 80만개의 상품을 팔았다. 너무 잘 팔려 한국에서 제조하기엔 속도와 규모가 안 나오기 시작하여 생산라인을 중국공장으로 옮겼다는 블랭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게 블랭크는 바디럽을 포함한 23개의 자사브랜드, 250여개 SKU(Stock Keeping Units)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물류센터 출고량 기준으로 월 30만개의 상품을 출고하고 있다.

블랭크가 얼마나 상품을 잘 파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까지로 마무리 한다. 이 콘텐츠에서는 일반 소비자는 쉽게 볼 수 없는 부분, 블랭크의 상품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풀어본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블랭크의 유통, 물류, 생산 조직(블랭크에서는 ‘유생물 유닛’이라 부른다.)을 이끌고 있는 장아라 프로를 만났다.

블랭크 유생물(유통생산물류) 유닛을 이끌고 있는 장아라 프로

블랭크에는 공장이 없다

블랭크는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블랭크에서 판매하는 250여개의 상품(SKU)은 해외공장(현재 SKU 기준 5개 품목을 해외에서 제조 중)을 포함하여 역량 있는 국내외 제조공장들을 발굴해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만든다. 브랜드를 기획하고, 고객 소구를 위한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만들고, 이걸 협력 공장에 제안하여 생산하는 구조다.

블랭크가 가지고 있는 ‘역량 있는’ 제조공장에 대한 기준은 ‘회사의 재무구조’, ‘생산설비 투자 규모’, ‘인증받은 설비’ 등이 있다. 예컨대 ‘소소생활’과 같은 블랭크의 식품 브랜드들은 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 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은 제조공장과만 거래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소소생활에서 판매하고 있는 곤약국수(소소한밤)(사진: 소소생활 유튜브 캡처)

블랭크가 고객주문이 일어난 다음 제조를 의뢰하는 MTO(Make to Order) 방식을 쓰지는 않는다. 블랭크는 상품 기획이 끝나면 수요를 예측하여 공장에 선발주를 하고, 물류센터에 재고를 보유하여 상품을 판매한다. 보통 블랭크가 판매하는 상품은 통상 발주후 4~6주 정도의 리드타임(Lead Time, 상품의 주문일을 기준으로 인도일까지 경과된 시간)이 소요된다. 발주량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신제품의 경우 공장이 요구하는 ‘최소발주량’에 맞춘 생산을 한다. 최소발주량은 보통 5000~2만개 정도로 맞춰진다. 제조공장에서 블랭크 물류센터까지의 B2B 공급물류는 공장이 맡아 진행한다.

생산관리의 숙제 두 가지 생산 리드타임 감축

블랭크가 주문한 상품대금을 공장에 완납을 하고 상품을 가지고 오는 것이기에 미판매 상품의 재고부담은 100% 블랭크에게 있다. 그러니까, 블랭크 입장에서는 생산은 했지만 팔지 못하는 상품은 ‘비용’이 돼 남는다. 결국 블랭크의 생산관리 측면의 숙제는 두 개다. ‘애초에 팔릴 만큼의 수요를 예측하여 발주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사입한 제품을 재고로 썩히지 않고 빠르게 판매하는 것’이다. 즉 ‘잘 팔릴 만큼 생산해야 하며, 생산한 만큼 잘 팔아야’ 한다.

사실 블랭크는 ‘잘 파는 것’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하여 언제든 원하는 때에 잘 팔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는 설명이다. 블랭크에 따르면 초도발주를 했던 블랭크 물류센터의 상품 재고를 단 하루만에 판 적도 있다고 한다. 현재 블랭크의 재고자산회전일수(재고가 팔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일’ 단위로 측정한 것. 일반적으로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통상 75일 정도다. 장아라 블랭크코퍼레이션 유생물유닛 프로는 “미디어 마케팅의 특성상 일정 트래픽 이상의 탄력을 받으면 제품판매는 쭉쭉 올라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너무나 잘 팔리는 상품에 맞춰서 추가발주의 ‘생산 리드타임’을 줄이는 것이 더 큰 숙제라는 블랭크측 설명이다. 공장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제품 생애주기가 초창기라면 마케팅 속도를 따라가는 ‘리드타임’을 만드는 것이 블랭크의 목표다. 그러니까 재고로 남아있는 상품과 상품 판매추이를 고려하여 적절한 시기에 품절 없이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중간발주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이걸 안정적인 운영하기 위해서 리드타임이 줄어들어야 한다. 전문용어로 이 과정을 S&OP(Sales& Operation Planning)라 부른다.

예컨대 약 6주 정도의 생산 리드타임이 소요되는 마약베개가 있다고 한다면 ‘공장에 새로운 기계를 사들인다’거나, ‘기존 선박(마약베개는 앞서 언급했듯 중국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으로 소싱하던 운송수단을 항공기로 바꿔 물류 리드타임을 줄인다’거나 하는 식으로 블랭크 물류센터 입고까지의 리드타임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을 강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프로는 “생산 이슈로 인해 더 잘 팔 수 있는 마케팅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드타임을 줄여야 된다. 생산에서 가장 큰 목표는 결국 속도”라며 “납품까지의 리드타임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고, 원가를 합리적으로 줄이고, 품절에 따른 미판매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생산 측면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변수는 항상 있다. 예를 들어 스티파(일종의 서양갈대)를 꽂은 디퓨저 무드등을 해외공장에서 소싱하다가 운송중에 갈대가 얼어죽은 적이 있었고, 언제는 트럭이 전복돼 생산일정을 못 맞춘 적도 있었다”며 “이 모든 변수를 고려하여 정시에 상품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블랭크 생산조직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생산관리의 숙제 두 가지 수요예측

업계 수요예측 담당자(Demand Planner)들 사이에서는 ‘수요예측은 항상 틀리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돈다. 그만큼 수많은 변수가 난무하는 현실 세계에서 ‘정확한’ 수요예측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수요예측 담당자는 언제나 틀리는 수요예측을 그나마 ‘덜 틀리도록’ 노력한다. 블랭크에게도 ‘수요예측’은 어려운 과제다.

블랭크가 수요예측을 잘하기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은 ‘정보 공유’다. 예를 들어 블랭크의 마케팅 유닛(블랭크는 ‘원팀문화’를 가지고 있다. 블랭크 조직 전체가 한 팀으로 움직이고, 세부적인 업무는 팀이 아닌 ‘유닛’이라는 이름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은 페이스북 광고 대시보드를 유생물 유닛을 포함한 모든 유닛에 공유한다. 유생물 유닛은 마케팅팀의 영상 트래픽을 보면서 앞으로 어느 정도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감이 있다.

역으로 블랭크 유생물 유닛의 데이터 역시 모든 유닛에 공유한다. 예를 들어 구글문서(Google Docs)로 관리되는 유생물 유닛의 ‘월별 출고데이터’는 마케팅 유닛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마케팅 유닛이 현재 판매되는 상품의 생산, 출고 추이를 보면서 마케팅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블랭크는 최근 유닛 사이에서 정보 공유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협업툴인 ‘슬랙(Slack)’을 도입하기도 했다. 블랭크에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는 모든 유닛에 공유된다. 이게 첫 번째 전제다.

두 번째 전제는 모든 유닛과 모든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다. 블랭크 조직의 의사결정권은 각 유닛, 각 개인이 가지고 있다. 블랭크에는 ‘팀’이 없고, ‘직책’이 없다. 블랭크라는 회사 전체가 ‘한 팀’이며, 한 명 한 명이 전문성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는 뜻에서 모든 직원들이 ‘프로’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 장아라 프로 역시 유생물 유닛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리더(유닛장) 직책을 달고 있지 않다. 블랭크 유닛의 리더는 유닛의 활동에 대한 결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닛에 속한 프로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환경개선을 하고 지원(Support)하는 사람에 가깝다는 게 블랭크 측 설명이다.

사실 블랭크가 활용하고 있는 슬랙(Slack)이나 구글문서와 같은 도구는 어느 조직이나 쉽게 도입할 수 있는 것이다.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다. 하지만 블랭크에게 있어 그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자유’로 요약되는 ‘문화’다. 유통, 생산, 물류라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을 위한 구성요소를 유생물 유닛이라는 한 조직이 담당하는 이유도 보다 투명하게, 더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이게 블랭크의 ‘수요예측’을 위한 기본이자, 절대적인 전제가 된다.

장 프로는 “블랭크의 성장 속도가 너무나 빨라 아직 우리의 시스템이나 프로그램 구성은 완벽하지 않다”며 “먼저 실행하고, 그것에 맞춰 시스템을 갖추거나 정비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향후 현재 구글문서로 공유되는 ‘생산 정보’ 역시 생산 대시보드 형태로 공유될 것이다. 생산쪽에서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도입할 예정”이라 밝혔다.

물류가 마케팅을 한다고?

블랭크의 조직문화는 ‘물류’에도 녹아있다. 통상 수동적으로 ‘비용감축’이나 ‘생산성(물류센터의 경우 출고량) 증대’를 위해 움직이는 업계의 여타 물류 조직과는 다르다. 물류 조직이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한 물류 프로세스를 적극 설계하고, 실험하는 모습이다. 만약 매출증대는 마케팅조직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이고, 물류조직의 KPI는 ‘비용감축’이라는 식으로 목표를 설정했다면 그런 모습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블랭크에는 유닛별 KPI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KPI를 꼽자면 ‘블랭크라는 조직의 효율과 성장’이라는 설명이다.

기자 개인 의견으로 사족을 달자면, 물류가 마케팅의 영역까지 넘보며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모든 물류인의 꿈과 같은 것이다. 5년 가까이 물류판을 취재했지만, 이런 물류조직은 여태까지 본적이 없었다.

블랭크는 현재 2000평 규모의 3PL(Third Parties Logistics) 물류센터와 최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에 입주하여 구축한 300평 규모의 자체 물류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아웃소싱과 직접물류를 혼용하고 있는 구조다. 2000평 규모의 아웃소싱 물류센터는 블랭크의 23개 브랜드의 모든 상품이 들어가 관리되고 있다.

자체 물류센터는 블랭크 유생물 유닛이 실험하고 있는 ‘공격적인 물류’의 기틀이 된다. 12월부터 물류센터 상품 이관 및 안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19년 2월 마무리 시점과 맞물려 대대적인 물류 실험이 시작된다. 장 프로는 “블랭크는 효율성이 나올 것 같은 분야엔 아끼지 않고 투자한다는 아젠다를 가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3PL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어디에 페인 포인트(Pain point, 결점)가 있고 어디에 효율성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3PL 물류를 내치고 자체물류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가설을 실험하고자 하는 목표로 자체물류센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실제 실험한 가설이 블랭크의 효율성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빠르게 철회하고 다음 가설을 검증하는 식으로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해나간다는 게 블랭크의 방향이다.

블랭크가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하고자 하는 첫 번째 실험은 ‘배송속도’에 대한 가설 검증이다. 블랭크는 ‘배송속도가 블랭크의 매출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익일배송이 기본인 택배를 넘어 이륜차 배송으로 대표되는 당일배송 영역을 실험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은 오후 2시, 4시 정도에 구매를 하더라도 택배 시스템으로 다음날 받는 것이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블랭크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속도가 페인 포인트(Pain Point, 결점)가 될지 감을 잡을 필요가 있고, 그것에 대한 검증을 직접 물류 운영을 통해 진행한다는 것이다.

블랭크가 당일배송에 적합한 상품으로 꼽은 아르르의 넥카라 관련 콘텐츠(자료: 일반인들의 리얼뷰티 유튜브 캡처)

물론 블랭크가 모든 상품을 당일배송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당일배송에 적합한 품목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 블랭크 자체브랜드 중 ‘블랙몬스터’라는 남성 뷰티브랜드가 있는데, 블랙몬스터가 판매하는 ‘다운펌’ 제품을 당일배송 받길 원하는 고객의 니즈가 많았다고 한다. 당일 데이트 직전에 콘텐츠 광고를 보고 구매를 하고자 하는 케이스다. 다른 예로 반려동물 용품을 파는 블랭크의 자체 브랜드 ‘아르르’가 판매하는 ‘UFO 넥카라’ 제품은 반려동물이 아플 때 빠르게 필요한 제품이다. 그러다 보니 ‘배송속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 게 블랭크의 가설이다.

장 프로는 “아직 계약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당일배송 실험을 위해 이륜차 물류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들과도 협업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외에도 친환경 부자재를 사용하여 사회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만든다면, 그런 것도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테스트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어디서 잘 팔릴까? 유통채널을 고르는 방법

현재 블랭크는 자체브랜드 23개가 개별 운영하는 자사몰 판매와 올리브영, CU, 쿠팡, 네이버쇼핑 등 외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자사몰판매와 입점판매의 비중은 8:2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블랭크가 브랜드 전체를 통합한 쇼핑몰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고객이나 소비자 입장에서 블랭크보다 블랭크의 자체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블랭크는 23개의 개별브랜드 각각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온라인 유통채널에 입점, 판매되고 있는 블랭크의 상품들(자료: 네이버쇼핑 검색결과)

블랭크가 외부 채널 판매를 병행하는 이유는 유통채널마다 가지고 있는 고객의 특성이 있고, 고객에게 소구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블랭크의 자체브랜드가 판매하는 제품마다 페르소나가 존재하기에, 그에 맞는 외부 유통채널이 있다면 판매 수수료를 추가 지불하더라도 과감히 입점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보는 것이 블랭크의 판단이다. 장 프로는 “블랭크의 유통전략에는 단계가 있다”며 “초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 채널을 통해 매스마케팅을 하고 자사몰 판매를 유도하고, 이후 매스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여놓은 제품들을 외부 유통업체까지 입점 시키면 더욱 빠르게 판매속도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블랭크가 외부 유통채널에 판매를 하여 성공시킨 몇 가지 사례가 있다. 첫째는 곤약국수를 판매하고 있는 ‘소소생활’ 브랜드 사례다. 소소생활이 판매하는 곤약모밀국수(제품명: 소소한밤)는 건강식습관을 챙기는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칼로리가 낮은 야식’으로 포지셔닝했다. 아무래도 건강한 식습관과 다이어트와 연결된 제품인지라 20대 여성의 소비가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본게 블랭크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블랭크는 소소생활 주요제품을 20대 여성이 많이 방문하는 채널인 올리브영 전국 1082개 매장에 동시 입점 시켰고, 입점 15일만에 7000개의 제품이 판매되는 성과를 만들었다.

두 번째는 발각질 제거 제품인 ‘악어발팩’을 판매하고 있는 닥터원더 브랜드 사례다. 블랭크는 악어발팩 제품을 부모님과 같이 사용한다는 블랭크 홈페이지의 고객 후기를 보고, 가족 단위 쇼핑 방문객이 많은 ‘이마트’와 ‘이마트트레이더스’ 입점을 결정했다. 악어발팩은 입점 1개월 차에 1만2000여개의 상품이 판매됐다. 유사한 사례로 닥터원더의 여드름 제거 상품 ‘원더패치’는 여드름 제거 니즈가 높은 10대가 자주 방문하는 오프라인 채널이 편의점이라고 판단하여 BGF리테일과 논의하여 CU편의점 4000여개에 입점 계획이다.

세 번째 사례는 블랭크의 생활용품 브랜드 ‘공백(0100)’에서 판매하는 세탁조크리너 사례다. 세탁조크리너는 GS홈쇼핑에 입점하여 7차 연속 방송을 진행할 정도로 잘 팔렸다고 한다. 블랭크는 그 경험을 기반으로 공백의 제품이 세탁기를 오래 사용한 주부의 니즈를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현대백화점 식품관(서울 목동, 천호, 무역센터점)에 입점을 결정했다.

장 프로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은 파트너사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에, 결국 진정성을 가지고 파트너사를 대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며 “그렇게 관계를 형성한 파트너사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일례로 파트너사에게 포장 박스를 톰슨 방식에서 로터리 방식으로 바꾸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업체를 수배하여 월 8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유통, 생산, 물류라는 것은 현장과 맞닿아 있다. 발품을 팔아 현장을 방문하고, 계속 대화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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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기사 잘 봤습니다. 세간에 마케팅적으로만 회자되던 곳인데, 생각해보면 단기간에 SNS 마케팅으로 엄청난 물량을 출하하는 기업, 거기다 마케팅과 물류 간의 투명한 소통과 유기적인 협업이 더해진다면… 물류 스타트업 종사자로서 오랜만에 도전 욕구가 생기게 만드는 곳인 것 같네요.
    하지만 엄 기자님 글빨 때문이라 여기고 흔들리진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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