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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택시-카풀 갈등, 경제학 원론으로 풀자

대학에서 교양으로 듣는 ‘경제학 원론’이라는 수업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이론은 수요공급곡선이다.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 균형점을 찾는다.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고,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나 가격은 다시 균형점을 찾는다.

모든 경제 상황에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 경제학의 핵심이론이다.

수요공급곡선

이 이론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가격이 탄력적이어야 한다.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이 제한적이거나 가격에 변동이 없으면 균형점을 찾는 길은 요원하다. 반대로 수요보다 공급이 늘었는데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이는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고, 시장의 실패로 이어진다.

최근 최첨단 IT산업과 전통산업이 충돌하는 격전지인 택시시장은 이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분야다.

택시는 면허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급이 고정돼 있다. 출퇴근시간이나 심야시간에 공급보다 수요가 급증하지만 공급을 늘릴 수 없다. 가격도 그대로 있다. 가격을 정부에서 통제하기 때문이다. 수요의 급증에도 가격에 변화가 별로 없다보니 택시기사들은 오히려 차막히는 시간, 취객이 많은 시간을 피하자는 생각에 공급을 줄인다.

반대로 수요가 줄어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급은 줄지 않는다. 이동이 필요한 시간에는 택시잡기 어렵고, 이동할 필요가 없는 시간에는 도로에 빈택시가 가득한 이유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수요공급과 가격을 탄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제학 원론의 기본전제다.

카풀과 같은 승차공유는 공급을 탄력적으로 만드는 방식 중 하나다. 출퇴근시간이나 심야시간처럼 공급이 부족할 때 승차공유를 더하면 부족한 공급을 메울 수 있다.

‘합승’도 공급을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과거에는 택시기사가 승객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합승을 했기 때문에 합승이 승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였지만,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사전 동의와 그에 따른 가격인하가 있다면 합승도 공급을 늘리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합승할 승객의 목적지와 동선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방향으로 가는 승객만 골라 태울 수 있다. 우버에도 ‘우버 풀’이라는 합승 서비스가 있는데, 일반적인 우버 서비스인 우버엑스보다 저렴해서 인기가 많다. 승객은 저렴하게 이용하고 택시기사는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우버풀

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해야 한다. 현재는 면허제의 대가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한다. 수요가 많거나 적거나 같은 가격이다. 그러다보니 수요가 늘었는데 공급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물론 시민의 발이라는 택시의 요금을 통제함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키는 긍정적 역할도 있다. 하지만 이는 택시기사가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을 얻는 반대급부를 가져온다. 수요와 공급, 가격이 탄력적으로 움직인다면 ‘보이지 않는 손’이 적정수준에서 가격을 형성시킬 것이라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전제다.

현재의 택시 시스템은 총체적 난관이다. 공급자는 낮은 소득에 눈물을 흘리고, 수요자는 저품질의 서비스에 짜증을 낸다. 안 잡히는 택시를 잡기 위해 시민들이 길에 버리는 시간은 국가적 낭비다. 이동하고자 하는 손님이 많은데도 장거리 승객을 잡기 위해 예약등을 켜놓고 대기하는 택시의 시간도 국가적 낭비다.

만족하는 이가 아무도 없는 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과거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택시 면허는 공급 자격 증명이 아닌 서비스 품질 증명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다. 하지만 합의는 쉽지 않다. 이익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러첨 합의가 어려울 때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합의점이 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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