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게임 안 하는 사람이 게이밍 폰을 써봤다, 레이저폰2

 

게이밍 폰을 표방하는 스마트폰은 여럿 있다. 갤럭시노트9도 게이밍 폰을 표방했다. LG폰들도 마찬가지. 그러나 게이밍 하드웨어 회사가 내는 스마트폰은 흔치 않다. 게이밍 제품 업체들은 주로 PC 게임 시장에 타깃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레이저가 레이저폰2를 내놨다. 레이저폰1은 언제 나왔냐고 많이들 묻는다. 지난해 등장했지만 한국발매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 레이저폰1을 한국 게이머들이 활발히 직구하자 레이저가 아예 정식 발매를 선택한 것이다. 기존에 레이저 총판이 한국에 있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다.

 

돌아온 소니폰의 추억

외형은 각지고 단단하다. 모든 폰들이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고 있는 2018년이라 더욱 유니크하다. 베가 아이언이나 소니의 스마트폰 느낌이 난다. 그러나 그 폰들보다 좌우 베젤이 줄어 더 크고 강한 느낌이 든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전설의 소니폰 엑스페리아 Z1

 

화면 크기는 5.7인치이지만 다른 5인치 후반대 제품들과 크기가 다르다. 화면비가 16:9로, 최근의 폰들(주로 18.5:9)보다는 과거의 것에 가깝다. 따라서 좌우로 넓다. 손이 작은 사람에게는(기자 손 크기는 일반적인 여자 손 정도) 한 손으로 감싸며 들기 버거운 크기다. 다만 상하단 스피커 부분이 넓어 이 부분을 잡으면 편하고 무겁다.

 

한 손으로 들기 버겁다

 

측면에 지문 센서가 있는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

 

아이폰8플러스보다 크기와 화면이 모두 더 크다

 

게임을 하기 위해 양손으로 잡으면 그제서야 이 폰이 게임을 위해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평소 아이폰XS나 XR, 갤럭시노트9을 양손으로 잡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 폰을 쥘 때 비로소 그때의 내가 불편했음을 깨닫는다. 스피커 부분에 안정감 있게 내려앉은 두 손으로 인해 게임을 할 때 신경 쓰이지 않는다.

 

게임할 때 잡기 좋지만 하단 카메라가 신경쓰인다

 

딱 한가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는데, 카메라가 좌측 상단에 치우쳐 있어 기본 그립(게임이 실행되는 모양대로 잡을 때)으로 잡으면 카메라에 지문이 묻을까 염려된다. 뒤집어서 게임을 하면 해결되지만 이부분을 먼저 생각하고 설계하는 게 어땠을까 싶다. 양손 그립을 고려한 것치고 아쉬운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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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면 크로마 기능을 설정하는 장면

 

후면에는 유리가 적용돼 있다. 블랙 컬러+유리의 조합이 아름답다. 만약 지문이 묻는 것을 원치않는다면 새틴 피니시(반무광)을 선택하면 된다. 두 마감 모두 무선 충전을 지원하며 배터리는 4000mAh. 이 후면에 적용된 LED는 ‘레이저 크로마(Razer Chroma)’로 부르는 색상 기술이다. 컬러 휠에서 색상을 선택하면 그 색상대로 표시해주는 기능이다. PC방에 가면 번쩍번쩍하는 그 기술을 스마트폰에서 구현한 것이다. 사용자의 센스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센스가 없으므로 그냥 무난한 거 고르자. 레이저의 기본 컬러(그린) 혹은 블랙과 어울리는 레드를 추천한다. 보라색 넣으면 졸부라고 놀림받는다(받아봤다).

 

별매 기기인 무선 충전 패드. 크로마 기능을 지원하므로 전화나 문자 등의 상태를 LED를 통해 알 수 있다

 

미러 백과 새틴 피니시

 

게이밍 성능 – 주사율과 발열 처리

대부분 비슷한 하드웨어를 쓰는 스마트폰들(주로 퀄컴 스냅드래곤 845 2.8GHz, 아드레노 GPU, 8GB 램)에서 큰 성능 차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제품만의 장점은 두 가지 있다. 발열 처리와 높은 주사율이다. 이 제품은 터치 샘플링과 화면 재생 모두 120Hz를 지원한다. 이는 화면이 더욱 부드럽다는 의미다. 오버워치에 이어 배틀그라운드가 PC방을 점령했을 때, PC방을 고르는 기준이 바로 주사율(재생율, refresh rate)이었다. 게이머들은 가정용 모니터도 고주사율을 고르곤 했다. 즉 FPS 게임의 흥행 덕에 고주사율 모니터 보급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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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Hz로 맞춘 후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한 영상. 옷을 벗긴 건 원래 설정이 그렇다. 억울하다.

 

이제 스마트폰의 차례다. 최근 스마트폰용 인기 게임 역시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FPS다. 이러한 게임류에서 높은 고주사율을 사용하면 매우 편리하다. 게임이 이 주사율을 지원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나 배틀그라운드와는 이미 협의를 마치고 옵션에서 지원하는 상태. 포트나이트의 고주사율 도입도 기대해 봐야겠다. 이외 다양한 게임이 레이저와 협의를 마치고 120Hz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다른 스마트폰은 아직 고주사율을 지원하지 않으며(굳이 할 필요가 없다) 아이패드 프로가 제한적인 120Hz 모드를 지원한다. 주로 드로잉 앱에서.

발열 처리는 베이퍼 체임버 방식이다. 화웨이 메이트 20가 이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스마트폰이 뜨거워지면 발열이 발생한 부분의 증기가 그렇지 않은 쪽으로 이동해 식히는 방식이다. 이 체임버 부분이 매우 넓다. 더 넓게 증기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물론 리뷰를 하는 동안 서울이 영하 10도를 때린 상태였으므로 열기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느꼈으면 핫팩으로 썼을 텐데.

 

의외의 강점 1. 사운드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모두 사운드에 민감한 게임이다. 적의 발자국 소리를 기반으로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대한 스피커를 상하단부에 넣었다. 그런데 이 장점은 의외의 곳에서 발생한다. 넷플릭스를 볼 때 매우 좋다. 집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려준다. 소리에 특화된 기기(아이패드 프로, G7 등)보다 더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 사실 넷플릭스를 볼 때 사운드가 이렇게 중요한지를 처음 깨닫게 된다. 뮤지컬 영화를 볼 때는 모골이 송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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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7과의 소리 비교. 원래는 더 심하지만 아이폰으로 찍는 바람에 못 살렸다는 후문.

 

이어폰을 끼고 들을 때도 3.5파이가 아닌 USB-C DAC을 넣어 이어폰을 새로 사야 한다.

 

의의의 강점 2. 전면 카메라

이 제품은 전면 8MP(f/2.0), 후면 광각(12MP, f/1.75)/망원(12MP f/2.6)을 탑재해 인물 사진 모드 등 보케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런데 후면 카메라 보케 효과 적용이 상당히 까다롭다. 야간에는 조명이 있어도 거의 불가능하며 주간에 찍어도 보케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찍은 후 피사계 심도 실시간 제어 기능도 없다. 장점으로 생각한 건 전면 카메라다. 셀피가 잘 나온다. 뷰티샷 기능이 들어간 것인데, 이 뷰티샷 정도를 제어할 수 있으며, 전반적인 색감이 따뜻하고 화사한 타입이다. 그런데 왜 후면 카메라는….

 

잘 나온 거 맞다

 

보케가 엉망임을 알 수 있다

 

레이저 코텍스의 존재

게이밍 PC와 그렇지 않은 PC의 가장 큰 차이는 번쩍거리는 LED와 게이밍 소프트웨어다. 그런데 기기 특성상 앱 위에 다른 앱을 구동할 수는 없으므로 스마트폰에서 이러한 특성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레이저는 별도의 앱스토어와, 게임 성능 최적화를 위한 옵션을 넣었다. 이럴 땐 무조건 성능 위주다. 배터리 위주 그런 거 없다.

 

구매는 헬로모바일에서

출고가는 99만원으로, 헬로모바일에서만 개통할 수 있다. 직구 후 다른 통신사에서 개통해도 되지만 이 경우 AS가 어렵다고 한다. 헬로모바일의 통신 품질이 아쉬운 건 아니지만 선택지가 좁다는 자체는 아쉽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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